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여러해 전에 PC통신에 잠깐 쓰다 버려뒀던 글을 다시 꺼내 든 건, 글이 쓰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리다 보니 예전에는 없었던 '댓글' 읽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글을 올린 다음날이면,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밤사이 올라온 댓글을 읽어보는 맛을 즐겼습니다.
어느때부터인가, 글을 읽고 싶은 형태로 써 달라는 리플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런 리플이 달릴 수 있습니다. 제 글의 이런 부분이 잘못된 것 같다는 글 내용에 대한 지적이나, 저런 방향으로 가면 더 재미있을것 같다는 제안 등등이 얼마든지 달릴 수 있는 곳이 리플입니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달 수 있는 것이 리플입니다. 가장 재미있는건 '다음에는 이리이리 할 건가 보군'이라는 식의 추측성 리플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진실과는 벗어난 방향을 가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구체적으로 이리 가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내가 가는 방향은 잘못된 길이니 얼른 저 길로 가라고 지시합니다.
싫다고 하니 건방지다는 사람까지 나왔습니다. 건방지다는 말, 아무리 기억해보려고 해도 지난 십년 이내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입니다.
'독자가 이리 가는 글을 읽고 싶다고 말하는데 너는 니 길을 가겠다고 하니 글을 쓰는 놈으로서 자세가 틀려먹었다. 독자의 말을 들어라.'는 요지의 글들도 있습니다.
이런 글들은 예외없이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더군요.
리플 하나가 아쉬운 놈인지라 로그인 없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제 연재게시판 권한설정을 해 두었었습니다. 이것이 기본상태입니다. 로그인하지 않고도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는 많은 분들을 생각해서 댓글 권한을 제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금전부터 로그인한 사람만이 댓글을 적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읽는사람이야 마음대로 읽되, 저에게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로그인을 해야만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제가 원하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글을 쓰라고 합니다. 읽는 사람 취향에 맞는 글을 쓰라고 합니다.
그게 옳은 길이라고 합니다. 그게 낫다고 합니다. 그게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무엇을 위해서요? 무엇을 위해서 제가 쓰려는 글을 포기하고 읽는 사람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하는건지요?
그게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조회수가 더 올라가고 글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십시요. 그러려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랑무협을 썼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더 쉽게 더 빨리 쓸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일부러 어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글의 방향을 '제안'하는것도 아니고 '지시'하는 것이 읽는 사람의 권리라고 말하지 말아 주십시요. 그 말로는 저를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제가 글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저에게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오늘은 출근전에 댓글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올라온 댓글이 궁금해서 컴퓨터 부팅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 오늘은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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