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준후
작품명 : 천마검엽전
출판사 : 청어람
여태까지 나왔던 ‘천마’라는 마교의 시조를 다룬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이제는 나오지 않는 ‘지존록’에 숨겨진 ‘지존마’의 모습이 떠오르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지존록에 ‘절대천마’는 강자이긴 하지만 지존마에 비하면 포스가 많이 떨어지죠.)
‘나는 혼돈에서 태어난 만상의 파괴자, 천마다.‘
소설에 등장하는 파괴와 살육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주인공의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천마’라는 인물을 진짜 신으로 만들어버렸던 뭐한 소설과, 마와 파괴의 종사가 아닌 음산귀계에 대가로 만들어놓은 뭐 소설과는 다른 화끈함이 소설 후반부에 넘쳐납니다. 절대자란 이렇다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압도적인 독보의 주인공을 상대할 마지막 보스가 있긴 있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내정되어있던 보스이긴 하지만, 힘들게 이겨내는 장면은 절대적인 존재감을 조금 깍아내렸습니다. 물론, 마지막 보스가 없이 끝나버렸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실망감을 주었겠지만...
천마검엽전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철혈무정로‘라는 2부격인 1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연결부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운명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을 위해, 운명을 거스르겠다는 건 이해를 하겠습니다. 다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적습니다. 정말이지 1권에 복선으로 깔아둔 운명이 다입니다. 인간의 감정을 넘어섰다는 검엽에게 나름의 다른 이유를 붙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뜬금없이 사랑에 빠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것도 괜히 분량을 늘려 이러저러해서 좋아하게 됐다 라는 이야기가 쓰여졌다면, 남자다움으로 가득했던 소설에 해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쓰고 보니 아쉬웠다는 말이 주가 되었지만, 보스든 연인이든 그렇게 쓰여지지 않아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뭔가 아쉽다는 뜻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게 할 만큼 빠져서 읽었다는 의미겠지요.
이제는 철혈무정로를 손에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2부격인 철혈무정로를 먼저 썼다는 건 이미 천마검엽전의 스토리를 모두 생각해놨다는 것이겠죠. 그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이긴 하겠지만, 고검엽이 남긴 절대적인 존재감의 여운을 초반 철혈무정로의 아직은 미숙할 터인 주인공이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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