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죽어야 번다
작가 : 안현일
출판사 : 파피루스
삼년전에 완결난 소설이지만, 감상 한번 써봅니다.
늙은 중년 기사의 여행 이야기.
삼류 한국영화같은 제목의 이 판타지 소설은
죽으면 가족한테 100억원을 주겠다는 말로 시작한다.
시대는 전형적인 칼과 마법이 노래하는 중세 판타지 세계.
그러나 주인공인 길버트는 전형적이지 않았다.
길버트는 두 아이를 둔 중년의 아저씨였다.
잘사는 평민으로 태어나 귀족을 꿈꿔 기사가 되었지만,
검 실력보다 행정일에 탁월하여 사무일을 계속하다가
오라를 잃고 비관하여 은퇴한 후, 도박에 빠져 살아간다.
그런 길버트에게 드래곤이 찾아와 제안한다. 5년 안에 죽어라. 그 죽음의 가치만큼 골드를 주겠다고.
처음엔 죽고 난 뒤 돈이 뭔 소용이냐며 거절하지만,
아들이 아카데미 등록금이 부족해 퇴학당할 위기에 처하자,
제안을 수락하고, 가치있는 죽음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길버트는 죽기 위한 여행에서 과거의 소중한 인연을 되찾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며 가장 빛나는 삶을 살게 된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소설임이 틀림없으나,몇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1. 길버트의 인연은 드래곤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단순히 드래곤이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
그의 첫번째 모험, 북부의 오래된 친구 지켄겐을 만나 오우거를 퇴치하고
엘프 마을과 인연을 맺는데 있어서 길버트는 그의 능력과 경험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드래곤으로부터 받은 능력과 우연을 통해서 일이 해결되었다.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수련한 것은 드래곤이 돌려준 오러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몬스터는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고 무서워 길버트와 싸우지 못했다.
엘프는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고 길버트를 구해주고, 그에게 과한 자비를 베풀었다.
길버트는 드래곤에게 능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그의 모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워졌다.
단지 소중한 인연을 깨닫지 못했을 뿐 이라기엔 드래곤이 개입했기에 잘풀린 경우가 너무 많다.
고작 초급 기사의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모험의 태반이 그 능력에 기반했단걸 생각해보면, 드래곤이 없었다면 길버트는 여전히 백수의 도박꾼이 아니였을까.
2. 죽기엔 너무 넉넉한 시간
드래곤은 길버트에게 5년의 시간을 주었지만,
5년은 길버트가 고뇌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였다.
그는 모험을 떠나 일년이 지나기도 전에 영웅이 되서 돌아왔다.
물론 5년이란 시간이 어느정도 합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이긴했다.
초급기사에서 중급기사로 성장하기 위한 시간.. 이였다곤 하지만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온 길버트에게 4년이나 시간이 남은건 너무 긴 시간이였다.
3. 너무 똑똑한 그대
과거 왕립 아카데미 수석 졸업, SW대회(군사게임) 4년 우승자인 길버트.
전쟁터로 돌아와 책사가 된 길버트는 뛰어난 두뇌로 상대방의 전술을 모두 파.개.한.다.
그런 길버트에게 걸린 상대는 제대로 된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먹혀버린다.
길버트의 가장 강력한 능력이 행정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열어보니 군사적 능력은 그야말로 최강이었다.
이정도면 그의 군사적 능력을 못알아보고 행정일이나 시키던 중앙기사단이 역적인 수준.
그렇지만 이 소설은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전쟁을 통해 길버트는 자신 가문의 역사에 대해 알게되고,
그의 선조의 일들을 알게 된다.
길버트만 영웅이였던 것이 아니라 그런 영웅적 행보는 가문 내내로 이어지던 것이였다!
사람 대하길 계산적으로 행하던 길버트가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과
사람냄새나는 사람으로 변화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였다.
그의 모험이 드래곤이 준 능력에 기반하여 이루워진 것이긴 하지만
검 능력이 뛰어나지 않던 길버트에게 돌려준 초급 기사의 능력은 어찌보면 판타지 소설에서 주는 기본적인 능력이지 않았을까 하고 옹호해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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