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조성빈
작성
07.09.20 23:18
조회
785

저는 소설가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e여대 앞의 아파트고요.

제가 한참 원고 집필중이던 저녁 6시경에 창문 밖에서 굉음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e모 여대의 정문 바로 안쪽에서 대형 멀티비전과 거대한 스피커 세트를 쌓아놓고 무엇인가 공연같은 것을 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얼른 달려나가서, 그곳 행사장 앞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행사 담당자를 찾았죠.

하지만 행사 담당자는 만날 수 없고, 의류학과인가 의상학과인가의 대학원생 한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행사입니까?' 라고 물었고, 그 학생분이 대답하길 '저희 학과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 발표회입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굳이 이렇게 커다란 배경음악을 사용해야 합니까?'

'패션쇼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볼륨을 좀 줄여주십시오. 이렇게 큰 소음이라면 저는 집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부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 학생분에게, 음악소리를 줄일만한 권한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답답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행사는 언제 끝나는 겁니까?'

'지금은 리허설을 하고 있고, 본 행사는 7시에 시작하여 저녁 8시에 끝납니다. 부디 그때까지만 참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시 집필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 동안 밖에서는 그 문제의 행사가 계속되어, 굉음이 울려퍼졌고요.

시간이 지나 저녁 8시가 되었는데도 굉음은 계속 울려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면서 다시 행사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아까 대답을 해주셨던 대학원생분을 찾아서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8시 정각까지 행사를 끝낸다고 약속해 주셨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조금만이 언제까지입니까? 약속을 하셨으면 지켜주셔야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참으란 말씀이신가요?'

'8시 50분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저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그 분께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의 성함과 전화번호를 제게 남겨주시죠. 선생님 이름을 걸고 틀림없이 그 때까지는 이 행사를 종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책임을 지시라는 의미로 성함과 전화번호를 요구한 겁니다. 제 명함은 아까 드렸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저는 일개 대학원생일 뿐이라 이 행사에 대한 권한이 없습니다.'

저는 맥이 탁 풀려서 한숨을 내쉬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 총장님을 찾아뵙겠습니다. 해당 학과가 제게 이러이러한 피해를 입히고 약속도 지키지 못하였으니, 그에 대한 사과를 총장님께 요구하도록 하죠.'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저는 곧바로 돌아나왔습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그로부터 5분 뒤에 종료되었습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31 윤필천
    작성일
    07.09.20 23:20
    No. 1

    저도 신촌쪽이라...... 그런 적이 많습니다. 소음, 괴롭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흑미르
    작성일
    07.09.20 23:20
    No. 2

    마지막이 반전이네요 ^^
    축제는 하다보면 끝이 없는 법이죠..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S에스
    작성일
    07.09.20 23:23
    No. 3

    성격이 까칠하기 보다는 용감하신 것 같네요.
    보통은 시끄러워서 짜증나도 참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탈퇴계정]
    작성일
    07.09.20 23:25
    No. 4

    흠... 어찌보면 작가님께서 불쾌한 일을 당하신것 같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진행하는 대학생들이 고생한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행사장에 음량을 줄이는 권한정도도 가진 사람이 없는게 이상하네요..
    하지만... 한번 시끄럽게 소음액땜(?)했다고 생각해주세요 ^^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면귀
    작성일
    07.09.20 23:28
    No. 5

    제가 자취하고 있는곳은 술집이 넘흐 많아서 새벽...아니 아침까지 시끌벅적하답니다. 잠을 잘수가 없어..-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韶流
    작성일
    07.09.20 23:29
    No. 6

    ㅎㄷㄷ 당연하다고 보여지는..... 흠 ;ㅁ; 방법이 있긴한데..... 일단 사무실을 방음시설을 갖추고 귀에 귀마개를....... 물론 이건 매우 자주 있는 일일 경우겠지요. 두번째는 그 장소를 피하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익숙한 자리에서만 글이 쓰인다면 모를까, 차분한 곳으로 가서 바람도 좀 쐬고 그러면서 글도 쓰면 잘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 대학이 개념이 없네요. 하긴.. 저희집 뒤쪽 대학교에서 축제라도 하는 날이면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얼음집
    작성일
    07.09.20 23:37
    No. 7

    대학원생은 난감했을 것이고... 작가님께서는 요구할만한 것을 요구한 거 같네요. 역시 이런 일은 높은 사람에게 따져야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靑嵐
    작성일
    07.09.21 00:23
    No. 8

    저는 지방 출신이라 서울에 와서 놀란 게 택배가 밤 10시 넘어서 온다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택배회사에 직접 클레임을 걸었습니다만,
    지금은 이 서울이라는 데가 만성적으로 그런 모양이다 하고 생각하게 됐죠.
    어제는 추석이라 물량이 밀리는 데다 폭우 때문인지 밤 12시에 왔더라구요 ㅡ.ㅡ;;
    원래 해 넘어가면 남의 집엔 전화도 안 거는 거라고 배웠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쿨쿨zzzz
    작성일
    07.09.21 00:51
    No. 9

    아마 처음에는 8시까지 예정되었나 보군요.

    그런데 기왕 스피커 빌린 김에 놀아보자고 하다보니

    9시까지 연장시킨 것이겠고.

    아마 그대로 놓아두었다면 밤새 울렸을 겁니다.

    대학원생이라는 거 보니 스토리 뻔합니다.

    8시까지의 권한은 없었을 겁니다.

    일단 학과에서 결정된 사항이고 당연히 교수도 참석했겠지요.

    그러니 그 대학원생의 재량으로는 앞에는 손대기 힘들지요.

    그런데 8시 끝나고 교수들은 모두 퇴장하고 놀자판이 되었을때

    최고 책임자는 대학원생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시간 늘려보려 들

    었고 이후에도 놀아볼 생각이었는데 당장 총장 운운하니 입장곤란해

    졌을 겁니다. 그래서 끝내버렸겠지요.

    뭐, 대학때 생각하면 놀고 싶은 거 모르는 것은 아닌데 주거지역 근처

    대학이 그러면 난감하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悲流緣
    작성일
    07.09.21 00:57
    No. 10

    특별히 까칠하신 성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대응은 얼마든지 개인차가 있을 수가 있죠.. 저만해도 PC방에서 바로 옆자리 볼륨이 조금만 거슬리면 바로 말합니다. "볼륨 좀 낮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구요.. 하지만 그게 들을만한 음악이라면 그다지 신경을 안씁니다.. 후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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