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엑스트라의 인격과 목숨

작성자
Lv.16 MirrJK
작성
14.08.07 16:12
조회
1,713

저는 소설 감상을 할때 눈여겨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페이지의 분량조차 할애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엑스트라들을 작가가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에 대해서입니다. 


주인공의 강함을 가늠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쓰이는 장면들 

1. 검을 휘두르자 일천명의 병사들은 바람 앞의 낙엽이 되었다. 

2. “놈은 혼자다! 죽여!” [콰쾅] “윽, 꾀꼬닥.”  


 괜히 어깨빵하고 시비 걸다가 얻어터지는 3분 요리, 아니 양아치와 산적들

1. “어이 형씨, 가진것 많아 보이는데?” [폼생폼사, 상황정리] “으악! 살려줘! 이러저러한 핑계가 있었어!” [훈계 및 가르침, 엑스트라의 유구무언] 


대충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표현들을 적어보았습니만, 저는 엑스트라의 인격과 목숨을 가볍게 보는 작품은 바로 덮어버리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상게임물에서 나타나는 엑스트라의 대우를 가장 안 좋아합니다.


-

모든 유저가 동등한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하는 게임세상. 주인공은 특출난 노가다성과 행운, 매력을 가지고 넘버원이 된다. 게임세상이면 당연히 길드 또한 존재한다. 라이트 유저들을 괴롭히는 악덕 대형길드가 등장한다. 정의의 사도인 주인공은 악덕 길드와 시비를 붙는다.

악덕길마 왈,

“공격해라!”

악덕길드원들 왈,

“우와아앙!”

주인공은 간단히 길드원들을 죽여버린다. 물론 아무 죄악감 없이. 그럴만하다. 어차피 게임속 세상이고 죽여봤자 다시 리젠될테니까. 여기서 책을 읽던 나는 반문한다. 목숨 참 가볍구나. 인격조차도 없구나.


로그아웃하면 엑스트라들도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게임에 빠져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적당히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성격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랜선인맥만으로 알게 된, 닉네임 말고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모를 길드마스터 명령에 절대복종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


이상입니다. 어느 가상게임물이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저 제 뇌리에 뿌리 박힌 선입견과 편견을 끄적여보았습니다. 때문에 소드아트 뭐시기 소설이 유행할때도 1권 읽어보다 덮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죽인 엑스트라의 명복을 빌고자 최근에 서술한 부분입니다. 초반에 빠른 전개를 위해 간단한 묘사만으로 죽여야만 했거든요.


"그 쪽지에 적힌 그놈이요. 그 놈한테 다 당한거요. 제기랄, 어젯밤 꿈에도 나왔던 놈이란 말이요. 그 날, 목오족 년 하나를 잡아갖고 마차에 실어 보냈는데 그놈이 내려왔소. 살기에 놀라 무작정 도망쳤던 앤커는 목이 졸려 죽었소. 생일을 이틀 앞두고 말이오. 앤커랑 가장 친했던 센버는 그놈에게 달려들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죽었소. 제수씨랑 작당하고 깜짝파티를 계획하느라 정신 없었던 놈이오."


엑서트가 눈을 돌리자 사이브는 험악한 표정으로 그의 멱살을 붙잡아 당겼다.


"눈 돌리지 마! 그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해줄 사람은 나만으로 부족하단 말이다! 끝까지, 찬찬히 봐! 세번째 녀석은 헤드락이다. 남부 사투리가 감칠맛 나는 놈인데 이번에 수도에서 열리는 축제때 시골에서 올라오는 부모를 만나기로 했다고. 이게 뭔지 알아? 부모 건강 챙긴다고 쟁여둔 웅담이다. 니미 씨팔! 내가 이놈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려야 되냐고!"



거짓말 아니고, 즉흥적으로 만든 설정이긴 했지만 어머니란 단어를 적는 순간 심장에 저릿했습니다. 비록 소설속이긴 하지만 엄연한 가족이 있는 사람을 죽여버렸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더군요. 그로 인해 주인공은 죄를 얻었습니다. 



아무튼 잡설로 빠지지 않게 제가 하고픈 말 남기고 마치겠습니다.


엑스트라도 사람입니다. 사람 대우 해주세요.




Comment ' 13

  • 작성자
    Lv.99 아스트리스
    작성일
    14.08.07 16:23
    No. 1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Scintill..
    작성일
    14.08.07 16:23
    No. 2

    엑스트라를 하나하나 대우해준다면, 전쟁씬에서 사상자가 수천이 나왔을 때 도대체 몇 권을 쓸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네요.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엑스트라의 역할이 간단하게 정리되는 것으로 장치의 역할을 다한다면, 굳이 자세히 다룰 이유가 없죠. 그들의 사소한 이유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이 장치의 역할을 한다면 또 그럴 필요가 있죠.

    요는 그 엑스트라라고 평가받는 잠깐 나온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던 글쓴이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달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가 악당이고, 그를 죽이는 것으로 주인공의 선함, 정의 따위를 부각하고자 했다면 그저 죽는 것으로 엑스트라의 역할과 장치는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고 절대 정의, 절대선은 없다는 표현을 위해 죽어버린 악당의 절절한 사연을 풀어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엑스트라에 그런 비중이 없다면 응당 짧게 다루어도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우울삽화
    작성일
    14.08.07 16:27
    No. 3

    자신과 관계없는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생각합니다. 자신의 피붙이, 친구, 가까운 이들을 구하기에도 벅찬 때일진대 그런 이들의 하나하나의 인생은 조명될 이유가 없습니다. 아프간에서 수해로 죽는 사람들을 우리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작품의 주된 흐름에서 벗어나는 이들을 독자가 굳이 쟤도 생명인데... 하면서 신경쓰는 것은 맥을 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파맛첵스
    작성일
    14.08.07 16:30
    No. 4

    3분요리에서 빵 터지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폐인산적
    작성일
    14.08.07 16:31
    No. 5

    엑스트라는 엑스트라니까 엑스트라로 취급당하는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BlackWha..
    작성일
    14.08.07 17:02
    No. 6

    '엑스트라'라는 존재자체가 원래 그러려고 있는겁니다.
    씁슬하지만 어쩔 수 없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김창용
    작성일
    14.08.07 17:08
    No. 7

    적군의 엑스트라 보다는 우리 아군의 엑스트라는 보통 챙기는 편이죠. 적군은 이름까지는 해주고 적군 엑스트라 인생까지 해주는건 별로 없지요.
    장영훈님 글에는 아군의 엑스트라인생과 적군인생까지 어느정도 다 표현해주시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6 카르니보레
    작성일
    14.08.07 17:42
    No. 8

    그런데 제가 장영훈님 작품은 [천하제일]과 [패왕연가]밖에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거기서 나오는 적 캐릭터들은 그저 주인공을 띄워주는 허수아비 이상의 느낌은 잘 나지 않더군요. [천하제일]같은 경우는 정말 실망인게, 적 캐릭터들의 설정면면이면 더욱 격렬한 연출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거 같은데도 정말 허무하게 경험치 치부해버렸다는 느낌? 주인공의 비범함을 연출할 뿐이지, 주인공이 시련과 역경을 넘는 모습에 대한 연출은 부족했던 거 같아 아쉬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상 딴 이야기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김창용
    작성일
    14.08.07 17:50
    No. 9

    천하제일과 패왕연가는 네이버웹소설에다 연재 한걸로 지금까지 써오신거하고는 약간 달라요. 네이버에서 원한건지 로맨스를 자꾸 집어넣으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주인공도 특수부대나 특수단체 위주였던 주인공에서 좀 바꼈죠.

    장영훈님이 쓰신 보표무적, 일도양단, 마도쟁패, 절대군림, 절대강호는
    제가 본 글중에 정말 탑에 꼽을정도로 수작이라고 말할수있어요.
    또 절대강호를 빼고 나머지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요.

    장영훈님 글이 좋은점이 주인공은 드러나 있지 않아요. 항상 뒤에서 움직이는 주인공을
    그리시죠. 근데 보통 뒤에 숨어있는 주인공을 책으로 하는 글들이 너무 숨으려고 하고
    답답해 죽을거같은 글이 많은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특수부대나 특수단체의 이야기를 잘 끌어내셨고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수하들, 그리고 잠깐 나오고 안나오는 무인이 아닌 일반사람들의 삶 이야기 까지
    끌어내셨어요.

    정말 사람사는 냄새나는 글이에요!
    그 중에서 일도양단 개추천합니다 ㅋㅋ다른건 몰라도 일도양단은 진짜 개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카르니보레
    작성일
    14.08.07 17:37
    No. 10

    마루야마 쿠가네의 [오버로드]를 보면, 단역으로 나오는 악역이나 엑스트라 같은 이들도 꽤나 세심하게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물론 주캐들을 위해 엑스트라로 나오는 이들의 비중이 적은 것은 필연적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오버로드]라는 작품이 유린물이라 주인공들에게 당하는 자들이 어떤 심경인지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런 점에서 배려가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병선
    작성일
    14.08.07 18:24
    No. 11

    첫번째 녀석과 두번째 녀석은 그냥 언급없이 죽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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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8 니르바슈
    작성일
    14.08.07 18:40
    No. 12

    사람이 순간적으로 인지가능한 수는 7~8정도 라네요. 그래서 등장인물이 늘어나면 힘들어집니다. 저는 조연과 적대인물의 성격을 보는데 보다보면 다 비슷하고 살아있지 않은 그냥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나 혹은 모두 작가의 분신인경우는 보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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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14.08.07 21:35
    No. 13

    MirrJK님의 인도주의적 성향을 존경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게임 중에 적을 죽이는 것도 심리적으로는 살인이 될 수 있어서 게임을 많이 하면 죽이는 일에 죄책감도 없고 누군가를 적으로 판단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죽이는 일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합니다. 몇 주 전 임병장인가, 소대원들을 총으로 쏘아죽인 사건에 대해 게임의 영향이 있다 없다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죠. 저는 영향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지만, 주인공이 부자가 되었을 때 독자가 (일시적으로 현실에서 부자가 된 듯) 만족감을 느끼듯, 적을 죽였을 때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요. 그 적이 가상인물이기 때문에, 아마 사냥터의 동물이 죽는 정도 만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지만요 조금은 죄책감도 느끼는 것이고요.... 최근 추천한 강호성전록을 보면서 악독한 주인공을 100% 응원하지는 못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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