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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

작성자
Lv.74 수달2
작성
10.01.23 02:23
조회
1,418

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잃어버린이름

출판사 :

치명적인 미리니름 있습니다.

1부 완결이다. 뒤통수맞은 것도 있고, 홍보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해서 짧게나마 적어본다. 하긴, 스포일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글을 봐도 문제가 없는 이들은 사실 이미 잃어버린 이름을 읽고 있는 사람들일테니 홍보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겠다. 실상 감상이라고 말붙이기도 뭐한, 미처 결말을 예상하지 못한 독자의 심심풀이 잡답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위버는 당연히 실버라이트라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그 아닌 다른 자가 실버라이트라고 하는 순간, 작품 내에 수없이 깔려있던 복선들과 그것들의 유기적인 연결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설마 이런 방식일거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다.

당연히 실버라이트가 기억을 잃거나, 혹은 베부와 모종의 관계를 맺은 뒤 재구성된 인물(세세한 부분은 다를지라도 실버라이트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할 에센스를 간직한 그런 인물. 물론 이런식으로 정체성이나 동일성을 규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에 상정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건 깊게 들어가면 쉬이 결판날 문제가 아니니)

이 위버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위버의 과거는 실버라이트와 핵심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1부의 마지막챕터에서 다시 각성, 과거 실버라이트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비로소 베일에 쌓여있던 실버라이트의 진정한 의도와 기획이 대강은 드러나게 되고, 2부에 그것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시간의 인과성을 뒤집어 엎는 방식으로 그 둘의 동일성을 성취해내다니. 아놔 이런 ㅋㅋ. 기대에는 어긋났지만, 정말 예상 범위 밖이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이로써 반지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대체 저 막대한 에너지를 어디다 쓸 것인가, 위버 각성용으로 쓰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세계의 근본규칙에 손을 대기 위한 용도였다.

이런 전개라면 시작과 끝, 아니 끝은 모르되 시작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많은 독자들은 위버가 실버라이트의 전신이었구나! 하는 놀라움에 경악하겠지만(내가 그랬듯이), 사실 위버가 먼저냐 실버라이트가 먼저냐, 서로가 서로의 기원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어느 쪽이 먼저냐 라는 것은 자연히 묻힌다. 도대체가 어쨌든 시작이 있기는 할 것 아닌가, 하는 우리의 직관적인 의문은, 일단 이런 식의 인과적인 시간 관념을 파괴하는 방식이라면, 저런식의 직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게 된다. 그렇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저런 의문이 진정으로 무가치하게 버려지는 상황인지, 버려져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문외한이기에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순박한 판단으로는, 이제 와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을 거부하는 구조가 부상했다, 정도까지만 가능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2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1부 막판의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 막연하게 1부시점의 과거라고만 여겨졌던, 그러나 이제는 결코 과거라고 규정할 수 없는, 실버라이트 vs 마족 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 이야기 자체는 아직 제대로 나온게 없기에 단순히 이것만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봐왔던 작가의 야심과 능력에 비추어볼때, 결코 그것만으로 끝날리 없다. 시작과 끝의 구분이 가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어쩌면 무한 반복되는 세계에서, 여전히 '약자에게는 고통받을 권리밖에 없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버라이트-위버 는 1부가 끝난 현재 시점에서 '세계에는 아무런 필연성도 없다' 라는 깨달음을 소화한 상태다. 세계를 이루는 근본 규칙 혹은 구조가 필연적이지 않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도 원리상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한 깨달음을 얻은 실버라이트-위버가, 약자에게는 고통받을 권리밖에 없는 것 같은 그런 비참한 세계를, 그것도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를 가만 보고 있을리가 없다. 이후 실버라이트-위버가 희찬가에서의 은결이 그러했듯이 손은 손일뿐이다 식의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시작과 끝이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세계에서 무언가의 변화를 꾀할지도 모른다. 실버라이트가 에위나를 배신한 이유도 그와 맥이 닿아있을것이다. 무한히 반복되는 비참한 세계, 근본적으로 세계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쩔 수는 없어도, 마계의 대공 수를 줄이거나, 보다 부조리한 면들이 줄어들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것을 위한 실버라이트-위버의 기획인지도 모르겠다. 베부와의 모종의 관계를 통한 무한 반복되는 과정은.

근데 써놓고보니 과연 무한 반복되는 세계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시간 개념에 대한 나의 이해가 너무도 부족하기에, 이 이상으로 생각해보기가 쉽지 않다. 나름대로 예측을 해보긴 했으나, 순 개소리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여긴다. 1부 마지막에 대한 나의 예측이 순 개소리가 되었듯이. 어쨌든 확실히 재밌을 것이 틀림이 없겠다. 마계에서의 실버라이트의 모험은 굉장히 흥미진진할 것이다. 어린 에위나와 그레이스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이다. 대단히 많은 기대를 갖고 기다릴 생각이다. 가급적이면 작가님이 연재를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근데 에필로그 이미지에서 위버에게 턱수염이. 왠지 충격이다. 아저씨 같아.


Comment ' 2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10.01.23 04:18
    No. 1

    울먹이는 에위나의 일러스트 모습에 치명타를 입으신 독자분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꿈의무림
    작성일
    10.01.23 08:34
    No. 2

    아 어서빨리 2부가 나오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오랫만에 맛보는 금단증상이군요 -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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