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권경묵
작품명 : 기갑전기 매서커
출판사 :
그 전작인 나이트골렘을 연재 당시부터 워낙 재밌게 읽었던 터라 후속작을 기다렸읍니다만, 왠 게임물을 들고 나와서 한동안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뒤늦게 읽어 봤습니다.
한마디로 나이트골렘의 가상게임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작가분이 무리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보통 게임소설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주인공 기연/히든클래스 몰아주기" 일 것입니다. 다른 유저들은 놔두고 유독 주인공에게만 막 퍼주는 게임 관리자들/게인관리 인공지능 서버들이 욕을 먹죠. 밸런스 파괴의 전형이죠.
하지만 현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런 특정인 몰아주기는 거의 일어나기 힘들죠. 아니, 시간이 흘러 흘러 소설과 같이 거의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이 구현되더라도 관리 시스템은 지금과 같이 특정인에게 기연이 몰아닥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죠. 왜냐하면 다른 유저들이 보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죠.
매서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은 슈팅아머 경력과 동조율이라는 것으로 다른 어느 유저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데, 세상에 주인공만 슈팅 아머를 타본 것도 아니고, 주인공만 동조율이 나이트골렘 전투에서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미 드러난 정보인데, 그 누구도 주인공을 이기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고작 2년 슈팅 아머를 몰아봤지만 세상에는 2년 이상, 10년 가까이 몰아본 고수도 즐비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조율도 이미 알고 있는 이상, 어떻게든 동조율을 높이는 방법론(약물 말고)이 충분히 개발되었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주인공만 이런 잇점을 오랫동안 누리더군요.
또 하나 어색한 점은, 게임 개발사의 막장 운영입니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쳐도 이것만은 도저히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더군요. 거의 매번 주인공(그리고 한국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데, 이것이 제대로 된 공지를 거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즉흥적으로 결정이 되거나(게임 장소 변경, 게임 접속 시간 변경 등등의 게임 규칙) 누구도 알만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조작이 들어오는데 그 흔한 고소 고발 한번 없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무료 게임이라고 해도 저 정도 크기면 관련 베팅 업체만도 여러군데일 것이고 거기에 이해가 걸린 사람만도 수백, 수천명은 될 것인데 정식으로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전부다 그러려니 합니다.
아마 작가로서는 나이트골렘 작품처럼 '거대 마탑의 카르텔 횡포에 고난을 당하는 주인공'의 상황과 비슷하게 그려보고자 이렇게 설정을 했을지 몰라도, 그것은 판타지 세계과 (근미래일지라도) 지구 세계의 세계관 자체를 무시한 원인으로 봅니다.
물론 세계관은 작가의 고유 소관이죠. 하지만 일단 한번 만들어진 세계관에서는 그 통일성 내지는 개연성이 유지 되어야 합니다. 판타지 세계의 나이트골렘은 거대 마탑의 카르텔이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려서 왕국을 곤란할 지경으로 몰아 넣는 것도 그럴 듯 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서는 힘만 있으면 장 땡인 세계관이니까요. 그리고 지구의 중세 시대처럼 성문법이 발전되지 않았고, 개인의 인권도 흐지부지 되던 시대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주인공에게 노골적으로 막장 짓을 해도 개연성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죠.
하지만 매서커의 시대는 가상공간만 판타지 스러울뿐 그 외 게임 개발사나 운영자들이 사는 곳은 지금의 지구와 거의 흡사합니다. 개인의 권익이 발달되었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도 존재하죠. 심지어 경찰력까지 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 개발사가 국가를 초월하는 그런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가 대항전에서 노골적인 조작을 서슴없이 합니다.
저는 작가분이 왜 갑자기 게임물을 들고 나왔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나이트골렘에 대한 향수는 대단한 것은 확실합니다. 작품 곳곳에서 나이트골렘의 세계관을 차용한 것이 눈에 보이며, 골렘끼리의 결투장면 또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색하게 게임소설이라는 껍질을 빌려서 나이트골렘의 이야기를 썼는가..하는 것이 의문입니다. 그냥 나이트골렘 2부를 썼다면 위의 주인공 기연 문제나 개발사의 막장 운영도 자연스럽게 넘어 갔겠지요. 하지만 게임의 틀을 빌려오느라 오히려 더 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독자로서는 바로 그 점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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