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정훈 작가를 좋아한다.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와 잔혹하지만 현실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홍정훈 작가의 작품들, 비상하는 매, 더 로그, 월야환담 시리즈 등을 사놓았고 지금도 틈틈히 읽곤 한다.
그리고 이번에 홍정훈 작가의 신간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를 구입하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것들은 모두 대여점에서 나돌던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교보문고에서 주문한 신품이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책을 펼쳐들었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문피아에서 연재했을 때와는 약간 다르게 편집되어 있었다. 특유의 입담과 유머를 죽여놓은 느낌, 그렇다고 아예 진지 소설로 전향한 것도 아니었다.
또한 몇몇 에피소드가 삭제되어 있었다. 킬워드가 마이아, 카탈린과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이 아예 빠져 있었다. 혹시 이거 파본이 아닌지 앞뒤로 살펴보았을 정도다. 뭐 그것까진 좋다. 하지만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실제 그 장면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내용을 뺐으면 그걸 잘 편집해서 봉합을 해야 하는데, 뺀 상태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케릭터의 개성이 명확하지가 않다. 비상하는 매의 페르아하브와 뤼킬란, 더 로그의 카이레스, 디모나, 보디발, 펠리시아, 메이파, 월야환담 시리즈의 세건과 실베스테르, 팬텀, 사혁 아키블레이드의 우진, 레노아, 세븐즈리그의 7장군, 그에 맞서는 어둠의 여왕 등의 케릭터는 각각의 작품에서 강렬한 개성을 자랑하며 화려하게 빛났다.
유감스럽게도 각탁의 기사에는 그런 개성이 없다. 킬워드 혼자 고군분투할 뿐 다른 이들의 존재감은 희미할 뿐이다. 그나마 킬워드의 부하인 루크, 마이아, 카탈린과 맥더프는 그나마 낫지 원탁의 기사는 좀 잘싸우는 기사 1, 2 이런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홍정훈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보이기에는 다소 실망스럽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