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설 감상을 할때 눈여겨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페이지의 분량조차 할애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엑스트라들을 작가가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에 대해서입니다.
주인공의 강함을 가늠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쓰이는 장면들
1. 검을 휘두르자 일천명의 병사들은 바람 앞의 낙엽이 되었다.
2. “놈은 혼자다! 죽여!” [콰쾅] “윽, 꾀꼬닥.”
괜히 어깨빵하고 시비 걸다가 얻어터지는 3분 요리, 아니 양아치와 산적들
1. “어이 형씨, 가진것 많아 보이는데?” [폼생폼사, 상황정리] “으악! 살려줘! 이러저러한 핑계가 있었어!” [훈계 및 가르침, 엑스트라의 유구무언]
대충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표현들을 적어보았습니만, 저는 엑스트라의 인격과 목숨을 가볍게 보는 작품은 바로 덮어버리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상게임물에서 나타나는 엑스트라의 대우를 가장 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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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저가 동등한 스타트라인에서 시작하는 게임세상. 주인공은 특출난 노가다성과 행운, 매력을 가지고 넘버원이 된다. 게임세상이면 당연히 길드 또한 존재한다. 라이트 유저들을 괴롭히는 악덕 대형길드가 등장한다. 정의의 사도인 주인공은 악덕 길드와 시비를 붙는다.
악덕길마 왈,
“공격해라!”
악덕길드원들 왈,
“우와아앙!”
주인공은 간단히 길드원들을 죽여버린다. 물론 아무 죄악감 없이. 그럴만하다. 어차피 게임속 세상이고 죽여봤자 다시 리젠될테니까. 여기서 책을 읽던 나는 반문한다. 목숨 참 가볍구나. 인격조차도 없구나.
로그아웃하면 엑스트라들도 현대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게임에 빠져사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적당히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성격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랜선인맥만으로 알게 된, 닉네임 말고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모를 길드마스터 명령에 절대복종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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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어느 가상게임물이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저 제 뇌리에 뿌리 박힌 선입견과 편견을 끄적여보았습니다. 때문에 소드아트 뭐시기 소설이 유행할때도 1권 읽어보다 덮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죽인 엑스트라의 명복을 빌고자 최근에 서술한 부분입니다. 초반에 빠른 전개를 위해 간단한 묘사만으로 죽여야만 했거든요.
"그 쪽지에 적힌 그놈이요. 그 놈한테 다 당한거요. 제기랄, 어젯밤 꿈에도 나왔던 놈이란 말이요. 그 날, 목오족 년 하나를 잡아갖고 마차에 실어 보냈는데 그놈이 내려왔소. 살기에 놀라 무작정 도망쳤던 앤커는 목이 졸려 죽었소. 생일을 이틀 앞두고 말이오. 앤커랑 가장 친했던 센버는 그놈에게 달려들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죽었소. 제수씨랑 작당하고 깜짝파티를 계획하느라 정신 없었던 놈이오."
엑서트가 눈을 돌리자 사이브는 험악한 표정으로 그의 멱살을 붙잡아 당겼다.
"눈 돌리지 마! 그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해줄 사람은 나만으로 부족하단 말이다! 끝까지, 찬찬히 봐! 세번째 녀석은 헤드락이다. 남부 사투리가 감칠맛 나는 놈인데 이번에 수도에서 열리는 축제때 시골에서 올라오는 부모를 만나기로 했다고. 이게 뭔지 알아? 부모 건강 챙긴다고 쟁여둔 웅담이다. 니미 씨팔! 내가 이놈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려야 되냐고!"
거짓말 아니고, 즉흥적으로 만든 설정이긴 했지만 어머니란 단어를 적는 순간 심장에 저릿했습니다. 비록 소설속이긴 하지만 엄연한 가족이 있는 사람을 죽여버렸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더군요. 그로 인해 주인공은 죄를 얻었습니다.
아무튼 잡설로 빠지지 않게 제가 하고픈 말 남기고 마치겠습니다.
엑스트라도 사람입니다. 사람 대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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