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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5 카르니보레
작성
14.06.29 22:50
조회
3,684

제목 : 왕도사전

작가 : 검미성

출판사 : 파피루스


 루에아이스님이 어떻게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왕도사전에서 세계관이나 그런 것은 현재까지 큰 오류없이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오류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던 거 같습니다.


 일단 도교나 불교의 세부사항은 세세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왕도사전에서는 현실과는 어느 시점부터 다른 식으로 분기된 가상세계관이기 때문에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총의 등장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현실의 역사로 치면 원나라 11년에는 이미 금속총신을 가진 '동화창'이라는 녀석이 등장했었습니다.


 금속제 총신 중에는 가장 오래된 녀석이지만 엄연한 총입니다. 게다가 그 모양을 생각하면 왕도사전의에서 묘사와도 들어맞는 점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미지는 여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동화창.png


 그리고 분타주 같은 게 여타 다른 무협지에서 이리저리 피라미 취급받는데다, 왕도사전에서도 분타주 타걸개가 주인공 왕삼에게 쉽게 당하니 별거 없는 지위로 생각되기 쉽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조직적으로 거지 백명 이상을 손가락으로 부리며 맘만 먹으면 노상강도짓도 태연히 할 수 있는 지위가 어떻게 별거 아니겠습니까. 대충 이미지를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시' 정도는 아니더라도 '구' 정도의 영역을 주름잡는 조폭 두목쯤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지위에 있다면 명색이 거지라 해도 숨겨둔 재산도 꽤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죠. 뭐하면 앵벌이 삼아 약탈하면 되는 거고.


 개방이 모든 부하에게 총통을 나눠주는 식은 불가능하더라도, 분타주쯤의 간부가 자기 재량으로 구식 총통을 손에 넣는 거 자체는 딱히 무리한 설정도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진무대제에 대해 말하기 전에 언급하자면 중국은 원래 그 시대상 연락수단에 비해 땅 덩어리가 넓어서 대대로 지방 호족들의 힘이 큰 나라였다고 합니다.


 황제가 아무리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 힘이 아주 구석구석 세세한 거 하나까지 제약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대놓고 군세를 모아 반역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 지방에 한해서는 지방 유력자들이 자기 재량으로 권세를 펼칠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하물며 지금 확실히 언급된 것은 아닌 거 같지만 왕도사전에서의 황제의 권력은 그렇게까지 크게 묘사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한 지방의 시시한 사이비 종교에 관해서는 알더라도 크게 신경 쓸 여유가 없겠지요.


 그보다는 중앙의 실질적인 권력자들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바쁠텐데. 알고도 그냥 천민의 미친 헛소리이거니 하며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진무대제가 진짜 반역의 의지가 뚜렷하고, 그에 걸맞을 세력을 가졌다 싶었다면 이야기는 틀렸겠지만.


 추가로 말하자면 지방호족이 좀 힘있다고 들고 일어나 아무나 황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지방호족 수준의 힘을 넘어서 그에 걸맞는 명분이 있어야죠.


 거기에 실제 그들은 자기 세력권에서는 왕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기 기득권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하지, 황제가 되고 싶다고 과욕까지 부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삼국지를 보아도 수많은 군웅할거가 있었지만, 실제 황제까지 욕심내었다기보다는 그저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집중하는 느낌이 대부분이었지요.


 우표처럼 자기세력만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고, 애초에 황제까지 넘보았던 자들은 소수였던 것으로 합니다. 유비조차 삼국지에서 명분상으론 처음부터 황제를 넘보았던 인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왕도사전에 등장하는 손지풍은 확실히 인격적으로 문제가 심한 인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삐뚤어진 것에 대한 개연성에도 일단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는 아마 원래는 백지처럼 순수한 인물이었겠죠. 하지만 천사가 악마가 되듯, 백지가 쉽게 잉크로 검게 물들듯이 믿었던 것에 대한 심한 배신감에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무공만을 중시하게 된 것일 겁니다.


 또한 자신의 칼이나 검술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밤중에 몰래 사람을 베는 행위는 일본에서는 '츠치키리'라고 해서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적도 있었다 합니다.


 그리고 이왕 베어버릴 거면 아무 연관없는 사람보단 자기한테 밉보인 원한 있는 사람을 베는 것이 훨씬 동기부여도 되고, 의욕도 나지 않겠습니까? 그의 그런 원한은 도동이나 자신의 동기들을 몰래 죽였다는 대목에서도 드러납니다.


 화산파의 설매자의 경우는 작중에서 팽형옥에 의해 저평가되는 감이 있고, 아직 등장하지는 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격적으로 소인배일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설매자는 현 시대의 화산파 최고수이자 장문인은 아닌 거 같지만 그에 준할 정도의 웃어른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괴물같은 인간들에 비해 약할 뿐이지, 그도 사실은 한 때 최고 수준의 무재였으며 최소한 배분이 높은 화산파 어르신의 수제자였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매자의 그 극단적인 면은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 가장 크겠지만, 당시 설매자의 젊은시절의 시대풍조 자체가 학문보다는 무력을 더 중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왕도사전 1권에서 보면 소박한 유풍으로의 회귀다 뭐다 하는 풍조가 일고 있다고 언급하는 서술이 있습니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그 전 시대의 학문을 주로 다루는 식자층이 매우 부패했던가, 아니면 매우 약해져 있던가 둘 중 하나였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쪽이던 시대가 학문보다 무력이 더 큰 힘을 발휘했을 터이고, 그런 경우 보통 시대가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그리고 시대가 혼란하면 집단으로서 믿을 것은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무력과 재산이겠죠.


 설매자는 그런 시대의 풍조에 따라 무공에만 올인했고, 그 나름의 성과가 있었기에 화산파에서는 그런 그를 나무라지 않고 지지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구나 설매자는 당시 그 도덕경 한줄도 읇어본 적 없을 대선풍이라는 난봉꾼과 훗날 천하제일인이 되는 남궁원를 모두 지켜보며 살아왔던 인물입니다. 그러니 설매자가 상대적으로 학문을 경시하면서, 개인의 초월적인 무공을 동경하게 되었으리라는 것도 일단 짐작은 가능합니다.


 더불어 머리에 들어가는 게 있으면 몸이 둔해진다는 것 자체는 미신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문무겸비라고 해서 양쪽을 모두 가질 수는 있어도 그래서는 일반적으로 어느 한 쪽도 대성하기는 힘드니까 결과적으로는 아예 틀린 소리도 아니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검선 남궁원의 경우 그는 엄청난 거구라는 서술이 있습니다. 그 묘사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그는 아마 대충 생각하면 현실세계에서 2미터를 가볍게 뛰어넘는 키를 가진 우람한 보디빌더급의 근육질 몸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도 간과하기 쉽지만 이 시대상에서 일반적인 동양인은 성인 남성이라 해도 150-160 정도의 키밖에 되지 못합니다. 이것은 의학과 식량사정에 의해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것을 고려하면 그 시대에서 남궁원이 어떻게 보일지 짐작이 갈겁니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보다 최소 50cm 이상 큰 키에, 체구마저 온몸이 터질 듯한 근육질을 하고 있는 거한을 올려다본다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그런 그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검은 얼마나 작고, 또 가늘디 가늘어 약해보일까요. 그러니 남궁원은 진실로 자신의 온힘을 담을 수 있는 대검은 등 뒤에 지고, 나머지 옆구리에 차는 검들은 예비용 겸 투척용으로서 가지고 다니는 것일 겁니다.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검 숫자가 많았다 해도 무게로서 큰 제약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실 검 많이 가지고 다니기로는 연개소문이라는 실제인물도 있는 것으로 알고요.


 그리고 왕삼이 손지풍을 구한 것은 반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었습니다. 거기서 내놓고 구하지 않거나, 죽게 만들었으면 나중에 화산파와 척을 질 가능성도 있었죠. 당시 왕삼으로서는 다른 도교 문파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으니 그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반적인 무협이나 판타지에서는 사람 목숨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소시민이 눈앞의 죽어가는 사람을 냅두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상대가 감정적으로 웬만큼 원수지간이 아닌 이상에야 눈앞에서 살릴 수 있는 거 안 살리면 괜히 죄책감이 들어서 괴롭거든요. 그리고 왕삼은 설정된 인물상에서 눈앞의 살릴 수 있는 인명을 확 생깔 정도로 독한 인물이 아닙니다.    


 주인공 왕삼은 자신도 생각하듯이 가진 힘과 명성이야 어쨌든 평범한 소시민적인 느낌이고, 실제로 안빈낙도의 삶을 진심으로 즐기며 그렇게 살길 원하는 인물입니다.


 당연하지만 모든 것에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그런 성인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약함을 자각하고, 또 자각하려 하고, 그렇기에 타인의 약함에 매정해질 수가 없어 아무래도 물러지고 마는 그런 인물인 것이죠.


 루에아이스님의 경우는 아마 왕삼의 그런 면과 더불어,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향까지 더해 '권선징악'이나 '협'이 강조되지도 않고 대리만족을 시켜줄 호쾌한 맛도 없는 것이 맘에 들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루에아이스님이 평하는 도와 정이 떨어진 이 시대상이기 때문에 왕삼이란 캐릭터가 단연 돋보이고 빛나는 것일 겁니다. 왕삼과 완전히 대비되는 그의 전생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는 것일 겁니다. 과연 이런 시대에서 이런 강하지만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약한 면이 있는 소시민적인 왕삼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아 어디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을 말입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61 미궁신군
    작성일
    14.06.30 02:16
    No. 1

    루에아이스님은 아마 명교(마교) vs 구파일방의 기존 한국 신무협 설정에 익숙하것 같더군요.
    인물성격도 정파는 협의나 협의를 가장한 위선자 마교는 피에 미친 마인이나 투사, 아마 이렇게 확연하게 구분되는 걸 좋아하시는 듯..
    저도 이렇게 알아보기 쉽고 읽기 쉬운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왕도사전처럼 인간 바닥을 드러내는 인물관이 더 좋더라구요. 키르기스님 감상평 쓰신걸 보면 정구작가님 무협소설이나 좌백님 비적유성탄 한상운 작가님 무림사계를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4.06.30 09:13
    No. 2

    루에아이스님은 그냥 자기 취향 아니라는거지 비평글은 아니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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