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鼓子)하면 남성의 생식기능을 잃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다른말로 화자(火子)라고도 하지요. 직역을 한번 해봤습니다. '鼓'자가 북 고, 북칠 고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성 본연의 기능을 못하니 이것으로 북이나 쳐야겠다라는 우스꽝스런 풀이가 되는군요. '호위무사' 에서의 영무(影武)라는 직위에 오르르면 15년간의 고자아닌 고자로 살아야 한다는 설정이 눈에 띄길래 소제목으로 삼아봤습니다. 아울러 '남사정(男死正)'이라는 약의 천적은 오늘날의 '비아그라'가 되겠다는 추가적인 상상도 이어지는 군요.
1. 의도된 작명(作名)
'호위무사'의 주된 배경은 용부(龍俯)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부내부의 암투와 용부와 관련된 무림 제(諸)세력들간의 아귀다툼 속에 피는 주인공 남녀의 사랑얘기로 치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용부의 '부(俯)'자입니다. 용부도 그렇고 공부(孔俯)도 그렇고 이 '호위무사'에서 단체나 행정관청과 관련돼서 지금까지 자주 사용하던 '府'대신 사람인(人)변을 추가한 '俯'자가 쓰였더군요.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직업이신 작가님께서 '府'자의 용도를 모르실리는 없을테고 아마도 숨겨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俯'의 뜻은 굽을 부입니다. 어느 한 곳을 내려다보다, 굽어보다라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결국 용부라는 단체의 무림에서의 지위과 영향력에 대한 간접적인 표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림을 굽어볼 정도의 어떻게보면 오만한 시선을 가져도 될 만큼의 자격이 있을 정도의 최고의 단체라는 설정이 내재되어 있는 듯 합니다. 천상천하(天上天下)유아독존(唯我獨存)만인지상(萬人之上)의 지위를 가진 최고의 자부심이 서려있는 곳이 바로 용부인 셈이지요
2. 연상(聯想)
기호(嗜好)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호위무사'는 1권에서 덮고 말았습니다. 집중탐구를 보니까 많은 분들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 저에게만은 그다지 손에 놓고 싶지 않을 만큼의 호감은 없었습니다. 5년전의 일을 중간중간에 삽입(揷入)함으로써(그것도 '5년전의 이야기'라는 어떠한 이정표 하나 없이) 어느정도 혼란과 호기심을 유발시킨 것은 좋았다고 봅니다. 용설아의 나이가 24살이 되었다가 19살로 준 이유를 몰라서 이거 혹시 작가님의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그래서 용설아가 나이가 줄었다 늘었다 굉장히 탄력적인 연예인들처럼 혹시 그쪽 계통과 관련된 인물이 아닐까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아울러) 약간의 용두(用頭-머리쓰지)가 필요한 전개방식이었지요. 그러나 너무 이야기가 주인공 한 사람 중심으로 흐르는 것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용설아가 암살될 위험한 상황에서의 주인공만의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 나름대로의 무공과 연륜을 자랑한다는 청룡대 노고수들이 주인공에 대한 전폭적이고 발빠른 신뢰와 의지하려는 마음, 주인공의 나약한 감상주의에 쉽게 전염되는 모습들... 이정도면 주인공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인양 철썩같이 믿고 의지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사공운이 없는 가운데서도 큰 사고없이 호위업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의 주변인물들의 나약함에 절로 눈이 찌푸려졌습니다.
비단 '호위무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무협소설들이 주인공에게 비범한 능력과 기이한 인연을 부여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유독 이 소설을 읽으면서 거부감을 느꼈다는 것은 그동안의 진부함에 대한 제 자신 내부에서의 심리적 저항의 표출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재수없게 이 '호위무사'가 걸려들었다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설봉님의 '추혈객'을 떠올렸습니다. 목적지까지의 험난한 여정, 사랑하는 여자를 위한 눈물겨운 주인공의 끊임없는 사투, 몸담고 있는 단체내부의 알력과 암투,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한 공격 등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1권까지의 내용을 보고 비교한 것임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2권도 대충 훑어보니까 봉성으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듯하니 비교의 폭을 더 넓힐 수도 있겠으나 주마간산(走馬看山)의 누가 있기에 언급을 피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3.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일때 잘라내야 한다??
작가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인지 아니면 제본상의 실수인지는 몰라도 오자나 눈에 좀 띄더군요.
먼저 1권 56쪽의 '사공운은 말없이 하공(?)을 보고 있었다'
다음으로 1권 88쪽에서 신기자 용화성의 둘째아들의 별호를 소면살(少面殺)이라고 했다가 같은 권 93쪽에선 무면살(無面殺)이라고 해 놓았더군요. 키가 작으면서도(아니 적을 소자를 썼으니 나이가 적다라고 해석해야 할 듯) 얼굴에 표정이 없기에 둘다 써도 무방하다라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일소일살(一笑一殺)이란 또다른 별칭은 또 어떻게 설명하실 것인지? 별호가 그 사람의 특징을 확실하고 간략하게 표한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일소일살로 통일시켜 놓는 것이 어떠했을까라는 우문이 드는군요. 뭐 2,3개 이상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예사이긴 하지만서도...
다음으로 사자성어와 관련된 것인데 1권 82쪽의 '삭초제근(朔草除根)'의 한자에 의문이 듭니다. 책에는 '삭'자를 '朔'자로 표시해 놓았더군요. 제가 알기로 '削'자가 맞는 한자라고 생각합니다. '朔'의 뜻이 '초하루, 북쪽'으로 되어있습니다. 만약 이대로 해석한다면 '반란의 조짐이 보이기 전에 아예 싸그리 없애버려야 한다' 정도? 우리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과 연관지어 생가해보면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는 어렸을 때 손봐줘야 한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재의 씨앗을 보기가 굉장히 어렵겠다라는 생각도 아울러 드는군요.
제본하는 과정상의 오타일 가능성에 더 무게중심을 주고 싶고 또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권 137쪽의 '와호지세'라는 말뜻이 궁금합니다. '기호지세(騎虎之勢)'는 들어봤어도 '와호지세'는 처음 보는지라 생소하기만 합니다. 한자가 병기(倂記)되어 있었다면 대략이나마 해석이 가능했을 터인데 그것마저 없으니 영 물음표만 머리에 찍히더군요. 호랑이가 누운채로도 이동이 가능하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느 듯 한데 작가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4. 4행시
'호위무사' 4행시 짓기 이벤트 기간동안 이 소설을 읽지못한 관계로 참여못한 한을 풀기위한 나만의 위로법
호- 호랑이 등에 탄 기세 그대로
위- 위만 추구하며 살아온 인생
무- 무리를 했는가보다
사- 사내구실을 못하게 됐으니 내것(?)으로 북치는 일밖에 남지 않은 듯 하구나
5. 사족(蛇足)
제목의 '북'얘기를 꺼내서 하는말인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고사가 생각나는군요. 호동왕자와의 사랑에 눈이 멀어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던 자명고(自鳴鼓)을 찢어버렸다는 낙랑공주.
용설아여! 당신도 어서 빨리 북을 찢으시오. 사랑하는 낭군의 애타는 마음과 추태스런 행동(?)을 보기 싫다면 말이요.
북찢는 일은 사랑을 받아주는 일의 또다른 비유가 되겠군요.
허무맹랑, 요상, 괴상망측, 허접, 개꿈같은 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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