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상 풍파 다 겪어 여전히 나이상으로는 사회 입문 시기의 꼬꼬마임에도 성격은 전혀 귀엽지가 않습니다만 5년 전의 저는 확실히 귀여운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쭉 가지고 있었더랬죠.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와 함께 '교내 100대 미스터리' 노트를 만들어 학교 안에 존재하는 이상한 이야기 100개를 만들어보기도 했고(스무 개 정도에서 멈췄습니다만.) 여름 방학숙제로 반에서 유일하게 단편 소설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 '이거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긴데?'라며 혼나긴 했습니다만.)
그런 성장 과정을 거치다보니 자연스레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소설을 완성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근성 부족으로 스토리만 구상하고 글을 끝까지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근성없음은 상당히 오랜기간 이어져 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꼭 완성하고 싶은 스토리는 몇 개 만들어 놨습니다만 도저히 완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뭣도 없는 것이 이상만 높아서 대뜸 장편 소설을 완성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단편과 중편을 쓰며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잡는 연습을 먼저 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뜸 어림잡아도 20권은 넘을 듯한 대하 소설을 쓴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죠. 같잖은 일이지만 뭐, 그때는 귀여운 아이 시절이었으니까 용서해주도록 합시다.
그러다 스스로도 안되겠다는 걸 느꼈는지 쓰려고 했던 소설들을 모조리 봉인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간 글짓기의 기본기를 정비한 뒤 지금껏 준비했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소설로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게 바로 방금 삭제 신청을 하고 온 '개경소문이담'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앞에 '방금 삭제 신청을 하고 온'이라는 설명문을 넣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시원섭섭합니다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ㅋㅋ
아무튼 '개경소문이담'을 연재했던 건 제게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보신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형태였습니다. 이야기가 한 권 분량 정도로 마무리 지어지는 형식이죠.
장르는 '판타지'로 등록 되어 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버면 '뉴웨이브'로 등록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한 권 씩 끝나면서 계속 이어지는 게 라이트 노벨과 비슷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절대 라이트 노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라이트 노벨스럽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이걸 연재한 게 왜 좋은 경험이었냐면 일단 '이야기를 완결하는 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초반에 떡밥을 뿌렸다 후반에 그것들을 완벽히 수습한 뒤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완결을 못해서 쩔쩔매던 시절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는 다른 소설을 연재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문피아에 연재하던 '개경소문이담'이 마무리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건 마무리 짓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기에 일부러 미완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어 쓰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개경소문이담'의 가장 큰 팬은 저 자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대로 버리진 않을 겁니다ㅋㅋ)
새로운 소설은 뭘 쓸까 하다가 저는 5년 전에 버려두었던 소설들 중 하나를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결국 선택한 건 ↓이 작품이었습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931
많고 많은 이야기 중 왜 하필 이 이야기였냐면 다른 이야기들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일단 주인공이 바보입니다. 요즘은 바보 주인공이 인기가 없다는 건 알지만 저는 바보 주인공이 좋습니다. 바보 같이 희망차고 바보 같이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주인공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묵혀두었던 다른 소설들보다 주인공에게 애착이 갔기 때문에 꼭 이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만큼은 완결을 지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글 자체가 그리 길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대략 한 권 정도의 분량이 연재되어있고 길어도 네 권 정도에서 끝날 듯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부담이 없는 분량이었죠.
또한 기본적으로 저는 성장물을 좋아합니다. 바보 주인공이 이런저런경험을 하면서 조금은 덜 바보가 되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이 소설은 대단히 전형적인 성장물입니다. 용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바보 소년이 진짜 용사와 함께 살아가게 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니까요.
글이 묘사가 중심이 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이제와 이야기하는 겁니다만 '개경소문이담'은 묘사는 거의 버린 소설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과 훌륭한 묘사를 하는 것은 초보 글쟁이에게 있어서 대단히 힘든 일이었거든요.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묘사만으로 만족해야만 했죠.
하지만 이 소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저택과 정원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히 독자분들께 전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을 통해 묘사 연습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글을 다 쓴 다음에야 알 수 있을 테지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만큼은 '더 이상 나이를 먹으면 못 쓸 소설이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만 글을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이런 소설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쓰기 어려워져요. 사실 지금도 좀 늦었다 싶지만 지금이라도 쓰지 않으면 평생 못 쓸 것 같아서 쓰기로 했습니다. 이게 가장 절박한 이유였죠.
이게 이 소설의 처음이자 마지막 홍보가 될 듯 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소설 이외의 글을 쓸 때에는 기본적으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며 중언부언은 기본입니다. 나중에 맨 정신으로 다시 보면 부끄러워지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건 참 고역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홍보글 따윈 완결 날 때까지 쭉 안 쓰고 버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은 쓰는 것이 주인공에 대한 예의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은 열심히 홍보글도 올리고 추천글도 받는데 이 글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올렸다 사라져버리면 왠지 주인공이 작가를 잘못 만나서 빛을 못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일단 한 번 쯤은 홍보글을 올려둬야 나중에 변명거리가 있겠죠.
'난 노력했어! 이 소설이 인기가 없는 건 네가 노력을 안 해서야!'
라고요ㅋㅋ
보러 와 주세요.
타이틀도 새로 만들었어요'ㅡ'*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931
제목은 '영작왕의 정원'입니다.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덧붙여 '개경소문이담'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로또 당첨되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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