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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추적자 비평입니다.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
15.05.20 03:38
조회
2,420

제목 : 기억의 추적자

작가 : PhaseWalk

출판사 : 없음

우선 안타까웠습니다.

더 이상 글을 이어갈 힘이 없다...

이게 참 글쟁이로서는 사형선고, 그것도 남이 내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내리는 준엄한 자아붕괴입니다. ...저도 몇 번이고 겪었기에 남일 같지 않지요. 하지만...

최초 업로드 이후 이제 10일밖에 안 된 글에 너무 자괴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많은 글 중 차별성 어필에 성공한 극히 일부만 초반에 반응이 폭발적인 겁니다. 저는 첫 두 달동안 일 조회수 10을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프롤조차 읽히지 않는 날도 허다했고요. 지금도 별로 펴지 못한 셈이지만 초반을 생각하면... 그러니 용기는 잃지 않으시길 바라며...

 

 

일단 비평을 원하시니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것이 틀리진 않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그럼 스스로 생각하시는 ‘문제점’ 에 대해서, 읽어본 독자의 입장에서 첨언하는 형식으로 가겠습니다.

 

 

1-1. 재미를 위해서는 풍경 묘사는 왕창 줄이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풍경에 대한 설명은 지나치고, 반대로 막상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인물에 대한 설명은 지나치게 부족한 편입니다. 본작의 묘사 자체는 평균을 넘어 많이 생각하고 다듬은 것이 역력한, 그런 정갈한 수준까지 넘볼 수 있습니다만, 독자는 시가 아닌 소설을 읽고 싶어 합니다. 소설에서의 지나친 시적 묘사는 흥미와 가독성을 쉬이 떨어트립니다.

일단 주인공에 대한 간략한 묘사,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발단을 충격적으로 선보이는 것에 초반을 할애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사건 전개에 필수적이지 않은 의미 없는 초반 풍경 묘사는 독입니다.

 

 

1-2. 중요 인물에 대한 설명은 강렬한 대사나 수식으로, 그렇지 않은 인물은 이름 같은 것은 한번만 언급하거나 아예 등장시키지 않은 편이 좋을 겁니다.

 

 

일단 초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주인공의 신상이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몇 가지 대사나 묘사, 사건이 일어날 배경이 되는 곳의 아주 간략한 정보, 그 주변 인물들의 단편적인 정보로 족합니다. 독자는 이 부분을 보고 궁금한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글을 읽습니다.

그런데 프롤은 둘째 치고, 이어지는 초반부에는 배경에 치중한 나머지 주인공의 신상이나 성격을 쉬이, 그리고 단적으로 알기 어려운 편입니다. 또한 성격을 알 수 있는 짤막하지만 굵은 대사, 아니면 내면의 정보도 꽤나 부족하고요. 내면을 묘사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형식을 고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은 알츠, 남들이 보기에는 여관에서 하릴 없이 빈둥거리는 평화로운 햔랑이지만, 사실은 이 도시의 어두운 부분에서 빛을 지향하는 해결사이지.’ 라는 식의 문장을 극초반부에 넣어주는 것이, 아침에 일어나 풍경을 바라보고 ‘우와, 이 도시는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고...’ 라는 것보다는 강렬하다는 거죠. 그런 느낌은 내가 누구인지 대충 밝힌 다음, 막간 재미를 위해서 여급을 조금 희롱하고, 일을 하기위해 나선 다음 길을 걸으며 주변을 바라보며 표현해줘도 충분합니다.

 

 

연관해서, 쓸데없어 ‘보이는’ 인물이 아무 묘사 없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1편에서, 한슨이란 인물은 아무 사전 정보도 주어지지 않고 그저 아침에 일어난 주인공에게 별 의미 없는 인사를 하는 역할로 끝입니다.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시킬 요량으로 이 인물을 등장시키는 장면을 넣어야 한다면 최소한 ‘...하지만, 사실은 ...인’ 이라는 말을 덧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주인공은 알고 있지만 세상, 즉 독자는 모르는 어떤 사실을 품고 있는 인물, 그것으로 흥미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인물은 굳이 등장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흥미를 끌 수 있는 부가 설명은 아주 짧아도 됩니다만 붙여 주는 것과 아예 없는 것과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2편에서 테라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에 대해 몇 줄을 덧붙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 녀석이 그냥 지나가는 인물이냐, 지금은 묘사되지 않아도 앞으로 뭔가를 할 인물이냐가 갈라집니다.

 

 

2. 대세에서 벗어남에 실망하지 마세요.

 

 

물론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세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대세는 다수 독자의 선택이라는 강점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기존 고전 판타지 독자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한 번 인기를 끌어봤던 장르 역시 어느 정도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피아에서는 대세가 되기 힘든 로맨스, 어렵다는 인식이 박힌 추리나 SF보다는 사정이 낫습니다.

본작은 아스란 영웅전같은,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추리형 활극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듬기 따라서 성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용기는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3. 가독성을 위해서 글의 어조와 무게를 일관성 있게 유지함이 중요합니다.

 

 

문단 전환이 시점 및 상황 변화와 반드시 맞추어지지 않는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문장 자체의 가독성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작중에서 ‘하여튼’ ‘어쨌든’ 이라는 접두어가 몇 개 보입니다. 왜 이런 접두어를 쓰는가 하면, 사건 전개의 필요에 의해 급작스럽게 장면 전환은 해야 하는데 그걸 부드럽게 해줄 마땅한 단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뒤집자면 그 전까지의 묘사는 사건 전개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어쩌면 의미가 부족했다는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작가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앞 묘사는 줄여도 됩니다.

또한 배경 표현은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울 정도로 정묘하면서도, 막상 인물들의 격렬한 행동을 표현하는 구간에서는 ‘와장창’ ‘파바바박’ ‘쾅’ ‘촤아아악’ 같은 의성어가 종종 보인다는 것은, 이제껏 진중했던 글의 무게감을 갑자기 떨어뜨립니다. 굳이 말하자면 풍경은 수채화인데 그 안의 인물은 만화 속 캐릭터가 그려진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상당수의 글에 의성어가 심심찮게 보입니다만, 또한 제 독단적인 입장이지만 그건 상황을 묘사해줘야 할 문장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냥 의성어로 대체하고 짧고 굵고 간결하다, 그렇게 애써 자부하는 궁색함처럼 보입니다.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4. 공감도를 위해서는 동기 부여.

 

 

사람들은 사연 있는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고뇌하는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갈등을 겪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여신의 이름이나 시간의 구분 같은 것은 나중에 천천히 넣어도 됩니다. 그 전에 하나의 사건 해결에 있어서, 과거의 아픈 흔적이 남아서, 내가 가진 주의사상에 따라서, 아니면 하다못해 이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서 아름다운 여급과의 하룻밤이 땡겨서라도 좋으니, 이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주인공의 동기 부여가 처음부터 강렬하게 된다면, 이에 공감하는 독자는 따라갈 겁니다.

 

 

5. 긴 호흡이라도 위기감을 부여해주세요. 

 

 

길어도 됩니다. 따라갈 가치가 있다면 독자는 1년도 기다려요. 다만 짧은 호흡의 소설이 반드시 중간에 숨을 돌리고 쉴 지점을 만들어두듯이, 긴 호흡의 글은 ‘긴장’ 을 위해서 사건의 전개에 필수적인 ‘눈에 띄는 위기’ 를 초반에 설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위기란 것은 주인공이 공격을 받았다던가, 잘 알 수는 없지만 이 배후에 뭔가 있다... 이게 위기가 아니라, 이걸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이나 타인이 X된다던가, 지금 당장 이 적이나 상황을 타파하지 못하면 다음에 더 큰 게 몰려올 거라던가, 그런 상황 설정이 위기인 셈입니다. 주인공이 ‘훗’ 하고 웃으면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닥쳐오는 위험은 위기가 아니라 그냥 방해입니다. 

일단은, 짧은 호흡이 쉴 부분이 없다는 것은 금방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긴 호흡의 위기 부재는 쌓이고 나서의 문제이니 당장 제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호흡에 대해 자신있게 갈 수 있다면, 따라오는 독자는 더 많은 분량을 원할 겁니다.

 

 

...본작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차기작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시다면 그건 작가님이 스스로 알고 있다 밝히신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대충 써갈긴 졸평이지만,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Comment ' 6

  • 작성자
    Lv.13 루피오
    작성일
    15.05.20 11:40
    No. 1

    훌륭한 비평글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5.20 14:08
    No. 2

    전반적인 소설에 대한 충고로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요?
    좋은 비평글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읽어보셨으면 할 정도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5.05.20 18:00
    No. 3

    아주 좋네요.
    본작을 읽어보지 못했으니 감히 적합성 여부를 논할 수는 없지만, 말씀하신 전제들이 옳다는 가정 하에 아주 깔끔하고 예리한 지적 같습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PhaseWal..
    작성일
    15.05.20 18:49
    No. 4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빠른 시간내로 비평글을 작성해주시다니...저는 그저 전체를 생각하고 일부를 떼어내서 글을 적어내다 보니, 성급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PhaseWal..
    작성일
    15.05.20 19:02
    No. 5

    배경묘사는 정말 정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아무래도 세월의 돌의 그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아름다움이 너무도 부러웠...하지만 너무 지나친 건 독이 되죠. 다음 작은 정말 즐겁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걸 계속 써나가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거의 1부만 해도 20~30번은 갈아엎을 정도로요. 이제 뭔가 해방되는 느낌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i태이라
    작성일
    15.06.01 13:16
    No. 6

    [인어레이나]의 이재이씨입니다
    저도 배우고갑니다.. 제 고민도 함께 해결해주신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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