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코맥 맥카시
작품명 : 더 로드
출판사 : 문학동네
더 로드는 종말 후 세계를 묘사합니다. 밤과 낮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잿빛 하늘, 재 섞인체 내리는 눈과 비, 지옥불이 휩쓸고 간듯 새까맣게 탄 대지, 타녹은 아스팔트와 그 위에 녹아붙은 차들과 시체들..나무는 뼈처럼 마른 고목들뿐이고 대지 위에는 풀 한포기 남지 않고 빛이 비치지 않는 하늘엔 새 한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세계인 것입니다. 그래도 이 안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뒤져 지난 문명의 유류품을 모아 도구로 쓰고 아직 남아있는 통조림을 찾아 끝없이 떠돌고 있는 것이죠. 물론 식량은 부족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인간은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소설 내내 주인공을 위협하는 것은 멸망에 처한 극한의 자연환경보다 약탈과 강간을 일삼으며 떠도는 '나쁜 사람들' 이죠......
이 소설은 이름조차 언급이 안되는 한 남자와 그 아들이 아무 희망도 없이 절망뿐인 이 어두운 세계를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자는 겨울을 피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지만..이 소설 속엔 희망을 주는 헛소문 같은 것 조차 없지요. 그러니까 남에 가면 살만한 곳이 있다는 그런 언급조차 없습니다. 정확히 언급은 안되지만. 이미 세계는 구석구석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멸망한 상태니까요.
남자에게 남은 것은 아들뿐입니다. 사는게 지겨워서 그의 곁을 떠나 죽음으로 가는 것을 택한 아내가 말한 대로 그와 죽음 사이에 있는 것은 아들뿐이니까요. 멸망의 날에 태어난 그의 아들은 예전 존재했던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마치 과거 세계를 멸망으로 이끈 악덕과 전혀 무관한 듯 그의 아들은 순결하고 선하며 부서질듯 아슬아슬하지요..그에게 아들은 살아남은 마지막 빛, 불을 옮기는 사람이며 지상위에 천사이고 골고다 언덕의 예수고 소돔에 남은 마지막 선인같은 존재인 거죠..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재밌어서 손을 못뗏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사실 다 읽고보니 이건 장르소설이 아니군 ㅡㅡ;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자에게 재미를 주려는 플롯은 아니죠..근데 읽다보니 재밌더군요..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기도 하고...포스트아포칼립스틱한 얘기를 쓰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재밌는건 작가가 젊은 시절 대단히 궁핍하여 팔년간 헛간같은곳에서 살며 호수에 나가 목욕을 하며 살았다는데, 그 경험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고 역자가 유추한 것 ㅎ 여튼 최근에 영화도 개봉되고 퓰리처 상까지 받은 작품이라니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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