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건아성
작품명 : 군림마도
출판사 : 드림북스
자네에게 한 말이 아닐세. 쯧. 누가 그러한 것도 모를까. 내가 말하는 것은 석공이야. 돌을 깎아 거기에 자연을 대신해 세상의 근간을 새겨 넣을 때는 마음가짐이 중한 거야. 바람이 밥을 먹고 흐르는 것을 보았는가. 비가 잠을 자며 쏟아지던가 말이야.
은거기인을 낸 건아성님의 신작이라고 하기엔 4권까지 나왔네요. 상당히 재미있게 본 글이라 감상글을 적은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직 감상을 올리지 않았더군요. 그저 3권에서 인상깊게 본 구절만 블로그에 올려났었습니다. 위에 굵게 표시된 글은 3권에 나오는 글입니다. 저는 장르소설이든 일반 소설이든 읽으면서 좀 멋지다 싶은 구절은 옮겨 쓰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군림마도는 그런 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4권에도 좀 멋지게 표현된 구절이 많았습니다. 옮겨 적을게 너무 많다 보니 이번에는 옮기지 않았습니다. 돈이 모이면 사서 보는 편이 더 좋을 듯 해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갔습니다. 위에 굵게 표시한 글 처럼 대사 하나하나에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이 납니다.
소설의 대사가 너무 작위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당한 은유와 멋을 부린 대사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대사만 멋지다고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그냥 대사가 멋진 글을 읽기를 원하다면 시를 보는 것이 더 좋지요.
제목이 군림마도입니다. 전작인 은거기인이 정파의 은거기인을 그렸다면 이번 군림마도는 '魔'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파니 사파니 하는 그 사파를 그리고 있는 것이죠. 魔를 이야기의 소재로 그리고 있지만 이 마가 패악스럽고 찌질한 악당은 아닙니다. 하긴 무협에서 정파니 사파니 하는 건 그저 운동회의 청군, 백군과 같은 의미가 되었으니 마란 글에 현혹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군림마도란 말 처럼 군림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팔방미인에 義를 따지는 주인공을 다루는 무협이 많았습니다. 이걸 구무협이라면 구무협이랄 수 있겠습니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약삭빠르고 이익을 따지나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들을 다룬 무협을 신무협이라 하면 이 소설은 그 신무협의 묘미를 제대로 끌어냈다고 봅니다.
주인공 이낙천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닥 큰 무력을 가지고 있진 않은 것 처럼 보이지만 그가 지닌 무력은 상당합니다. 무력만 믿고 날뛰지도 않습니다. 이 사람은 힘을 앞세우기 전에 머리를 사용하죠. 머리는 장식이 아니죠. 그 머리를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를 상당히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띄우기도 했다가 바닥에 가라 앉히기도 하며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을 다룹니다. 호랑이의 무력에 여우의 꾀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이 이낙천을 표현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귀계를 잘부립니다. 그저 뇌가 비어있는 인물들에게 질렸다면 이 군림마도를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사에 상당히 공이 들어갔고 이야기도 상당히 잘짜여져 있습니다. 인물들의 생동감도 이 정도면 수준급입니다.
전작 은거기인도 상당히 잘 쓴글이지만 좀 투박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걸 뭐라 꼬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그때 느껴진 투박함이 이번 글에 상당히 잘다듬어 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강호에 군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작은 문파가 커가는 모습도 상당히 멋지고 주인공도 상당한 매력을 풍깁니다. 장르소설을 자주 접하나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한 번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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