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흑풍도하
출판사 : 로크미디어
-항상 그렇듯이 평어체와 작가분에 대한 '님'자를 생략합니다 ^^-
한달 전쯤, 무적자에 대한 감상글을 썼었고 거기에다 "거장 1순위로 임준욱을 꼽은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재활동성" 이라고 말하면서 좌백 진산은 은거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고 했었다. 몇년간 기다려봤으나 이제는 정말 무협에서 떠났었나... 쬐금 확신할까 했더니만, 이 분도.. 참.. 말한게 무색하게 그야말로 "거장의 귀환" 이 성립되었다.
물론 내가 괜히 귀환한거다.. 라는 뜻으로 말한게 아니란 건 다들 아실거고, 그만큼 정말로 뜻밖에다, 예상을 못했던 타이밍이었고 그런만큼 너무나 기뻤다.
흑풍도하가 출간되었다는 건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는데, 인터뷰부터 봐서 대략 흑풍도하가 어떤 내용이라는 것, 말하자면 속편의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대도오 2부격이라는, 혹은 대도오가 아닌 매봉옥이 주인공이며,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라는, 그정도는 알고 보게 되었다. 오늘부로 난 3권까지 읽었다. 2권밖에 안읽고 감상문을 쓰는 건 시기상조였지만, 반면 완결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감상문을 쓰는 건 좀 의미가 없어질 거 같아서 이렇게 감상문을 두드린다.
왜냐하면, 감상문을 쓰는 목적이 제목에도 밝혔듯이 책 자체에 대한 감상문이라기 보다는, 좌백의 귀환이 초점이므로.
요즘은 좌백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 같기도 하다. 아마 요즘 중고등학생이라면, 조진행, 한백림은 잘 알아도 좌백, 장경, 진산, 이런 작가들을 알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좌백 본인의 서문 그대로, 대도오를 읽고 싶어도 책 자체를 구하기 쉽지가 않은 시절인 거다. (1권짜리로 재판이 되었다지만, 모든 대여점에 구비되어 있지도 않고, 모든 서점에 있지도 않기에).
하지만, 내가 어릴때 그랬듯이 한동안 무협에 빠져서 닥치는대로 읽다보면, 한번쯤은 "좌백"이라는 이름 자체는 들어보지 않게 될까. 그렇다면, 이 사람은 누굴까... 라는 궁금증이 들지 않을까. 요즘 가장 찾기 쉬운 좌백의 작품이며 왠만한 곳에 다있는 작품이라면, '천마군림' 그러나 불행하게도 6권의 미완의 책이고, 그래서 요즘 분들이 좌백을 알기엔 좀 힘이 들 것이다. 혹은 '비적유성탄'인데 이는 더 드문듯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계속 현역이었던 임준욱의 새 작품은 엄청난 화재가 되면서도, 상대적으로 그 이상의 레전드 급일수도 있는(혹은 레전드인) 좌백의 귀환에는 생각보다 감상글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 아닐까?
답은: 모.르.니.까.
왜?: 읽.어.본. 작.품.이. 없.어.서.
요는, 그래서 내가 감상문을 쓴다. 작품 감상문이라기 보다는 작가 추천글인 셈이다.
최소 내가 흑풍도하 3권까지 읽고 판단한 바로는, 예전 책을 못읽었고 구하기도 힘들다 해도, 대도오를 전혀 몰라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다가, 그야말로 대도오 2부라는 말이 그대로인양, 그 분위기와 향기가 완전 자식처럼 흡사하기에, 좌백이라는 작가의 출발선상이 대도오였다면, 역시나 흑풍도하도 좌백의 원류, 그 출발선의 무협을 보여주기에.
좌백의 인터뷰를 온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인터뷰 상으로는 달랑 흑풍도하 쓰고서 다시 은거할 거 같지도 않으니까, 흑풍도하부터 읽어보면서 좌백의 향기를 앞으로 차츰 알아가고... 또 그래서 매력을 느끼는 분들은 과거의 좌백 작품도 어떻게든 구해서..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좌백의 원류. 어떤 분이 감상글에 적었는데, 로드무비의 성격이 짙다고 하였다. 딱 적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좌백의 글은, 특히 초창기 야광충까지는 일단 작품의 처음과 끝 동안의 시간이 단기간인 편이고, 약간의 모험활극적 성격이 있으며, 이른바 판타지의 파티구성적 내용도 눈에 보이는 특징이다.
좌백의 작품을 달랑 몇자로 요렇게 정의 내릴수는 없고, 또 모든 작품들이 그런 것은 전혀 아니지만, 최소한도 이런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날때가 흔하다.
다시 말해서, 좌백이 우리나라 무협작가군에 있어서 가장 독보적이고 재미있게 쓰는 부분이 바로 이런 활극적 요소다. 출생? 성장기? 그딴거 다 생략하고, 주인공이 딱 출현하고 사건이 시작되며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건이 점점 커져나가며 큰 활극이 벌어지며 헤쳐나가는 이야기, 그 자체가 너무도 재밌고 몰입되는.
거기서 심리적 묘사가 탁월하며 구성 인물들의 생동감이 뛰어난, 그러한 점이 예전무협과 구별된다고 해서 이른바 '신무협'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알고 있다. 아, 하나더. 개연성 없는 기연을 최소화하고, 날때부터 잘난 주인공 보다는 평범하거나, 혹은 평균이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점도.
이것이 바로 '대도오'다. 나는 어릴때라 잘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성장기 따윈 전혀 없고, 이상한 주인공이 튀어나와 헤쳐나가는 무협은 아마 우리나라 최초이고, 또 그렇기에 대도오는 신무협의 실제적인 시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요즘 나온 무협중에 대도오와 가장 비슷한 로드무비적 성향을 보이는 작품은 '잠행무사'가 있다.
여튼, 이런 류의 이야기 자체가 당시 1995년 쯤에는 무협 혁명이다t시피 했고, 또 엄청 재밌기도 해서 당시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그 뒤 그런 좌백의 기본적 특징이 유지되는 작품 생사박, 야광충이 연달아 나왔다.
사람 일은 뭐든 처음은 의미를 가지는 법이다. 좌백이 무협작가 중 대표격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요즘 무협장르를 관통하는 '신무협'을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좌백 혼자 신무협 시작했냐는 건 논란의 여지가 좀 있기는 하나, 최소한 내가 주워들은 평가를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좌백이 첫손에 꼽히는 현재의 이런 독보적 거장이 된데는, 단순히 처음 시작했다는 이유 그 하나만인가? 절대 아니다. 좌백은 그 이후 여러 서문, 후기에 밝힌대로 무협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자기 스스로 실험을 시작한다. 그 첫시작이 진자앙의 '금강불괴(성장기를 다루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약간씩 다른데, 나는 대도오는 매우 재밌게 읽었으나 상대적으로 생사박 야광충은 그보다 약했는데, 반면 금강불괴는 또 엄청나게 재밌게 읽었었다. 다시봐도 그렇고. 어떤 분들은 생사박이 제일 재밌다고도 한다.
물론 이 재미의 기준은, 좌백 작품들 사이의 비교인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에 비추어볼때 수준 이하의 작품은 전혀 없었고, 왠만하면 '상당히 재밌다' 이상 이라는 것.
그렇게 실험을 시작하면서 작품마다의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좌백이 다양한 독자군을 흡수할만한 작가로 성장해나갔다는 뜻이다. 최초의 '대도오'적인 류의 무협을 뛰어넘어 거장이 되기위한 성장의 시기였다고 할까?
이후로도 좌백은 자기수행적 실험을 계속하며 독행표, 금전표, 혈기린외전까지의 일련의 작품을 내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작가 본인은 많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고민의 시간들이 자신의 최고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모든 무협의 특성을 포용하는 거장, 혹은 한국무협 제1인자를 거론할때 항상 포함되는 작가로 변모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의 모든 고민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 바로 '혈기린외전'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무협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어떻게든 결론을 내렸다고 했고, 실제로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그것은 그대로 표출이 되어 무협에서 극히 보기 드문 최고의 걸작이 완성된 것이다.
좌백의 모든 장점이 집대성 되고, 고민해온 작가의 다년간의 내공이 축적된되다, '협이란 무엇인가?' 라는 무협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철학적 주제까지 포함되고, 또한 무협의 기본이자 절대명제인 "극강의 재미와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몰입감".
좌백은 혈기린외전으로 정점을 찍게 된다. 그리고 몇년을 지지부진하던 혈기린외전의 완결로 당시 우리나라 무협 대표작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야말로 누구나 인정하게 되는 최고의 거장이 된 것이다.
나보고 이제껏 읽은 모든 무협 중 최고의 무협 딱 1작품만 꼽으라면? 고민의 여지가 좀 있겠지만 아마 '혈기린외전'이다. 그러므로 좌백의 작품 중 반드시 읽어봐야할 작품은? '혈기린외전'이다.
혈기린외전 이후는 성장형 좌백은 끝나고 완전체 좌백만 존재하게 된다. 천마군림, 비적유성탄이 바로 그것인데(소림쌍괴, 무혼, 구룡쟁패 등등 출판되지 아니한 책은 생략합시다)
소위 본인이 쓰고 싶은 무협과, 독자가 좋아할만한 무협이라는 명제로 나온 두 작품이다. 물론, 완전체가 만드신 작품답게도 둘다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비적유성탄 같은 작품은 정말 좌백이 아니면 쓰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또 이런 아무 주제도 없는 이야기를 이토록 재밌게 쓸 수 있을까... 싶은 노닥거리는 유쾌한 로드무비인 셈이다.
또하나 천마군림은 어쩌면 혈기린외전을 능가할지 모르는 거대한 상상력과 좌백만의 적절한 수준의 성인무협(너무 성적인 요소를 뺀 무협도 이른바 아이들 동화라 현실성이 없기에 오히려 반가운), 여러가지로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나 절단마공이 아쉬운 작품.
다만, 혈기린외전에서도 비춰지듯이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기에 더더욱 대작으로 완결되지 않을까 기대도 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좌백 최대의 장편(6권인데도 중반이지 않을까 추측되기에)이라는 것도 그렇고.
다만 왕일의 치열한 삶과 성격, 그 매력이 치명적이기에 혈기린외전에 좀더 한표를 주지만, 어쨌든 나의 열거에도 나왔듯이 모든 작품을 읽었고, 또한 모든 작품이 재밌었던 작가. 그게 바로 좌백이다.
이제 '흑풍도하'를 읽은 감상을 간단히 전하겠다.
처음 말했던 대로, 좌백의 출발선이었던 대도오, 그 그대로이다.
다만, 그 구성은 대도오와 흡사한, 그런 작품이지만, 내공은 14년 전이 전혀 아니다. 좌백의 완성된 거장으로서의 역량이 3권까지 밖에 읽지 않아도 그대로 묻어나는, 그런 작품이다. 원래 대도오부터 대단했는데, 15년 내공이 묻어나는 대도오. 어떤가?
완결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완결될 때까지 절대 1%도 실망하지 않을 작품으로 끝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까지 좌백은 그래왔으니까.
자... 그나저나, 드디어 좌백이 귀환한 것이다. 내가 제일 기다리는 건 솔직히 흑풍도하가 아니고, 천마군림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돌아와준 것 만으로도 감개무량하기에 감히 천마군림부터 완결 안짓고 딴짓부터 하냐며 추궁할만한 담량도 없다. 독자와 작가와의 관계란게 참 묘해서 어느 수준까지는 작가가 독자 눈치를 보겠지만, 이쯤 되는 작가한테는... 독자가 꼼짝없이 눈치를 봐야하니까. "은거" 라는 말안되는 사기 스킬을 쥐고 있으니까 머 어떻하겠나. 그냥 은거만 하지 말아달라고 빌어볼 밖에.
머 그렇게만 된다면, 언젠가는 천마군림... 나오겠지.^_^
이 감상글에 흥미가 동한 분들이 있다면, 이제 좌백 작가의 글 한번 읽어보시는게 어떨까? 뭐 읽어봐도 별로인 분도 있겠지만, 최소 무협독자라면 한번은 읽어봐야할 작가임에는 분명하니까. 또 내가 확신하건데 당장 마음에 안들지 몰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마음에 들어버릴 작가임에도 분명하기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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