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이하 디오)를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겜판소에 대한 평균적인 기대치와 박건 작가의 설정집착
사실 설정이 디테일한 작품을 좋아하고, 퇴마록도 본편뿐만 아니라 해설집이라고 하는 설정이나 고증 모음도 따로 구입해서 볼 만큼 박건 작가의 설정집착에는 나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극악의 연재주기(라고 하기에는 헌터X2라던가..)에 질려서 손을 놓고 있다가 엊그제 주말을 이용해서 리디북스로 일괄결제해서 봤습니다.
고양이, 대공학자, 마법스쿨 캘라드리안 등등 책을 사다 나르기 시작했더니 책장 한켠이 꽉 차면서 이북 대여나 구매로 변경했는데 집에 있는 책도 이북으로 변형하고 싶네요. 사설은 정리하고 디오에 대한 감상입니다.
1. 백경, 좋은 설정인데 살리지는 못한
경이라는 단위는 예전 집자랑배틀할 때나 써먹었던 단위로 기억합니다.
우리집에 소 백마리, 개 천마리, 만, 억, 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과정에 경이 있었고, 해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백경, 단어가 주는 묘한 멋이 있습니다.
흰 고래도 백경이고, 하얀 풍경도 백경이고 뭐 아무튼 이 백경이 주는 숫자로서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만...
백경 중의 일인 사람이 여럿이 등장하면서 뭔가 먼치킨스럽다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먼치킨이 아니면 뭔가싶었습니다. 1/백경이라면 특별했겠지만, n/백경은 특별하지 않으니까요.
스포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2. 온갖 설정과 파워 인플레이션
설정집착증이 있는 작가님 취향상 이런저런 설정이 차용됩니다.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도 있지만, 다른 만화나 소설에서 끌어온 듯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도 다수 보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기서 통합니다.
차크라 생체력 내공 마력 등등
하나만 있어도 세계정복하는 힘인데, 다 가져다 쓰니 비교하다보면 파워 인플레이션!
주인공이 갖고 있는 능력만 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콜로세움도 세울 법한 계산방법(랜드마크 건설!)이라는 점도 호불호가 갈리게 합니다.
3. 그래도 새로운 시도
겜판소에 대한 기대치는 일부 정말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특정 남성이 생활패턴에 방해받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에 몰입하고,
게임을 통해 인맥과 수입을 거두어서 게임상황에서 절대권력 or 현실상황에 영향력
or 둘 다 지배하게 된다는 플래그가 세워져있습니다.
고아가 게임한다! 백수가 게임한다! 히키코모리가 게임한다! 회사에서 짤린 백수!
이벤트 당첨! 친구가 줌! 아버지의 유품!
....적어도 디오는 다른 겜판소의 플래그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높게 삽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줄거란 생각을 합니다.
또한, 연결된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은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볼 수 있지만
극히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출판한 작가들에게서는요.
아무튼 호불호가 갈리는 디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처음 읽는 사람이 슥슥 넘어가기에는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읽다보면 적응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주말동안 몰아치듯이 읽었는데, 범람하는 DMZ의 지뢰홍수 속에서
그나마 개척된 루트라고 생각하고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1권 읽고, 2권 3번째 챕터까지 읽으면 9권까지는 술술 읽을만 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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