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노무라 미즈키
작품명 :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 문학소녀 시리즈 4권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발행일 : 2008년 8월 7일
문예부 부장, 아마노 토오코. 이야기를 먹어 버릴 정도로 사랑하는 이 '문학소녀'가 갑작스레 서클을 쉬겠다고 선언한다! 그 이유를 듣고 기막혀하면서도 조금 쓸쓸함을 느끼는 코노하. 한편, 음악 교사인 마리야의 부탁으로 코노하와 나나세는 방과 후에 서류정리를 하면서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데….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가운데, 나나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모습을 감춘다. 필사적으로 그녀의 행방을 쫒는 나나세와 코노하. 그런 코노하 앞에 자신과 거울처럼 꼭 닮은 '천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쌉싸래하면서도 맛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시리즈 제 4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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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의 '우정'. 그리고 이번 4권의 '원작'은 뮤지컬로도 유명한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과 뮤지컬은 본 적 없고, 몇 년 전에 케이블 TV로 뮤지컬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 옥상에서 절규하던 팬텀의 노래가 꽤나 인상적이었다는 기억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지만요.
이번 권의 중심인물은 1권부터 드문드문 얼굴을 내밀며 서브 히로인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 오던 고토부키 나나세. 그녀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연인과, 그녀의 '천사'가 얽힌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토부키와 이노우에의 과거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밝혀지지요.
4권은 비극입니다. 어찌보면 2권보다 훨씬 악질적인 비극입니다. 철저하게 아리고, 기분나쁜 끈적거림이 느껴지는 질시와 증오, 그리고 자괴와 자기기만의 폭풍 속에서 독자는 그 숨막히는 괴로움에서 도무지 멀어질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어찌보면 문학소녀의 가장 큰 마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괴로워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비참하기만 한 그들의 이야기를 끈덕지게 읽어나갔을때, 마지막에 주워지는 냉수와도 같은 청명한 그 감각. 그것은 쾌감과 중독성은 마약에 비해도 좋을겁니다.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언제나 그 가면으로 상징됩니다. 가면 안의 추악한 얼굴이든, 가면을 쓰고 있을때의 화려한 얼굴이든. 이번 이야기에서의 '팬텀'의 역할과 배역은 끊임없이 변합니다만, 미토도, 마리야도, 카가미도, 오미도 다들 이 '팬텀'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고, 거기에 자신의 입장을 괴로워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원작이 이야기를 지배하는 이 '문학소녀'의 이야기에서는 고토부키의 순수함이 크리스틴이 되어 그들을 치유합니다. 물론 이야기에 언제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있던 이노우에 또한.
'팬텀의 진짜 매력은 오페라의 유령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라는 토오코 선배의 말처럼, 그 기다리고 있을 결말만을 바라며 독자는 끈덕지게 책을 읽어갑니다. 그리고 가슴 아린 비극과 그 끝에 있는 작은 구원에 독자는 차분하게 책장을 덮게 되지요.
흔히들 라이트노벨은 캐릭터빨이라고 하고, 이 문학소녀 시리즈도 캐릭터의 매력은 더없이 차고 넘쳐 흐릅니다. 당장이라도 '아마노 토오코 선배 모에에에에!!! 코노하한테 골탕먹는 장면 귀여워어어어어어!!!'라거나 '고토부키 나나세 모에에에에!!! 고백 씬 최고오오오오오오!!!!'라고 외치면서 달리고 싶지만, 그딴 짓은 왠지 이 소설을 덮은 뒤의 그 아릿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같아 할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숭배자가 나오는게 이해가 될 듯한 소설이에요.
개인적으로 고토부키와 함께 이노우에의 성장이 느껴지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고, 5권에서 드디어 맞이할 '미우'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권이었습니다만, 이야기 자체가 끝간데없는 비극이었고, 또 초반에 토오코 선배가 별로 등장하지 않은 탓에 그 책에 대한 맛있는 장광설이 그다지 나오지 않은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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