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정담란에 한풀이를 하고자 찾아온 아랑전설입니다.
제목이 특이해서 들어오신 분들 분명히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목 그대로 오늘은 한 가족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겠군요.
한 일주일 정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남 c병원으로 왔습니다.
날씨는 상당히 선선했는데 몸이 노곤노곤해서인지 땀범벅이 되었더군요.
끔찍한 기분으로 제복을 갈아입은 뒤(제복을 보면 꼭 일본 순사같습니다.) 2층 진료실로 갔지요.
(이 병원은 신관과 본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제가 일하는 곳은 신관 내과 센터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컴퓨터 카페를 보니 어느 산모 한분과 어린 아해 하나가 컴퓨터를 혹사시키고 있더군요.
벗겨진 키보드 비닐, 뒤집어진 키보드...뭐 여느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 웃어넘겼습니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으로 2층을 향해 달려갔지요.
쿵쾅쿵쾅쿵쾅!!!
2층 계단 올라가다가 미끄러져서 피멍들었습니다...
아, 어째서 그 날따라 엘리베이터가 5층에 있었단 말인가...
문제의 시작은 제가 2층 진료실 문들을 전부 잠근 후 였습니다.
컴퓨터 카페는 여전히 산모와 어린 아해로 채워져 있고 세 자리가 비워져 있더군요.
명색이 관리자라고 저는 되지도 않는 의무감을 가지고 컴퓨터 좌석들을 정리하기 위해 그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의자 사이에서 타잔과 같이 날아오는 한 여인네가 있었으니...(컴퓨터 카페 주변에는 3인용 의자가 열개 정도 배치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넘어온 것 입니다. 참고로 컴퓨터 카페는 뒤와 왼쪽은 유리벽으로, 앞과 오른쪽은 복부 위치 즘 되는 세라믹으로 막아져 있지요.) 정말 무림의 여협을 보는 듯 했습니다.
알고 보니 산모와 친족 사이인 것 같더군요.
뒤이어 두명의 인물들이 컴퓨터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할머니와 아저씨 한분이셨는데 설마 했지만 역시나 친족 사이더군요.
그렇게 해서 온가족이 즐겁게 즐기는 컴퓨터 카페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은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강대한 집단이 형성된 것이지요.
실제로 여섯명이 컴퓨터 사용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일견해 보니 할머니와 아버지, 산모는 고스톱. 이모라는 여인네는 넷마블 쿵쿵따. 아이는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하고 있더군요.
얼마나 분위기가 단란하던지(아이의 소음공해에 부장님께 핀잔들었습니다) 투게더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혹시나 압니까? 투게더를 사다줬는데 나는 구구콘이 좋아! 라고 하실지?
그렇게 장장 3시간 동안 컴퓨터를 하고 일어나더군요.
게다가 그들이 섭취한 음식물의 잔해(지하에 LG25시가 있어서 그런지 삼각김밥 껍데기들과 아이스크림 막대기, 콜드 등으로 기억됩니다) 들은 여지없이 제가 치워야 했습니다. 무슨 경비가 아니라 피시방 삼돌이가 된 느낌이었지요.
고박이니 피박을 먹었다는 비명으로 점철된 눈물과 회한의 세시간. 장내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연상시키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해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고스톱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컴퓨터 사용 종료의 시간이 되었을 때 저는 마음 속으로 환희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투게더 사드릴 테니까 피시방으로 가십시오!"
*추신*
네번째로는 저의 경비 생활 사상 최악의 몬스터 중 한명인 '강남 C병원 닌자거북이'에 대해 쓰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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