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니죠.
대여점 시대를 그리워하는 독자분들도 아직 꽤나 계실 테니까요.
그러나 여기서는 일단 편당 결제가 대여점 시스템보다는
(독자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관점은 건너 뛰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게 아니니까요.
과연 편당 결제의 시대에
모든 작가와 독자들은 만족스러운 것일까?
작품을 쓰고, 읽는, 작품의 내용 측면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관점입니다.
일단 모든 온라인 결제가 편당 결제인 것은 아닙니다.
이북도 있고, 조아라 노블처럼 시간제 결제 방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여점 시스템이 점차 몰락해가는 시점에서, 장르소설의
출판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북 출판 역시 온라인 (유료) 연재 후
이북 출판이라는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대세처럼 보이고,
조아라 노블 외에 시간제 결제가 대중적으로 먹히는 사이트는
별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 북큐브에서 한때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사라진 걸로.)
그런 점들을 따지면 현재 장르소설의 온라인 유료연재 시장의 가장 핫한 대세가
편당 결제라는 것은 그리 억지 주장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대여점 시장이 저렴했다는 독자분들의 입장이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이윤 측면에서는 편당 결제에 메리트가 있습니다.
물론 이게 모든 작가분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 경쟁은 대여점 시장보다 더 냉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원리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상품만이 선택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그건 대여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 단 대여점 시장과 온라인 연재 시장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대여점 시장에서는 많이 팔리는 작가와 적게 팔리는 작가의
판매부수 차이가 - 즉 이윤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몇몇 진짜 초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그랬죠.
이건 대여점 시장이 쪼그라들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만부를 넘기가 힘들어지고, 몇몇 초인기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몇 천부가 전부인 시장,
대여점 입장에서는 일단 신작을 준비해야하니, 적당히 인기 있는 작가나
별로 인기 없는 작가의 작품이나 큰 차이는 없다는 거죠.
물론 적당히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이 회전율 즉 대여점에 주어지는 이윤에는
더 도움이 되겠지만, 그건 어차피 작가나 출판사와는 관계 없는 이윤이고,
별로 인기없는 작가의 작품 역시 구색을 갖추는 데는 필요했으니 말입니다.)
온라인 편당 결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는 본인의 인기만큼 확실한 이윤을 얻게 됐습니다.
많이 읽히면 그만큼의 이윤이 돌아오게 됐죠.
여기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정말 그럴까요?
문피아에서 많은 독자분들이 레이드, 회귀물의 범람에 싫증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회귀물은 예전 대여점 전성 시대에도 종종 보여지던 단골 소재였습니다.
그렇지만 회귀물의 범람이나 레이드 시대의 본격 도래가
온라인 유료연재의 전성기와 맞물린다는 생각은 그리 과한 억측은 아닐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해 글쎄?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들은
반대의 측면을 생각해보시면 될 겁니다.
온라인 유료연재, 특히 편당 결제가 흥하면서
눈에 띄게 사라진 장르들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을.
우선 무협,
뭔 소리냐 아직도 무협 좋아하는 팬들이 얼마고,
나오는 작품들이 얼마인데,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장 문피아만 해도, 유료연재에서 상위권에 무협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사이트를 봐도 이건 마찬가지고, 그나마 눈에 띄는 무협 작품들은
과거의 무협과는 그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역사, 현대 밀리터리물 등등도 그렇죠.
물론 이것들은 대여점 시대에도 주류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나마 구색맞추기로 존재했던 것들이
요즘 온라인 편당 결제 시장에서는 더욱 찾아보기가 힘든 장르가 됐습니다.
(*당장 문피아만 해도 밀리터리물의 경우 올라있는 눈에 띄는 작품들은 예전 작품들입니다. 왜일까요?)
다른 측면에서 흥미로운 예도 있습니다.
조아라 노블에 있는 인생 다시 한번이나,
문피아와 조아라에 다 있는 바별 같은 경우가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 인생 다시 한번이 문피아의 편당 결제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지했을 경우,
바별이 마찬가지로 문피아의 편당 결제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지했을 경우에
흥행성적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편입니다.
(*이건 당연히 두 작품이 별로 재미없다거나,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즉,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의 결론은
편당 결제 시스템 하에서 흥하는 장르, 혹은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에 맞지 않는 장르, 스타일은 도태되거나 뒤로 밀려난다는 거죠.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 수준이 떨어져서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건 경쟁 시스템 하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결과고,
그로 인해서 보다 좋은 작품들만이 살아남을 테니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닌,
온라인 유료연재, 특히 편당 결제 시스템의 특성에 의해서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이 어쩌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가정은
좀 걱정스런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걸 걱정한다고 딱히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리꾼, 이야기꾼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종이와 책의 도래로
작가의 시대로 넘어갔듯이,
온라인 연재, 편당 결제 역시 작가들이 마땅히 감내하고 적응해야할
시대의 변화일 수도 있는 거겠죠.
그리고 아마도 그건 pc에서 모바일로의 변화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한때 나를 즐겁게 했던 작가분들과 그 작품들이,
혹은 몇몇 장르들이
온라인 편당 결제의 시대에서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즐겁지는 않은 모습인 것 또한 분명합니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