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갔더니 일요일이라 신간 나온게 없더군요. 삼류무사도 아직 안들어왔고해서 다른책이나 한번 볼까하고 책장을 뒤적였습니다. 십여분을 이책저책 골라봤는데 정말 비슷비슷한 스토리의 책들이 많고 남한테 권하기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있더군요. 작가분들의 책쓰는 노고야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창작의 고통이라는게 어떤건지는 간접적인 경험으로 힘들다는건 잘 알고있습니다.자식같은 작품들을 내놓았다고 생각하지만 10달을 채우지 못한 칠삭동이 아니 육삭동이도 되지 못해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왜 이런 작품들이 많은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일단 제 나이가 있는지라 젊은(?) 작가들과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게 우선 첫째 이유겠지만 그보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깊이가 없는게 많더군요.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철학이나 주제가 없고 바탕을 이루고있는 문장과 어휘력이 교과서수준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고무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작으로 꼽는 작품들을 보자면 그분들의 작품은 많은 조사를 해서 그 내용을 기반으로 작품들을 써나가는게 보통입니다.중세를 배경으로 하면서 사실은 중세의 기본사상이나 사회상도 모르고 쓰신분들도 있더군요. 소설에서야 뭔들 창조하지 못하겠느냐 하지만 중세라고 시대상을 정한 배경에는 일단 이해하기 쉽고 친숙한, 조금만 설명해도 사람들이 대충 상상할 수 있기때문에 중세를 배경으로 글을 쓰신다고 봅니다.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만화가들의 작품들은 엄청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더군요. '엠마'라는 영국 산업시대의 귀족과 메이드의 사랑을 그린 만화책이 있는데 이 만화책의 자료수집을 위해서 작가는 영국까지 직접 가서 자료를 수집해 만화책을 씁니다. 당연히 책 전반에 그 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이정도까지는 현상황에서는 힘들겠죠.하지만 자료수집정도는 하고 책을 쓰느냐 아니냐는 책에 고스란히 보입니다.
그리고 나이어리신 작가분들께 권해드리고자 하는건 국내는 물론 국외의 명작들을 많이 읽어보시라는겁니다. 몇천년묵은 드래곤의 말투가 중고등학생같으면 솔직히 몰입도 제로입니다. 교과서 수준에서 머물고있는 단어와 문장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법은 많은 책들을 읽어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글을 쓰고싶은 마음과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있다고 무턱대고 글을 쓰실게 아니라 그 소재를 살릴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하신다면 숙성된 더 좋은 작품으로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무술의 고수들은 수많은 연습을 해서 머리가 반응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반응할 정도로 형(形)을 연습한다고 합니다.좋은책들을 많이 읽다보면 서술이나 묘사는 당연히 좋아지지 않을까요? 독자로서 조금 더 좋은 글을 보고싶다는 마음에 작가분들이 마음상해할걸 알면서도 쓴소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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