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나의 아바타가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군요.ㅎㅎ
참으로 오랜만에 쓰는 감상문이네요.^^(근데 비평이 되버린것 같아서 비평으로 올립니다.)
오랜시간을 기다린 끝에 <지존록>을 겨우 구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여점 아가씨에게 풍종호의 작품은 정말로 들여와야 한다고 갈 때마다 세뇌를 시켜서 오더케는 했는데 대여는 잘 안될 것 같은 것이 약간 난해하다고 볼 수 있더군요.
무림입문한지 15년이 넘고 풍종호의 전작을 모두 읽은 저조차 머리가 지끈 아파왔습니다. 이제는 풍종호의 작품을 읽고 머리가 안 아프면 도리어 이상합니다.
하여튼 많은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펴 들었습니다. 더불어 반말을.....^^
참 책 표지도 기막히게 빠졌더군요. 갈색의 바탕에 음각된 큼지막한 <지존록>이라는 세 글자 그리고 큰 대궐터를 연상케하는 도면. 빼빼 말라서 근육만 징그럽게 갈라진 책 표지들보단 훨씬 낫습니다.^^
1.<경혼기>안의 <분뢰수>편과 <지존록>편의 상관관계.
난 <지존록>이 <경혼기 분뢰수>편과 도대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고 읽었다. 3권 말미에 나오는 흑백쌍마를 본 후 어디서 봤는데 하다가 <분뢰수> 편의 그들인 것을 기억했으며 그제서야 구룡도 중복되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뒤늦은 깨달음에 흥미로워 할쯤에 3권말에 전에 어느 사이트에서 읽은적이 있는 풍종호의 <경혼기>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 <지존록>이 처음 부분이고 <분뢰수의 천축기> 그다음이 우리가 미리 읽었던 <경혼기 분뢰수>다. 헌데 무슨놈의 한자를 그리 많이 써 놨는지 대충은 알겠는데 여기 쓸 정도는 아니다.^^
이 글 다 쓰고 5년만에 옥편을 들었지만 다시 책장에 꼽았다. ㅜㅜ;;
(너무 찾기가 힘들더군요. 도대체 3부 제목이 뭔지....)
2.소설의 내용
무영자-귀영자,풍영휘-그리고 풍영휘의 아들들인 풍현과 풍기로 이어지는 무영문 삼대에 대한 스토리로 간략히 말할 수 있다.
내용이 안 나오게 간단한 말을 하자면 무영자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고 귀영자와 풍영희의 죽음 뒤엔 큰 음모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풍현은 <분뢰수>를 읽은 후 많은 찝찝함을 주었던 바로 <그>같다. 풍기는 9룡의 한 축으로 들어가고….
3.풍종호 작품의 등장인물 활용도.
풍종호의 소설이 난해하다는 이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그 특유의 등장인물 활용도에 있다. 장단을 논하기 전에 참으로 특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각 인물의 쓰임새가 유기적으로 변하는 것에 있다. 주연,조연,엑스트라를 넘나들며 중요했다가 안 중요했다가 쓰는 풍종호도 헤깔릴진데 독자들은 오죽할까?
결국 결론인즉 그의 작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중요할 수도 없을수도 있기에 적당히 신경을 쓰면서 적당히 무시해야 한다.
어떤 분이 <지존록>을 평가하며 너무 어렵고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복잡하다고 했다. 확실히 정독을 요구할만큼 머리 아프겐 하지만 등장인물 수는 적당하다고 본다.
3권까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적잖은 비중을 차지할 9룡과 검왕의 제자들 때문에 미리 기가 죽은 것은 아닌지. 나도 사제나 의형제가 두세명일줄 알았던 그들이기에 등장인물 수에 부담을 느낀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본편만 3부작인 대작으로 여지껏 나온 한국무협중엔 최고의 스케일을(외편을 치면 당연히 군림천하를 무찌른다.) 들 수 있는 경혼기이기에 한편으론 약간 모자라지 않나 생각도 든다.(생각해보라 영웅문에 등장인물이 몇 명인지. 강남칠괴와 전진칠자등 시작부터..…)
4.또다시 등장하는 동굴탐사.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지형인 동굴이 여기서 또 나왔다. 너무 많이 쓰여진 설정이기에 더 이상 흥미로울수도 없고 익숙하기에 도리어 잘 못쓰면 개연성과 재미를 동시에 노칠수 있는 그 악명높은 동굴탐사.
<건곤권>에선 짜증을 <산동악가>에선 황당함을 나에게 선사했고 그나마 예전 <묘왕동주>가 잘 쓰여졌다는 정도로만 기억한다.
약간의 걱정이 없을수 없던 내게 <지존록>은 깔끔한 설정과 기발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한데 일월주천로는 누가 만든것인가? 궁금하네 참….^^
5.전작이며 뒤에 붙는 <분뢰수>편과 <지존록>편의 차이점과 공통점.
이 점은 따로 논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이 겹치기에 그 둘을 나누기보다는 <경혼기>라는 테두리안에 넣어서 전체적인 숲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굳이 유사점을 찾자면 동굴탐사와 두려워하는 인간군상들, 전혀 쫄지않는 일부 절정고수들 그리고 아주 강하며 황당한 주인공<분뢰수>와 앞으로 강해질 <풍현>이다.
차이점은 분량의 차이일 것이다.
예전에 고착되었던 3권이 한 질이었던 무협소설이 이제는 6권이 기본이 된 시절이 왔다.
몇몇 쓰레기들의 늘이기 신공들도 돋보이지만 이 <지존록>같이 탄탄한 작품들은 작가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라 생각든다.
책의 분량이 300페이지인데도 한 400페이지는 읽은 것 같은 알딸딸함을 주는 <지존록>이다.
6.1아주 확연히 드러나는 구무협 장치들.
구무협이라 하면 여러가지 신무협과 차이점을 들 수 있겠지만 크게 몇몇 특징을 잡아본다면 이런 것이 있다.
수 많은 기연과 우연-주인공에게 집중됨, 기본 세 명의 절세미녀, 잘생긴 주인공의 외모와 천재적인 두뇌, 내공을 순식간에 몇 갑자씩 늘이는 기이한 먹을 것들.
여기 <지존록>에서는 주인공에게 집중되는 수많은 기연과 주인공의 천재와 영재의 중간인 두뇌(아니면 부분 천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무공으로 인해 쓸데없이 강해져 내공의 필요없음(=내공 증진시킬 영약 필요없음)을 들수 있다.
주인공 단 한 명에게 집중되는 정과 마의 최고 절기들과 무기들을 손에 넣는다. 그것도 automatic으로 실행되는 장점이 있으며 한 큐에 한 장소에서(동굴이 좀 넓긴 하지만) 모두 구하는 기막힌 기연.-정말 풍종호의 글에서 이런류를 읽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인공이 잘생긴 외모는 없지만 줏대,고집과 약간의 코믹이 가미된 매력있는 캐릭터이다.
어쨌든 기연을 통해서 이지만 그 모든 것을 소화해내는 주인공은 과장을 안 해서 그렇지 천재다.
이 과장의 차이점을 와룡강의 작품과 비교해본다.
-주인공이 두꺼운 책을 30초만에 모두 읽고 암기해낸다.-
(와룡강식)-아~ 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의 뛰어난 두뇌에 하늘의 달도 숨을 멈춘다.
(지존록)-“음~ 눈이 많이 아프구만”
언뜻 웃으며 보면 그런가 하지만 천재임을 알 수 있다.^^
6.2
또 다른 구무협장치로는 올지도 모를 후인을 기다리면서 안배를 해놓은 전대기인들이다.
자신의 후인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연을 얻은 그 누군가를 위한 안배이기도 하고 어쨌든 오랜 친구를 만난듯이 친숙한 느낌이다.
굳이 자신의 모든 무공을 자세히 설명하여 남기는 강력한 무공들과 가공할 쓰임세 있는 무기들, 약간의 설명이 들어간 글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시신을 온전히 남기고 살아있나 착각할 정도로 안배가 정교하다. 특히나 유리관 속에 있는7인의 시신 아닌 시신들이 흥미로웠다. 꿈을 통해 결투도 하고 전수도 받고 결국 이기기도 하지만 예전 와씨 소설에서 많이 보았던 응응신이 안 나오니 일말 아쉬웠다고나 할까.(뭔가 익숙한 것이 빠져서리)^^ 여자가 세 명이나 되더만....쩝쩝^^
7.결론
<지존록>은 환상적이었지만 지금은 짜증나는 여러 구무협의 장치들을 적당히 잘 활용하며 개연성등 챙길 것은 다 챙긴 제대로된 작품이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쓰레기와 다르다) 단점아닌 단점으로 소수의 장르인 무협에서조차 외면받지 않는가 한다.
여러 작품을 내고, 그것도 아주 훌륭히 완성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로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작가는 배신감과 배고픈 현실로 인해 당연히 변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풍종호는 그런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며 그의 전작들에게서 보여진 명작의 계보를 계속 이어간다.
사정상 몇권에서 끝나든지간에 완벽한 일단락을 지어낼수 있는 솜씨있는 작가인 것을 그의 전작들을 통해 볼 수 있기에 3권까지 나왔고 굳이 따지자면 경혼기 초입부분인 상황에서 이토록 나의 극찬을 끌어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p.s.
난 좌백을 아주 좋아한다. 당연히 그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싶다.
하지만 소유한 돈은 한정되어있고 당연히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좌백이 걱정이 안되는 것은 나 이외에도 그의 팬은 많고(갑자기 이솝우화가 생각나는군^^) 대여점도 그의 작품은 당연히 구비하기 때문이다.
한데 풍종호는 굳이 따지자면 좌백보다 흠모의 도가 낮다고도 볼 수 있는데도 솔직히 걱정된다. 약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해 너무 매니아적으로 가고 필연적으로 대여점에서 그의 작품을 기피하는 것을 적잖히 보았다.
지금껏 작품이 좋아야 책을 샀지 작가가 걱정되어 책 살려는 것은 처음이다. 젠장..(참 한상운도 더불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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