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레시드
작가 : MistyJJ
출판사 : x
출판되지 않은 그것도 유료연재도 아닌 작품중 단연 독보적인 작품한편의
감상문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
레시드
레시드의 주인공은 레시드란 소년이다.
마수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이며 마수와 인간은 적대한다.
마수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는 인간의 죽음이며
그것이 곧 쾌락원인 인간보다 월등히 강력한 생명체이다.
인간들은 그런 마수들의 손에서 살아나기위해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어린아이 가지고 놀듯
마수들은 인간들이 그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던
눈길조차 주지 않은채 모든것을 파괴해 버리는 괴물이다.
그러한 가운데 인간과 마수 혹은 그외 생명체 대륙과 행성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이라 불리우는 시스템인
성좌에 신탁이 내려오고
마수에 점령당한 현재의 세상은 영웅에 의해서
구원받으리란 메시지를 남긴채 침묵한다.
인간진형의 유일한 희망이자 한줄기 빛이 된
영웅의 탄생은 수많은 잉태속에서 단 둘의 아기만 신탁이 말하던
영웅의 조건을 타고 태어난다.
그리고 빛의 상징인 은의 아기와 어둠과 불길의 상징인
흑의 아기의 탄생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의 멸시와 불결함과 불운의 눈빛을 받으며 태어난
흑의 아기는 그저 불길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죽임당했으며 평범하고자 노력했으나
평범할 수 없는 환경속에서 온갖 모멸감을 겪으며 자라난다.
그게 바로 레시드다.
이야기의 전개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진행되 간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듯 담담하게 진행되는 필체는 간결하고
머뭇거림이 없다. 초반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것 또한 사실이다.
덜렁 거리는 순례자 네아와 형편없이 약해빠진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은 주인공이라니?
흔한 판타지의 목적없는 그저 그런 가벼운 글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없이 그냥 볼만했기에 언제든 하차할 생각을 하며 보았다.
말도안되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다른걸 보러 가겠다 생각하면서.
한편이 가고 두편이 가고. 주인공이 마수와의 싸움에서 말도 안되게
살아남았을때.
나는 이 글에 빠져드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가볍다고 생각 했던 글은 내 어깨를 짓누를만큼 무거웠다.
주인공의 행보는 쉴틈이 없다. 숨돌릴 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 간결하고 덤덤한 문체는 극한까지 독자를 몰아간다.
사실 전투씬은 묘사하기가 힘들 뿐더러 지루하기만 하다.
길게 늘이기만 한다고 생각되던 장면들이 나에게는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절할 만큼 온몸이 산산조각 나면서도 자신보다 강한
절망뿐인 전투속에서 레시드가 살아남으며 강해지는 과정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레시드라는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이곳에 적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치열함. 처절함. 레시드를 표현하는 두가지 단어였다.
'글이 너무 늘어지는것 같네요. 지칩니다. 진도도 안나가고 이제그만 하차하렵니다.'
감히 말하건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독자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큰 싸움이 끝난후 치료를 받고 세시간 정도 눈을 붙인후
다시 큰 싸움을 하러 나가는 레시드의 모습은 오히려 독자가
'제발 레시드좀 쉬게해주면 안되나요?'
라고 말할 정도로 숨돌릴 틈 따윈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인간들이 곧 멸망할 시점에서
편하게 쉬며 노닥거릴 수 있을까? 사랑을 하고 여행을 하며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기만 하던 레시드는 여행도
했고 사랑도 했으며 우정도 쌓았다.
다만 그것이 행복으로 주인공에게 존재하지 못했다는것.
온통 괴로운 기억으로만 점철되어진 여행이었고 사랑이었으며 우정이었다.
인연을 스스로의 손으로 벨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기가 막혔다.
답답했다. 이만큼 고생했으니 이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문체는 여유가 있으나, 여유가 넘치는 글이 아니었다.
보면 절로 지어지는 소소한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글이 아니었고,
마음을 적셔주는 훈훈한 글 또한 아니었다.
책의 종장으로 치닫으면서 눈에서는 간혹 나도 모르게
물기가 맺힐 때도 있었으며 그 안타까움에 한숨을 쉰적이 몇차례나 되었다.
슬픈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처절함과 안타까움에 연민의 정이 느껴질만큼
주인공에 몰입되어 보게되었고, 레시드가 과연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가?
흑의 영웅의 마지막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갈증과 애증의 마음으로 주인공의 걸음을 보고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책을 덮을때 내 얼굴위엔 웃음반 일그러짐 반의 묘한 표정이 한참을 맴돌았다.
레시드는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었다.
영웅도 인간이었고,
인간과 똑같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편하게 쉬고 싶어했고 주저 앉고 싶어했으며
늘어지게 누워 잠을 자고 싶어했고 편하고 싶어 했으며
절망앞에 모든것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어했고
죽는것을 무서워 했으며 죽고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시드는 그러지 않았다. 왜?
레시드라는 이름 책의 제목을 보며.
이런 작품을 보게되어 개인적으로는 참 고마웠다.
3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잠자고 있는 숨겨진 명작이다.
레시드라는 작품이 책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유료연재도 아니었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후속작을 애타게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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