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저번 시간에는 D&D의 일부 구성요소나 기타 저작권 요소를 국내 판소에서 차용(표절)하고 있는데,
이것이 엄연히 불법이라는 말씀을 드렸었다는...
그 게시물은 여러분이 너무 찬성을 해주셔서 비평 High로 넘어가버렸군요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하악하악
근데 이번껀 너무 찬성하지는 말아주시라는 ^^; 비평하이 가는것보단 여기 있는게 더 많이 노출될거 같네요.
여튼 댄디 갖다쓰는건 불법입니다. 근데 D&D의 요소를 가져다 쓰는 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D&D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댄디 슬쩍 쓰시는 작가 분들께 도움도 될 것이고 댄디 적당히 뚜룩치는 분위기에 경종을 올리자! 라는 생각으로 쓴 것이니만큼
비평란에 살짜쿵 어울리지 않더라도 조금 양해해주시라는...
1.
Dungeons & Dragons는 TSR에서 만들었고 TSR을 인수한 Wizards of the Coast가 현재 만들고 있는, 상업적인 게임 규칙입니다.
그래서 D&D를 "차용" 한다 같은 말은 절대 없습니다. 차용 따위 불가능합니다. D&D에 나오는 컨텐츠를 가져다 쓰면, 그건 차용이 아니라 "표절"이라고 하는 것이져. 당연히 법적인 처벌을 받습니다. 이건 아마추어든 프로든 마찬가지입니다.
2.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D&D의 영향은 크고도 거대해서, 세상에서 D&D의 영향을 받은 것을 모두 제외하면 없어질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D&D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비홀더, 기쓰양키, 엘민스터, 드로우엘프...)는 물론이고 D&D의 영향을 받은 파이어볼 마법이니 클래스를 나눈 체계니 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물론 RPG 룰북에 나오는 상당수의 아이디어, 개념이 항상 저작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클래스나 레벨, 파이어볼 마법 같은거 말이죠. 미국 법률에 따르면 게임 룰은 저작권 발생 요소가 아닙니다. 베른 협약을 따르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그러할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법을 엄밀히 따지자면, 룰북에 적힌 파이어볼 마법과 오크 몬스터 데이터와 텍스트는 "저작권"이 존재합니다. 어떤 것을 유형 무형의 형태로 창작해내는 순간 저작권은 발효하게 되어있다는 저작권의 정의 때문이죠.
게다가 RPG에는 '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룰'을 설명하기 위한 텍스트가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예: 파이어볼은 화염 차크라를 회전시켜 구형으로 만들어낸 어쩌구저쩌구...) 룰이 아닌 이 '텍스트'는 엄연한 저작권의 대상이죠.
정리하자면, 파이어볼이라는 개념과 단어는 저작권은 아니지만 Fireball, Evocation, 3레벨 마법사 주문, 사거리 김, 폭발해서 범위 공격이라고 적어놓은 텍스트 그 자체에는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오크라는 종족은 저작권이 아니지만 오크에 녹색 피부에 어금니가 길고 흉폭한 인간형 종족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으며 이 설명은 저작권입니다.
이는 마치 한글과 한글로 만든 단어는 저작권이 아니지만
한글을 이용해서 노래 가사를 만들거나 소설을 쓰거나 시를 쓰거나 해서 컨텐츠를 생산해내면, 그 컨텐츠에 저작권이 걸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근데 세상에 파이어볼 얼마나 많이 씁니까? D&D 말고도 수많은 RPG에서, 소설에서 쓰고 있죠. 그럼 이거 다 불법인가요?
불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법이다 아니다는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므로 제가 결정지을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쏘면 날라가서 터진다는 파이어볼의 개념 자체는 저작권요소가 아니지만 파이어볼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누군가 저작을 한 바 있고, 이로서 저작권이 생겨나있으며, 그래서 나중에 파이어볼을 다른 사람이 쓰면 저작권에 저촉한다는 의혹을 가지는 "케이스"가 되며,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하지만 WotC는 관대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크고 아름다운 SRD를 주었다는...
4.
우선 D&D, d20 System Trademark, SRD, OGC(or OGL)의 정의부터 알아보죠.
4-1.
Dungeons & Dragons, D&D는 예전에는 TSR에서, 현재는 Wizards of the Coast에서 만드는 일련의 규칙입니다.
다른 회사에서 D&D를 이용하려면 WotC의 허가를 얻고 공식 설정에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면 발더스 게이트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같은 거 말이죠.
4-2.
이 D&D에서 D&D 고유의 룰, 핵심 요소, 플레이버 텍스트, 기타 등등 남한테 줄수 없는 저작권 걸린 것을 빼고 남은 내용이 System Reference Document, SRD 입니다.
여기에는 클래스, 레벨, 아이템, 몬스터 데이터, 마법 등등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4-3.
SRD에는 없고 D&D에는 있는 것들이 있는데, 비홀더나 기쓰양키 같은 몬스터라던가 엘민스터 같은 시그네쳐 캐릭터 같은거죠. 이러한 D&D 고유의 설정, 고유명사 등을 Product Identity, PI라고 합니다. SRD에는 PI가 절대 들어가지 않습니다. (혹시나 실수로 SRD에 PI가 들어가있더라도, PI는 SRD의 내용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Melf's Acid Arrow 라는 마법 주문이 있는데, 여기서 멜프는 D&D 룰에서 만들어낸 고유 캐릭터이기 때문에 Melf's Acid Arrow를 사용하면 Product Identity를 어긴 것입니다. 그래서 SRD에서는 이 주문을 Acid Arrow라고 적어놨습니다. PI 부분만 쏙 빼놓고 공개한 거죠.
4-4.
D&D와 SRD의 관계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더 해볼까요?
다들 알다시피 D&D 룰 이거 꽤 괜찮은 겁니다. 쉽고 간단하고 인지도도 아주 높죠.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RPG가 D&D이니만큼 당연히 이걸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쉬운만큼 사람들도 잘 이해할테니, D&D 규칙을 차용하면 여러모로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D&D 도용해서 쓰는 사람 많고, D&D 설정이 앵산형 판타지 설정의 표준에 가까울 정도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유명하니만큼, 내가 뭘 하나 만들때 D&D를 차용해서 쓰면 크게 도움이 될겁니다.
4-5.
하지만 반대로, D&D를 쓰려면 WotC의 공식 설정을 따라야만 한단 말이거든요? D&D의 골격은 쓰면서도 D&D는 쓰고 싶지 않다~ 하는 다른 회사를 위해서 나온게 d20 System Trademark입니다.
d20 트레이드마크는 WotC에서 공인한, D&D의 골격이 되는 d20 규칙을 사용한다 라는 공식 라이센스, 인증 증서, 도장 꽝! 입니다. 정식의 D&D는 아니지만 세미-D&D, 비공식 D&D, 유사 D&D 쯤 되는 거져. D&D 관련 많은 서드파티와 타 회사에서 이 d20 트레이드마크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d20 트레이드마크를 구매했으면 이제 이걸로 죽을 쑤든 프라이드를 튀겨먹든 맘대로 해도 된다는...
d20 시스템 트레이드마크 내의 컨텐츠를 자기 마음대로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d20 트레이드마크는 WotC에 상담을 해서 구매한 다음에 다는 것이죠.
WotC가 왜 SRD를 공개하고, d20 트레이드마크를 팔아먹느냐면
SRD와 d20이 널리 퍼질수록 궁극적으로 D&D의 홍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d20 규칙을 이용해서 손쉽게 컨텐츠를 만들어내니 좋고, WotC는 대국적 견지에서 D&D의 시장 확대가 되는 것이니 좋죠.
그래서 수많은 자작 룰들이 난립하던 시대와는 달리 현재 RPG 업계는 d20 계열의 룰이 석권하다시피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Product Identity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주의하시라는... PI는 D&D만의 것이고 다른 회사가 감히 가져다쓸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PI에 대한 권리는 별개로 취득하는 것입니다.
혹시 내가 D&D를 쓰면 D&D도 홍보가 되니 WotC도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냐는... 십덕십덕 하면서
자기 소설에 비홀더 몬스터를 등장시킨다던가, 기쓰양키 몬스터를 등장시킨다던가, 드로우엘프 드리즈트를 등장시킨다던가 하는건 도와주는게 아니라 도둑질이라는...
4-6.
Open Gaming Content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쓰고 고치고 배포할 수도 있는 공개 게임 컨텐츠입니다. OGL이 d20 SRD 뿐인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d20 관련만 얘기하죠.
오픈 게이밍 컨텐츠안에 포함된 컨텐츠는 공개이고 적법 절차를 거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픈 게임 컨텐츠를 사용하기 위한 자격이 오픈 게이밍 라이센스입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이 바로 이 오픈 게이밍 라이센스입닌다. 전 트레이드마크 살 돈도 없는 개털인데요... 하는 경우, 하지만 D&D의 골격이 되는 이 주사위 굴리고 마법 쓰고 몬스터 나오고 하는 SRD 시스템은 좀 탐이 난다 하는 사람들은 OGL을 이용할수 있는 것이죠.
SRD는 OGL이고, 그래서 SRD에 나와있는 몬스터 데이터와 설명, 마법 주문 등은 OGL에 동의하고 "저작권 공지"를 내걸면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D&D를 어설프게 베낀 양판소들이 사용하는 요소들이 SRD 속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면 SRD 정도만 써도 OK!
다만 이 라이센스에 대해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GNU Project라고 아십니까? 자유 무료 공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죠. 여기서 만들어낸 프로그램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분해하고 개조하고 전파할 수 있습니다. 누가 GNU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렸으면, 내가 그걸 혼자서 쓰거나 아니면 기능을 추가해서 공개해도 자유입니다.
OGL은 GNU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OGL은 공개된 것이고, 누구든지 가져다쓸수 있으며, 그래서 OGL로 만든 것은 누구든지 쓸 수 있다고 했죠? 그래서 OGL로 만들어낸 컨텐츠는 OGL 상에서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OGL로 만들어낸 캐릭터 철수가 있다 치죠. 이 철수는 OGL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개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이 철수를 이용하고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죠.
...어? 내 캐릭터를 남들이 막 써도 된다면 내가 손핸데? 불공평하잖아?
라고 생각했다면 님 좀 도둑넘 근성이 있으시군요. 남에꺼 공짜로 쓰면서 자기꺼 공짜로 공개하는건 싫다는건 조금 뻔뻔하다는... 하지만 d20을 이용한 자기 컨텐츠를 보호하고 싶긴 할 겁니다.
그런 분들은, 내가 SRD로 만들어낸 컨텐츠를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d20 System Trademark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보호하면 됩니다.
5.
정리.
D&D는 WotC 꺼.
d20 Trademark는 WotC한테 사는 D&D에서 Product Identity를 뺀 D&D 비슷한거.
SRD는 D&D의 골격. Product Identity와 저작권 텍스트를 몽땅 뺀 거.
OGL은 공개. SRD는 OGL. 고로 SRD는 공개.
6.
그래서, 소설에 댄디 룰은 빌려쓰고 싶은데 돈 내긴 좀 그렇고... 싶은 분들은 SRD를 쓰면 됩니다.
SRD는 OGL이므로 SRD를 사용할때는 OGL의 라이센스에 동의하면 됩니다.
다만 OGL인 만큼 SRD로 만들어낸 내용은 남들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기 소설에 SRD를 이용해서 까발리에로라는 클래스를 가진 캐릭터를 넣었거나 SRD에 기초한 헬파이어 라는 주문을 만들었으면, 이 까발리에로 클래스나 헬파이어 주문을 남이 가져다 써도 된다는...
물론 SRD가 아닌 텍스트는 자신의 저작권이 엄연히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 보호를 받죠.
7.
OGL을 사용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1) Open Gaming License 저작권 공지 전문을 자신이 사용하려는 컨텐츠에다 게제를 합니다. 예를 들어 SRD를 이용한 소설을 출판하면, 소설 제일 앞장이나 뒷장에 OGL 전문을 한페이지 실어주면 되죠.
2)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서 어떤 부분이 OGL을 사용한 것인지 확실히 하고
3) 또한 자신의 소설에서 자신의 고유 Product Identity(혹은 자신의 저작권 적용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명시합니다. 이건 자신이 만들어낸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하시라는...
이게 OGL 사용의 최소 절차입니다. OGL의 사용에는 이 절차만 지키면 누구한테 허락 받을 필요도, 돈 낼 필요도 없으며 떳떳하고 당당할수 있다는...
8.
그럼 SRD는 어디에?
http://www.wizards.com/default.asp?x=d20/article/srd35
여깁니다. D&D 3.5 에디션에 해당하는 SRD가 있죠. 저 페이지에 Legal Information 이라는 링크를 클릭하면 Legal.RTF 파일이 하나 받아질 겁니다. 그걸 열어서
"OPEN GAME LICENSE Version 1.0a" 부터 "END OF LICENSE"
까지가 저작권 공지 입니다. 이걸 책이나 게시물에 첨부하면 합법적으로 OGL을 사용하는 것이 되지요.
그 밑에 줄줄이 있는 링크가 SRD 입니다. Spells 가 주문이고 Monsters 가 몬스터 정보죠. 뭐 영어인건... ㅡ.ㅡ;; 알아서 보시라는... SRD는 공개 룰인 만큼 번역본이 있습니다.
http://cafe.daum.net/trpgnn
요 카페에서 번역중입니다. 뭐 광고하는건 아니고 가입 로긴 안해도 볼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마시죠.
SRD 본문은 자료실 -> 룰북 자료실 -> SRD Basics 번역본(hwp+chm) 입니다.
근데 마법은 프로젝트 -> SRD 번역 에서 번역중이고 몬스터는 아직 번역된게 없네요. 참고 정돈 되실거라는...
종언.
이영도 씨의 드래곤라자는, D&D의 Product Identity는 어긴 내용이 없습니다. 머 제가 드라 읽어본 기억으론 없는거 같군요. 해서 OGL 라이센스를 달면 깔끔하게 끝납니다. 다만 발록이 나오던데 발록은 D&D가 아니라 톨킨 재단 쪽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요건 수정하셔야 할듯...
드래곤라자 양장본 출간 기념으로 저작권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 경품 준다고 하는데, 이영도 팬 카페 관계자 분이 이 게시물 보고 도움이 되시면 콩고물이라도 쫌 ⌒,.⌒;;;
홍정훈 씨의 더 로그는 큰일이군요. mind flayer, Yeenoghu는 Product Identity입니다. 이노그만 해도 답이 없네요. 고소 당할수 있는 부분이군요 ㅡ,.ㅡ;;
명작 게임소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에 나오는 기트얀키도 문제네요. 이거 D&D의 githyanki라는... Product Identity를 정면으로 침범했습니다. 이거 팔란티어로 새로 나오며 고쳤는지 몰겠네요.
그외 여러 소설이 있겠지만 위의 정보를 기초해서 여러분도 알아서 판단해보시라는...
세줄 요약
댄디 베끼는거 불법입니다.
댄디 베끼는 작가분들 정신차리시라는...
위의 OGL 사용 절차를 따르면 댄디 주문이나 몬스터 흔한거 정돈 베껴도 괜찮고 WotC에서도 많이많이 퍼트려주길 원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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