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꽃힌 투로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손에는 빌려온 마지막권이 들려있습니다.
그래도 뱉고 싶은 말이 있기에 마지막권은 막 주문하는 참입니다.
장문의 글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다, 무협을 생업으로 삼는 작가와 무협을 즐거움으로 삼는 독자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걸 알아버렸기에 장고 끝에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있기에 말 할 수 있는만큼만.. 이 것이 악수가 될진 알 수 없지만요..
일엽편주 속에서 풍랑에 허덕이는 진솔을 보면서, 그래도 무릎 짚고 일어나 닻줄을 휘어 잡아 주길 기대했습니다. 배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외쳐주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차디찬 역사 속에 매몰되어버린 진솔을 바라보면서 작은 일탈이 낳은 기적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싸움의 길에 끝에 남은 애낳고 잘사는 스토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 않은 것은 왜일까요.
이제는 실패한 실험이 되어버린 글 위에 버려진 패인 앙화의 모습이 아른거려 겹칩니다. 뱃 속의 아기는 진솔의 아기였다고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잊지 말아 달라고 외치는 그녀를 보면서, 이미 빈껍데기가 되어버린 진솔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만 쉬이 입술이 벌려지지 않습니다.
진솔이 처음 한 걸음을 내딪었을 때 역사는 거대한 벽이었지만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풍파에 허떡이고 먼지를 씹고 있어도, 언제가는 푸른 하늘을 볼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휙돌아서서 차가운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려, 원래 그랬다고 연대표를 가리키는 역사입니다. 니가 그랬잖아 라는 말에 내가 그랬던가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끄덕이며 납득해 보려 하지만, 어딘가 한구석에 미진함이 남아 글을 적습니다. 빈털털이 투자자가 허공에 주먹질하듯 그렇게 허공에 주먹질해봅니다. 그리고 찢어진 주식 조각을 어디에 놔두어야 할 지 골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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