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길조
작품명 : 숭인문
출판사 : 발해
요즈음엔 제 입맛에 맞는 무협소설을 찾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주로 설봉,용대운 작가님 같은 분들의 진중한 면을 좋아했던 저로서는 이제 구무협과는 너무 달라져버린 신무협의 세계가 와닿지 않아서였을까요. 그러다가 극찬이 자자한 숭인문을 접했습니다.
처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 작품 잘 골랐군.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1권에서는 작가님이 '사람을 참 잘 그린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 미리니름에서 보았던 바로는 인물마다 개성이 두드러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생각나 끄덕이며 보기도 했고, 또 인물들이 훈련도중에 욕설을 하는 모습이나 사제를 놀려주는 모습에서는 무협의 진중함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혼자 킥킥 웃었더랬죠.) 그러나 2권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다소 지루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콕 찝어 말하자면 스피디한 전개감이 없다고 할까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데 그들이 하는 역할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천지회가 등장하면서 대체적인 세력구도는 그려지는 판국이지만, 너무 큰 줄기만 잡는 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아직 3권을 읽는 중이고, 작가님께서 수많은 밑바탕을 깔아놓고 큰 사건을 만들어내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흡인력이 부족하달까, 책을 손에서 놓기가 싫은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잠시 다른 일 하고와서 봐도 괜찮을 듯하달까..) 그리고 왠지 군림천하와 비슷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이건 제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생각해보면 '아..' 하고 아실 듯 싶습니다. (아니면 죄송^^;!!) 한가지를 더 짚어보자면, 비밀스러운 조직이 있고 고놈들이 또 사람의 이성에 관여하는 단약을 쓴다는 점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왠지 진부하달까요.. 무협이란 것이 참신한 것보다는 한정된 소재 내에서 작가의 필력에 따라 책의 우열이 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지만..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전 이 작가님을 처음 뵈었고, 기존 작품들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재검법은 11성이지만, 절기는 미완성인 느낌이랄까. 아마 흡성대법이 필요한 것일지도...
감상평을 쓰다보니 아쉬운 점만 주절주절거린 것 같아 스스로도 뜨끔하네요. 아마 훨씬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인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이런 비평에도 불구하고 숭인문은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내용이 탄탄하단 면에서, 그리고 인물들이 똑 부러진단 점에서. 일단 나온 6권까지 읽어볼 생각입니다 ^^; 숭인문을 다 읽고나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까지 찾아볼 만큼 저를 매료시켜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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