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을 맞이해 구입한 책입니다. 일전에 3권까지 읽었지만, 다시 구입해 감상하니 몇 가지를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약간은 흐릿하게 기억에 남은 이유까지도...
개인적으로 [무상검]의 가장 큰 강점은 '개그의 빠른 속도'에 있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소설의 유머가 3-4 문장 정도로 나뉘어 앞 뒤를 연결해준다면, [무상검]의 유머는 1-2문장 정도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바람같이 사라집니다. 그 과정이 미흡하다면 어쩔줄을 모를 것이고, 진부하다면 웃을 수 없겠습니다만, 세련되고 안정되어 즐거움을 줍니다.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지는 반면, 빠져들지 않으면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준비. 3. 2. 1. 땅!"이 아닌 "땅!"정도의, 거의 '빛의 속도'니까요. 그것을 극단적으로 말해주는 부분은 도입부로써, '서장부터 주화입마당하는 주인공' 직후 펼쳐지는 '사부와의 대화'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꽤 낯설었는데, 다시 읽다보니 앞으로의 유머 패턴을 미리 알려주더군요. 너무 빨라서 흐릿한 기억만이 남아있었지만, 바로 그런 형식이 최고의 매력이었습니다.
유머에만 치중하면 얼개가 헐거워지거나 주인공이 비속해지기도 하겠지만, 유검은 '수행자이면서도 자유 분방하게 살아온 존재'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능력 면에서 지나치게 먼치킨스럽긴 합니다만, 허허로운 성격이 '절대강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을 주며 보완을 해주는군요. 게다가 의외로 '사색'적이기도 해서, '무당파'의 이름 값을 해주고요.
궁금한 것은 앞으로의 전개입니다. 가진 무공이 지나치게 탁월하니 '필생의 적수'를 만날 일도 없을테고, 태생과 신분이 특별(?)하니 '대항군'을 갖기도 힘들겠네요. 그렇다면 '구도'로 나아가 '무상검'의 최고 경지까지 올라가게 될지, '연애물'로 나아가 '뭇 여인들'과의 해프닝을 보여줄지, 혹은 '여섯개의 아이템'을 등장시키며 또 다른 세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지, 독자로써 궁금합니다. 총 9권 예정 중 절반을 넘은 5권까지 오면서,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없이 수려한 완급 조절을 보여주셨는데, 남은 권수 동안은 어떻게 이끌어가실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구입의 보람이 충분했고,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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