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왠만하면 비평은 하기 싫어합니다. 일단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도 운한소회 비평 한 번 해보겠습니다.
엊그제 빌려본 호위무사의 감격에 젖어있던 저는 그간 무협을 멀리한지 제법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무림에서 연재되는 거 외에는 거의 안 봤으니까요... 그래서 이왕 호위무사로 탄력받은거 그동안 보고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어 온 무협이나 읽자 싶어 집근처 도서 대여점을 찾았습니다. 거기서 30분 장고 끝에 손에 쥔 운한소회 3권... 고무림 감상/추천 란에 여러분께서 강추 해주셔서 들뜬 마음에 날듯 집으로 달려왔죠... 바로 운한소회 읽어내려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좀 실망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추천도 있고, 조돈형님의 전작 궁귀검신에서 중반 이후 보여주신 저력도 있고 해서 상당히 기대하고 봐서 그럴까요?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오직 한가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문제였습니다. 책 뒷쪽에 적힌 글귀만 보고는 정말 또한번 무림에 피바람이 몰아치겠구나... 정말 처절한 복수극 한 편 찐하게 감상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1권이 시작되고 관정의 동네가 쑥대밭이 되고 노조린 등이 세운 객점이 풍비박산이 나고 진?라는 흑영 대원이 가까스로 무당에 은거한 흑영대주 혁련휘에게 토사구팽 당하는 흑영대원의 소식 전하고... 혁련휘 쫓아온 무사들을 살육한 후 떠나는 장면까지는 그런대로 좋았습니다. 사소한 문제가 좀 거슬리긴 했어도 이후 벌어질 처절한 복수극을 예상하며 참았습니다. 하지만.... 남궁세가에서 시작된 흑영들의 복수극... 뭐, 좀 많이 죽고, 비참한 것 까지는 좋은데... 흑영들이 너무 가볍습니다. 특히, 처음 숨어있는 흑영대원들을 찾아와서 흐트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여 부대주 노조린을 반쯤 죽여놓았던 혁련휘... 남궁세가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보여준 언행들... 가볍다 못해 경박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찌 그리 말이 많은지... 그리고 함부로 행동하는 건 또 어떻구요... 비장미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처절함이었는데... 많이 죽이고, 비참하게 죽인다고 처절하지는 않죠... 복수를 수행하는 응징자들의 마음가짐, 그리고 그 마음이 드러나는 말과 행동이 처절해야지요... 차라리 철면피의 복수를 하던 궁귀검신의 주인공(이름이...?)이 훨씬 더 비장했죠... 운한소회는 아예 처음부터 복수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으니 그보다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을 줄 알았습니다...
제 취향 탓인가요? 하긴 제가 복수극의 최고로 치는 작품이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입니다. 아직 그보다 더 처절하고 비장한 복수극은 본 적이 없습니다... 운한소회에서 독보건곤에서 느꼈던 강렬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는데... 작가님들마다 스타일이 틀리니 제 기대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또 어쩌면 전무림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흑영들이 어찌 그리 생각없이 움직이는지... 자신감이 너무 넘친다고나 할까요? 그다지 살수 답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한 손이 열 손을 감당하지 못하는 법, 자신들은 여섯명인데(분위기 봐서는 노조린은 이제 끝난 것 같으니 다섯인가요? 그렇든지 아니든지...) 적은 무한합니다. 좀 더 살수다운 복수를 기대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이 몇자 적어봤습니다. 혹시 조돈형님이나 운한소회 팬 여러분들 기분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궁귀검신 이후 조돈형님의 팬이 된 사람이빈다. 하지만... 운한소회는 정말 기대밖이라... 아직 완결이 안 되었으니 3권 이후 좀 더 나은 모습 기대합니다. 궁귀검신 역시 처음보다는 중후반에 진정한 맛이 우러나왔으니... 운한소회의 중후반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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