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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왕 6권이 나왔기에 고민 끝에 빌려 보았습니다. 사실 강호를 뒤에서 암중으로 지배하거나 강호인들을 속이고 암약하는, 그리고 종내에는 반전이라고 새로운 인물이 출연하는 그런 소설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협과 정이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끌고 가던 예전과는 다르게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소설들이 어느새 무협계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극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각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면 현 무협계의 트랜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계신 분이 아닌가 합니다. 통쾌한 주인공의 행보, 강호의 뒤에 흐르는 암류, 항상 강호제일의 미녀로 등장하는 히로인 등. 독자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 통찰력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성을 겸비한 작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6권을 빌리는데 주저했다고 말한 것은 우각작가님의 책은 사건 -> 주인공 등장 -> 일망타진 이 패턴을 고수합니다. 강호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주인공으로 귀결되고 나쁜놈들은 항상 단계식으로 등장해 주인공의 성장에 도움을 줍니다. 등장인물들은 오직 착한놈, 나쁜놈 둘뿐으로 심정의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종이에서 오려낸 것 처럼 평면적으로 깊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강호 또한 사람사는 곳일진대 대화체 또한 사람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무미건조하며 틀에 박힌 듯 합니다. 위에 나열한 이런 것들은 명왕전기로 시작해 천인혈 전왕전기, 일대검호, 십전제, 환영무인, 파멸왕까지 일관되게 고수 되어 왔다고 느낀점들입니다.
사실 장점도 위에 나열한 것 못지 않게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단점만 콕 찝어 말한데에는 우각 작가님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주제 넘을수도 있겠지만 이번 파멸왕 역시 천우진이던 소운천이던 결국 철군패가 때려잡고 끝날 것 같습니다. 작가이던 음악가이던 무엇을 창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족에 빠져 주저 앉는 순간 더이상의 발전은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각 작가님의 책은 첫 작품이 완결된 시점에서 정체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출판작가의 딜레마는 돈과 명예, 질과 양, 독자만족과 자기만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존재한다고 봅니다. 정치인, 의사 등을 포함해 모든 직업에는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 보수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각 작가님 또한 십지신마록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한단계 도약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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