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연중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는데..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밑에 글은 해명을 빙자한 제 변명입니다.
7월 중반과 후반, 그리고 8월 초에 쓴 글은 허리디스크로인한 아픔을 참고 이를 악물면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저 써야한다는 집념으로 치열하게 쓴 글이라 그런지 요 몇일 전에 원고마감을 앞두고 읽어보니 너무 무겁고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고심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다 버리고 새로 쓸 것인지...
그러던 차에 오늘 연무지동에서 좋은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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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자의 인터뷰가 나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 하나.
"작품 속에 이순신의 한때 애인이었던 여진의 죽음이 나온다. 그녀의 시체를 누가 끌고 온다. 묘사 문장을 다섯 장쯤 썼다가 모두 다 버렸다. 그리고 단 한 문장으로 바꿨다. `내다 버려라.` 그리고 그날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썼다. 너무 좋았다. 원고지 100장 쓴 것보다 나았다. 하지만 내가 쓰다 버린 것을 독자가 헤아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원고지 100장과 맞먹는 한 줄을 얻고 그는 기뻤다고 했다.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써 놓고 분량에 맞추어 줄이는 일이 가끔 있다. 이때마다 내가 정말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말을 아낄수록 글에 힘이 붙는다. 줄인 뒤에 보면 아쉽지 않고 통쾌하다. 많이 쓸수록 생각이 달아난다. 여백이 사라진다. 그는 이것을 알았구나.
《칼의 노래》를 나는 진작에 다 읽었다. 명량해전 대목에서는 그의 가쁜 호흡이 내게 그대로 느껴졌다. 아내에게 읽어보라 했더니 섬찟해서 못 읽겠다며 그만 두고 만다. 빈 속에 전철 타고 가며 읽다가 속이 메스꺼워져서 덮고 말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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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겸님께서 어디서 스크랩을 하셔서 올린 글입니다. (무겸님.. 허락없이 퍼와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고민을 끝냈습니다.
지금까지 써놓은 것을 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특히 허리의 통증을 견뎌가며 쓴 글이니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불환무위를 끝으로 작가생활(아직 작가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을 그만둘 것도 아닌데 이대로 저 스스로 실망한 글을 출간한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입니다.
불환무위 4권 출간예정일이 8월 26일입니다. 원래 원고는 저번 주에 넘겼어야 합니다.
그러나 버리기로 했기 때문에 다음 달 중순 쯤에나 나올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리셨던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돌을 던지시면 달게 맞겠습니다.
연재한 분량은 오늘 자정을 기해 삭제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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