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검행을 읽으면서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검행에서 주인공은 굉장히 많은 위기를 갖는다.
그런데 나는 그런 위기 중에서도
단 한 번도 주인공의 위기를 실감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았다.
몇 달동안 요양할 만한 내상을 입고 떨어지고 수십 명과 붙어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왜일까? 왜 그럴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하나가 떠올랐다.
전검행에는 히로인이 없다!
아니, 그 외에 비중이 있을 법한 주연이나 조연이 없다.
하물며 주인공과의 친구나 라이벌이라 칭할만한 존재도 없다.
독보강호하는 주인공을 다룬 소설을 보면
이따금씩 꽤나 중요한 주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무리 외로운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누군가 보조해주거나 하는 존재가 있다.
주인공은 이런 이들의 버팀목이거나 혹은 기대곤 한다.
하지만 전검행에서는 그게 없다.
양념이라할까... 감초랄까...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이건 불변의 진리이다.
설사 죽는다 할지라도 그건 소설의 끝이며
혹은 2부의 시작일 뿐이다.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의 위기를 생각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
왜냐? 주인공은 안 죽으니까.(물론 가끔씩 죽기도 하지만... 부활도 하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주인공의 위기, 죽음에
그렇게 흥분하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것일까...?
어차피 안 죽을텐데. 더 강해져서 튀어나올텐데...
나는 이것을 히로인 외 주연이나 조연을 생각하게 하였다.
히로인이나 주연급, 조연급 인물들은 주인공과 다르다.
그들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언제든지 죽.을.수.있.다.
소설 속 세계에서 완벽한 존재인 주인공과 달리 그들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걱정하게 된다.
주인공의 위기=히로인 외 주연, 조연의 위기, 죽음
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존재에 대한 걱정? 나는 역시
히로인이나 주연급, 조연급 인물들, 불완전한 존재들에 대한
걱정 때문인가 싶다.
그래서 전검행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주인공의 죽음에 진정으로 슬퍼할 사람도 없고,
주인공이 죽음으로서 당장 어려워할만한 사람도 없다.
주인공 역시 누군가 죽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너무나 무정한 존재이다보니
소설 밖의 독자마저 무관심하게 된다.
그의 불사성.
그것을 알기에 독자들은 전검행에 느낌을 받지 않는다.
소설의 감동을 마치 거울에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에서 찾는다면
전검행의 경우에는 검은 묵지로 시선을 반사가 아닌 흡수시킨다.
확실히 다른 지방의 설명이나, 문파의 설명 등은
무척이나 방대하고 새롭다.
좀 지루하기는 하지만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확실히 새롭고, 대단한 노력을 곁들었다는 느낌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감정이입이 안 된다.
반사가 되지 않는 소설이 어찌 재미가 있을까?
그저 비무하는 모습만이 재미를 느낄 뿐이다.
뭐, 2부가 있고, 거기에는 좀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하니
역시 기대가 된다.
으음... 부디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건 제 관점으로 느낀 겁니다. 뭐, 다른 사람의 시선과는 좀 다를까나...? 하하...)
By.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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