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승옥
작품명 : 환상수첩
출판사 : 문학동네
올해에 제법 많은 수작들을 봤지만 이건 그 중 최고로군요. 최고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냥 최고.
환상수첩은 무진기행으로 유명하신 김승옥님의 단편집입니다. 순서대로 환상수첩, 다산성, 재룡이, 빛의 무덤 속, 먼지의 방이 수록되어 있지요. 이 중 먼지의 방과 빛의 무덤 속 은 미완결. 먼지의 방은 그럭저럭 완결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빛의 무덤 속은 정말 중간에 딱 끝깁니다. 그래도 재밌게 봤어요.
개인적으로 읽은 나중에 읽은 것이 앞에 읽었던 것보다 더 재밌었습니다. 저는 먼지의 방->환상수첩->다산성->빛의 무덤 속->재룡이. 이 순서대로 읽었어요.
먼지의 방- 이야기가 정말 간결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인공이 옛날에 가정교사로 일했던 곳에 있는 분이 돌아가십니다. 장례식장에 가죠. 과거의 일을 회상합니다. 고인과 사이가 좋지않은 고인의 딸을 장례식장 앞에서 만납니다. 그녀는 장례식장에 들어가지를 못하죠. 그리고 그녀는 갑니다.
좀 자세히 들어가서 그렇지, 스토리가 정말 간단합니다. 그러나 분량은 제법 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환상수첩- 한 남자가 할 일을 못 정하고 방황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고향으로 왔다가 아버지의 권유에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오죠.
굉장히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제 마음도 덩달아 쓸쓸해지는 듯.
다산성- 글이 세 개로 나뉘어집니다(?) 돼지는 뛴다. 토끼도 뛴다. 노인이 없다. 세 개는 부제 라고 할 수 있겠군요. 돼지는 뛴다는 주인공이 친구들이랑 돼지 바베큐를 먹기 까지의 이야기이고, 토끼도 뛴다는 신문기자인 주인공이 어떤 연극을 취재하러 갔다가 거기서 토끼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노인이 없다는, 어떤 노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는 아니고요. 하여튼 행동을 관찰하라는 의뢰를 받은 주인공이 그 노인을 숨어서 지켜보는데, 노인이 집으로 가던 중 사라져서 의뢰자에게 추궁당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뭔 이야기인지 감이 잘 안 잡히시죠? 읽어보시면 앎니다. 다산성 만으로도 저는 이 책을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빛의 무덤 속- 이야기가 두 개 입니다. 다산성처럼 주인공이 같은 게 아니라 이야기가 둘입니다. 자라나는 귀를 가진 사내 이야기와 신데렐라.자라.. 는 완결되었고, 신데렐라가 중간에 끊깁니다. 자라나는 사내 이야기는 한 사내가 교통사고로 귀 한짝이 날아가는데, 어느날 보니 귀가 자라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죠. 그리고 그는 마침내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냅니다.
신데렐라는 시골로 부임해온 한 젊은 여교사가 매우 외롭게 지낼 때 달님이 오후 7시에서 12시 사이에 원하는 곳을 갈 수 있게 해줍니다. 12시가 되면 다시 방 안으로 돌아오고, 한 번 가면 다시 다른 곳으로는 못 갑니다. 그냥 몸을 움직여서 갈 수는 있지만, 마법은 사용불가지요. 그녀는 친구 집에 갔는데, 집에서 아줌마가 튀어나옵니다.
그냥 재밌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재룡이- 전쟁나갔다가 정신이 피폐해진 채 돌아온 군인의 이야기.
이게 가장 재밌었습니다. 특히 재룡이가 손가락 마주대는 부분에서는 정말 너무 재밌어서 방방 뛰었습니다. 이런 적 오랜만이었습니다. 올해에는 없었던 것 같군요.
그러니까 결론은 제목에서와 같이 강력추천. 특히 재룡이는 꼭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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