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혼자 밥을 먹으려다 보니 심심해서 책을 한 권 뽑아봤습니다.
'소설 영웅문 제2부 - 영웅의 별'
바로 김영사에서 나온 "신조협려"의 국내판 제목...ㅋㅋ
제가 무협지를 처음 접한 것은 20년쯤 전인 중학생 2학년 시절이었습니다. 나름 그 전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고, 참으로 성실한 소년(?)이었는데...아뿔싸!
어느 토요일이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 한 녀석이 묵직해 보이는 종이봉투를 내밀더군요. 안을 들여다보니 아저씨 얼굴이 그려진 두툼한 책이 6권 들어있습니다.
"재미있어. 빌려줄께. 한 번 읽어 봐."
얼마나 재미있길래...하도 궁금해서 수업 시간에 1권을 꺼내 몰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적응도 안 되고 재미없더군요.
저는 그 날까지 정통역사소설과 진짜 문학책은 읽었어도 장르문학이란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준 책을 보니 역사물 같기도 한데, 왜 이렇게 쓸 때 없이 자잘한 싸움 장면이 많을까?
"야, 재미없어."
이러며 책을 돌려주려는 저에게 그 친구가 다시 말했습니다.
"날 믿고, 3권 중간까지만 읽어봐. 그러면 재미있어. 3권까지 읽었는데 재미없으면 라면 사줄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라면 얻어먹으려고...
초반이 지루한데 까짓거 재미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 참으로 만만하게 생각하고 주말 내 읽기 시작했지요.
3권 중반까지는 정말 느리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말한 3권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니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더군요. 잠도 안 자고 밤을 새가며 읽었습니다.
그 책이 바로 김영사에서 나온 "소설 영웅문 제1주-몽고의 별" 입니다. 친구가 장담한 3권 중반 부분의 내용은 바로 '곽정이 주백통과 만나고, 쌍수호박을 통해 강룡십팔장과 구음진경 무공을 펼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그 날 이후 저는 무협지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오늘 꺼내 본 '신조협려'를 비롯한 김용의 소설들은 제가 20대 때 사모은 것입니다. 한때, 절판이 되어 교보나 예스24에서 구할 수 없기에 동대문 헌책방을 몇 달 드나들며 모은 기억이 납니다.
오랜 만에 김용 소설들을 꺼내다보니 이런 옛 추억이 떠오르네요. ^^ 다른 분들은 처음 어떻게 장르소설을 접하시고 빠져들게 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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