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미없고 허무맹랑한 글읽기만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너무 진지하고, 중후하며 사람의 목을 메이게 하는 비장미가 넘치는 글들이야 말로 가끔의 머리식힘을 위해 무협소설에 탐닉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호화로운 만찬은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겠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될수록 주머니 사정은 빈한해지고, 과식으로 건강마저 해치게 되는 경우와 같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때 표사는 정갈한 보리밥정식과 같은 무협입니다.
어느 연재부분에선가 작가님이 밝히셨듯이, 습작을 쓰신다는 마음으로 연재하시는 글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야생쌈의 거칠고 씁슬한 맛을 느끼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만 참고 천천히 한 쌈식 음미하시다 보면 깔끔한 패스트푸드와, 푸짐한 정식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스스로 보게 만들고, 억지로 덩치를 불리고 실타레처럼 얽히는 것 보다는 목적이 정해진 표행처럼 그냥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내용을 보여주는 표사. 교외의 찾기힘든 맛집처럼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데에 한 표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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