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킹메이커
작가 : 백화요란
출판사 :
1. 들어가며.
본작의 작가는 전작 왕이로소이다를 통해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낮은 유입, 연독 감소 등의 악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본 비평은 그 이유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기에, 일반적인 비평과는 논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2. 이미지 과잉
"......?"
"선위하고자 한다."
쿠쿠쿵!
칠순이 넘은 지금까지 성군이라 칭송받으며,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중략)
"이반 저하. 무황 나이츠 단장 아론 경께서 들으셨사옵니다."
"오. 그래? 어서 들라 하여라."
"예."
쿠쿠쿵!
기나긴 복도 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 나가다보니 어느 샌가 벌써 이반의 처소 앞에 당도해 있었다.
"이반 황자가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일세."
쿠쿠쿵!
재무 대신의 말을 듣고 아론은 큰 충격에 빠졌다.
고오오오!
걸음소리의 주인은 바로 아론.
본문 발췌부분입니다.
본작의 작가는 의성어, 의태어의 활용빈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특이한 것이 바로 저런 만화식 효과음입니다.
실제로 저러한 상황에서 쿠쿠쿵! 이란 소리가 났을 리는 없지요. 저것은 충격적인 신의 배경을 번개나 폭풍으로 처리하는 만화식 기법입니다.
소설의 장점은 묘사입니다. 만화가가 쿠쿠쿵! 거릴 때, 소설가는 그것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직접 묘사를 해줄 수 있습니다. 소설이 만화식 기법을 흉내내서는 이미지가 있는 만화를 이길 수 없습니다.
소설의 장점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소설가는 자신의 표현이 유효한지, 장면을 극대화시키는지, 어휘가 중복되진 않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묘사(?)는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나쁜 매너리즘입니다.
3. 어조 과잉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저리도 눈치가 없답니까? 다른 기사들은 어? 하다 못해 몸종들까지도 제가 형님과 단 둘이 있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아무말 없이 빠져 주더만! 하아!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자네와 농이나 하자고 왔을까?"
"크흑!"
파즈즉!
재무 대신이 반쯤 남은 담배를 비벼 끄며 씁쓸히 말을 이었다.
본문 발췌부분입니다.
하아! 크흑! 파즈즉!
본작은 전체적으로 느낌표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그 백미가 바로 이런 표현들입니다.
느낌표는 절제될수록 강해집니다. 강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고 하여 느낌표를 남발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에 따른 어조의 차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표현을 하더라도 어떤 이는 강하게, 어떤 이는 조용하게 말을 합니다. 그러나 본작의 인물들은 어조의 개성이 거의 없습니다. 모두들 구령이라도 붙이고 싶어 안달난 것 같습니다.
어조 과잉을 자제해 주세요. 그리고 인물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주세요.
4. 디테일이 없는 묘사
재무 대신이 조금 헛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대사]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은 모두 끝났다는 듯, 재무 대신이 몸을 돌려 나아가려 했다.
그러자 한동안 머리가 복잡해진 표정으로나 침묵하고 있던 아론이, 갑자기 재무 대신이 말했던 것들 중에서 온건파들을 믿어 달라는 말을 떠올리곤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대사]
아론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춘 재무 대신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표정을 조금 찡그리다, 이내 복도 옆으로 나있던 정원에서 예쁘장하게 깎인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참새들을 바라보곤 차분히 입을 열었다.
[대사]
그것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린 재무 대신이 천천히 걸어갓다.
아론은 그가 온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발을 떼지 못한 채 자리를 지켰고, 한동안 그 몸만을 위태롭게 떨어대다, 본래 가고자 했던 황제의 처소로부터 몸을 돌렸다.
본문 발췌입니다.
이 작품의 묘사는 거의가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인물의 동작을 설명하고, 사건을 요약합니다. 그리고 사이사이 대사가 들어가죠. 본작은 소설이라기보는 만화나 대본에 가깝습니다. 극화체로 쓰여진 사극 대본이죠.
- 아론은 침묵했다. 재무 대신의 비평은 너저분했지만, 없는 말을 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아론은 그가 온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발을 떼지 못한 채 자리를 지켰다. 이따위 것이 비평이라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디테일이란 별 것 아닙니다. 단 한두문장이라도 상투적인 설명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인물과 세계에 몰입하게 해주는 특별한 심화요소. 본작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읽는 내내 딱딱한 대본을 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묘사의 디테일을 보여주세요. 소설이 팔딱팔딱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끔.
5. 마치며.
본작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이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이 어땠으며, 분위기는 어떠하였는지 머릿속에 아주 선명한 사진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지만으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지나 스토리를 떠올리는 능력은 좋은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소양입니다만, 나아가 좋은 작가가 되려면 기술적인 숙달도 필요합니다.
작문은 어엿한 하나의 기술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 본작의 작가는 저 삼요소 중 다독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장과 묘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만큼 읽는 공부도 병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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