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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사계를 읽고,

작성자
Personacon 자공
작성
12.10.01 23:43
조회
6,233

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무림사계

출판사 : 로크미디어

오랜만에 무협소설을 읽었다.

한창 무협소설을 즐길 때는 근방에 대여점이란 대여점은 다 섭렵하여 밤낮으로 책을 빌려 읽었는데, 요즘에는 그러한 열정도 많이 시들어 무협을 여전히 즐김에도 책을 읽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예전에는 돈 주고 사서 읽기도 마다하질 않았는데, 이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지불하여 책을 빌려 읽는 것도 내키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연재하는 글에 매달렸지만, 이젠 이마저도 내키지않아 선호작에 추가하여 고정적으로 읽고 있는 글도 얼마 없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무림사계를 읽게 됐다.

사실 예전부터 한상운이란 이름과 그 작품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많았고, 그 작품들을 읽어보기를 기대했고, 이번 기회에 어렵게 얻어 읽어볼 수 있었다.

대체로 무림사계에 대해 좋은 평이 많았지만,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평도 있어서 읽으면서 내심 꺼리는 바가 있었고, 처음에는 1권의 채 반도 읽지 못하고, 덮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참고 다시 읽었고 마침내 6권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갈 수 있었다.

무림사계는 그 제목처럼 일년 사계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는 그냥 있어보이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굉장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을 다 읽고 난 지금, 사계절이라는 배경과 구성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이 이토록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무림사계의 주인공 담진현은 일반적인 무협소설 주인공치고는 굉장히 밉살스런 녀석이다. 보통의 주인공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무공이 높은 것도 아니고, 정의감이 투철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당연히 협객이 아니며, 호방하지도 않다. 오히려 비열하고, 야비하고, 우유부단하다. 그렇다고 이기적이거나 악독한 전형적인 악인인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흔히 나오는 천마나 마도처럼 패도를 걸어 호쾌하지도 않다. 답답하고, 찌질하다.

그렇다. 담진현은 찌질하다.

물론, 나름의 사연이 있고, 상황이 그를 몰아가는 측면이 없잖아 있어서 불쌍하기도 하고, 연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밉살스런 주인공을 미워만 할 수 없다. 주인공은 평범한 보통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가 할 법한 생각과 선택, 그리고 할만한 행동을 한다. 물론, 범상치 않은 부분도 있지만.

담진현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생동감이 있었다. 해서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거기다 그의 곁을 함께하는 조연들이 소설의 재미를 더했다.

초반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석방평 말고도, 위렴이나 왕왜호 삼형제, 배상훈 등은 자칫 담진현의 눈으로만 보여주는 죽고, 죽이고, 도망치기만 하는 칙칙한 무림의 세계에 활력과 생동감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어느새 담진현의 장자방이 된 위렴과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배상훈이었던 것 같다.

뱃놀이파의 복수를 위해 담진현을 쫓아온데다, 돈에 환장하는 이방인의 모습을 보여줬던 위렴이 끝까지 담진현을 배신하지 않고, 캡틴으로 모시며 따랐던 거하며, 담진현에게 알게 모르게 가르침을 주고, 끝까지 도움을 줬던 배상훈은 무림사계 내에서 담진현만큼이나 비중있고, 강한 인상을 남긴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만큼이나 명장면이라 할 만한 인상깊은 장면도 있는데, 특히나, 초반에 스치듯 지나가는 앵앵과 문경에게 베푼 호의가 후반에 이르러 담진현에게 어떤 깨달음을 가져오게 되는 전개는 무림사계의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담진현이 마지막에 겨룬 와다와의 일전 중에 배상훈이 남긴 한 마디를 떠올리고, 입 밖으로 냈을 때의 결과와 거기서 느낀 감정이란.

거기다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다음에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그해의 봄을 배치한 구성은 나로 하여금 진한 여운과 감동을 느끼게 했다.

겨울은 어딘가 아쉬웠고, 그해의 봄은 왠지 아련했다.

그래서 더 진한 여운이 남았는지도 모른다.

담진현은 과연 어떤 새해의 봄을 맞이하게 될까?

0. 담진현은 정말 어떻게 됐을까요? 어떤 봄을 맞이했는지 정말 궁금하네요.

0. 배상훈은 자유인이 되어 진정으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을지.

0. 이지하는 어떻게 됐을지. 사실 여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별로 비중도 없는 것 같고, 강한 인상을 남기지도 않은 것 같아요

0. 종남일수와 이지하는 어떻게 될지. 종남일수는 이지하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 이지하는 종남일수의 야욕을 꺾는데 성공했을지.


Comment ' 15

  • 작성자
    Lv.12 취준
    작성일
    12.10.02 00:47
    No. 1

    캬- 인간적인 주인공이 완전 죽이죠. 반할 뻔 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2.10.02 01:27
    No. 2

    한상운 본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2.10.02 01:33
    No. 3
  • 작성자
    Lv.1 악불러
    작성일
    12.10.02 05:36
    No. 4

    무림사계는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전 작품들은 글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살인코알라
    작성일
    12.10.02 08:06
    No. 5

    찌질하지만 이만큼 매력적인 주인공을 창조해낸 작품은 보기 드물더군요. 우유부단하지만 어쩐지 독자에게 답답함보다는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한상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좋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비귀신
    작성일
    12.10.02 09:34
    No. 6

    그냥 한마디로 평하자면 돈주고 구입한게 전혀 아깝지 않은.. 후에 양장본이라도 나온다면 또 구입할 의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많았다면 정말 행복했을텐데요.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일
    12.10.02 10:06
    No. 7

    무림사계는 정말 찬양할 수 밖에 없음..한국 무협의 기념비적인 작품인듯..한상운 전 작품들도 정말 특이하고 개성적인데, 너무 특이해서 팬덤의 외면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예술에서 걸작이 나올려면 역시 대중과 타협하지 않는 카리스마적인 고집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위 명작을 썼던 작가들도 대중취향에 부합하는 글을 쓴다며 범작을 양산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하게 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무판비
    작성일
    12.10.02 11:43
    No. 8

    확실히 무림사계는 출간이후 이작품과 같은 감흥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 없었던 전율이 일었던 명작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88골드
    작성일
    12.10.02 15:25
    No. 9

    양각양, 무림맹 연쇄 살인사건, 특공무림, 도살객잔, 독비객, 비정무림..
    블랙코미디무협으로 버릴 적품이 하나도 없는 작가죠.
    끼도 많아서 추리, 스릴러물, 영화대본도 쓰시는 걸로 알고 있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크로이델
    작성일
    12.10.02 16:15
    No. 10

    집에 소장중인데..
    2~6권은 서점에서 구매했는데 ㅠㅠ 1권만 품절되서 대여점용...아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소이불루
    작성일
    12.10.02 17:08
    No. 11

    한상운님 작품 중에서 무림사계와 비슷한 풍으로 비슷한 감성을 풍기는 것이 비정강호죠. 홍장환은 과연 누이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결말도 그렇고요. 아마 이작품이 무림사계의 모태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구하기 힘들뿐 이젠 괜찮은 소설들은 사서 모을 수 밖에 없어요 다시 볼려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푸르게하늘
    작성일
    12.10.02 20:14
    No. 12

    장르 소설을 한단계 끌어올렸다고 봐도 무방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죠.한 편에 영화로 제작되도 될만큼 최고의 소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Gaster
    작성일
    12.10.02 20:20
    No. 13

    한마디로 명작이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사고치지마
    작성일
    12.10.02 23:07
    No. 14

    시리즈를 다 사모은 몇안되는 작품이죠. 한상운 작가님은 요즘 너무 현대물만 쓰시는 것 같아 슬프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0.03 14:42
    No. 15

    현대물을 쓰신다기 보다 장르소설을 벗어나신 것 같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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