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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컬트 게임 판타지라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인, 거대한 시설과 기구들을 이용해 제한 된 공간에나마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을 근거로 가상현실을 짰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다만 글에 투박한 점이 좀 있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그것들을 지적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한 부분을 발췌해보겠습니다.
돈줄을 대주는건 그간 고마운 일이었으나 한 가지만을 명령할테니 무슨 일이든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이렇게 뻔뻔스럽게 어기다니, 어이가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로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에 있어서 회장의 말에 요목조목 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만을 명령할테니 무슨 일이든 간섭하지 않겠다는건 잊으시진 않으셨겠죠? 한 가지 만을,”
“예,”
“만약 따질 것이 있다면 모두 잘라버리겠소, 당신 말고도 개발진 모두를.”
우선 대화 부분을 봅시다. 누가 어떤 대사를 하는 것인지가 매우 헷갈립니다. 첫번째 대사는 존댓말로 되있고 이미 언급 되었던 ‘한 가지만을 명령할테니 무슨 일이든 간섭하지 않겠다’ 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부하가 한 대사라는 것을 짐작가능합니다. 그런대 그 후 “예,” 라는 부분이 갑자기 포함되고 “만약 따질 것이 있다면 모두 잘라버리겠소, 당신 말고도 개발진 모두를.”이라는 대사가 나오니 누가 무슨 대사를 한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 장면은 부하와 회장 말고 제3자가 존재한다는 언급이 없었으니 이 둘만의 대화일텐데, 부하의 대사 다음에 나오는 대사는 자연스럽게 회장의 대사일 것이라고 짐작가능합니다. 그런대 회장의 대사일 것이라 짐작가능한 대사가 “예,” 입니다. 응? 순간 혼란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다음 대사로 넘어가니 부하의 대사일 것으로 짐작가능한 것이 “만약 따질 것이 있다면 모두 잘라버리겠소, 당신 말고도 개발진 모두를.” 입니다. 응???? 극도의 혼란에 빠집니다. 물론 조금만 유의깊게 보면 “예,”라는 대사는 정말 미스테리이지만 첫번째 대사가 부하의 대사고 세번째 대사가 회장의 대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독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중간의 미스테리한 “예,” 대사를 뺀다면 정말 훨씬 더 낫아질 것 같습니다. 사소한 흠인 것 같지만 심장에 사소한 돌맹이가 박히면 사람은 죽는 법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미 그전의 글 곳곳에서 비틀려진 형식과 투박함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 게임은 일단 계획했을 때부터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라는 문장을 봅시다. ’계획했을 때부터‘라는 부분은 ‘계획되었을 때부터(아니면 계획됬을 때부터)’라고 되야 합니다. 또한 이 문장은 문단의 첫문장이니 문단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그 다음 문장이 첫문장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의 다음 문장은 전 문장과 조금의 연관도 없는 ‘중소 게임업체인 릴리스 게임사에서 2013년에 비밀리로 오감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였습니다. 차라리 이 문단이 이렇게 되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중소 게임업체 릴리스 게임사에서 계획된 이 게임은 첫 공개발표 때 부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게임은 블라블라~~(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했기 때문이였다.
관계없던 첫 문장과 그 다음 문장을 합친 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유를 설명해보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손을 보면 투박함이 사라질만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면, ‘낯선 외지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신기하다.’ 라는 말과 ‘악마의 소굴이다!’ 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미 반응이라는 말이 한번 언급됬는대 동종인 ‘말밖에’가 한번 더 언급되서 난잡해보입니다. ‘낯선 외지 사람들은 ‘그저 신기하다.’ 혹은 ‘악마의 소굴이다!’ 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라는 식으로 겹치는 것을 없애면 문장이 더 깔끔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소재는 괜찮지만 필력이 부족합니다. 필력이 괜찮아진다면 정말 괜찮은 소설입니다. 전형적인 게임판타지의 틀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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