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인
작품명 : 남아일생
출판사 : 로크미디어
# 1
더운 날입니다. 덩달이는 세 시간 넘게 뒤척이다 결국, 잠을 포기하고 일어났습니다. 선풍기에선 이젠 더운 바람이 불어오네요. 그리하여 야밤에 깔끔하게 방 청소를 했습니다. 좁은 방,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덥다, 더워.
샤워를 하고 빠삐코 하나 물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요즘 덩달이는 '메가패스존'이라는 사이트를 종종 찾아갑니다. 괜찮은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거든요. 무슨 영화를 볼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빠삐코를 쭉쭉 빨아대는 덩달이. 그러다 '에이, 영화는 조금 있다 보고 만화나 볼까?'라는 생각에 만화를 클릭해서 쓰윽 살펴봅니다. 덩달이는 변덕스럽기도 하지요.
그림만 보며 술술 넘기다 그것도 이내 흥이 떨어집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덩달이는 변덕스럽기도 하거든요. 빨리 자야 활기찬 내일을 시작할 텐데 잠이 안 와서 큰일입니다. 그리하여 평소 가보지도 않던 곳을 클릭하며 놀다가 낯익은 책 제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남아일생'
가인님이 쓰신 무협입니다. 예전에 연재할 때도 재미있게 읽었고, 책으로 나왔을 때도 얼른 가서 빌렸었는데 그만 반품이 되어 2권까지 읽고 그 이후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더랍니다. E-Book으로 여기서 볼 수 있었군요. 진작에 열어볼걸.
# 2
'남아일생'.
좀 평이한 제목입니다. 덩달이는 책장에서 책을 꺼낼 때 혹은 서점에서 책을 빼들 때, 제목이 한 절반쯤 먹어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목이란 게 그 글의 얼굴마담이요, 다방레지요, 간판스타 아니겠습니까. 쿨럭! 예로 들은 게 좀 이상한가요? 에효~ 어쩔 수 없어요. 덩달이는 응큼하기도 하거든요.
어쨌든 '남아…'로 시작되는 제목을 보고 얼른 '남아당자강'이라는 노래부터 떠올린 덩달이. 인터넷을 잽싸게 검색해서 그 노래부터 들어봅니다.
글을 읽어나가자 하나씩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아차! 이거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무석이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신조로 강호행을 하는 내용이었지! 읽어나가는데 불안불안합니다.
자, 이쯤에서 소심한 덩달이가 하는 행동은 정해져 있습니다. 소싯적부터 동화책을 읽을 때 왕자님, 공주님이 위기에 처하면 얼른 맨 뒤를 넘겨보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내용을 확인해야지만 안심하고 글이 읽혔다는 덩달이, 얼른 5권 맨 뒷부분을 열어봅니다. '남아일생을 마칩니다.'라는 맺음말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흑! 에필로그 안 봤으면 많이 슬플 뻔했어요.
# 3
사실 덩달이는 좀 유치하기도 해서, 유치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흠흠. 이 이야긴 안 하려고 했는데, 뭐 어쩌겠어요. 코끼리가 마스크 쓰고 있다고 그 코가 가려지나요. 사슴이 하이바 쓰고 다닌다고 해서 뿔이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화산의 일연자 할아버지가 오협의 후예들을 불러 모으는 편지를 보내요. 그중 화산의 제자 하나가 그 편지를 들고 '비협'을 찾아가는데요, 비협의 성격이 워낙 까칠해서 수틀리면 비도를 던져 사람 목숨을 우습게 따는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갔더니 비협은 이미 7년 전에 귀천했고, 그 딸만 있는 거에요. 근데 그 딸이 앞을 볼 수 없어서 편지를 대신 읽어주게 되거든요. 문제는! 어째 그 딸의 성격이 소문으로 듣던 비협의 성격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하다는 거였지요.
「현용은 그런 진수지를 보며, 역시 비협의 딸이구나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천천히 봉투를 뜯어 그 안의 편지를 펼쳤다.
"음침한 칼잡이 보아… 크흠……."
현용이 헛기침을 하고 진수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귀만 기울이고 있었다.
현용은 속으로 일연자를 잠깐 씹어주고, 이번에는 눈으로 먼저 글자를 확인한 다음 소리 내어 읽어나갔다.
"아직도 여전히 음침… 큼… 잘 사느냐? 어르신은 아주 잘 뒹굴 거리는 중이시다. 네놈도 이제 팍삭 늙었으렷다. 푸하… 으음… 여긴 건너뛰겠소이다. 세상이 참 심심하기도 하더니……."
진수지는 조용히 듣기만 하고, 편지를 읽어가는 현용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가고 있었다.
명색이 화산 최고의 고인이 이렇게 유치한 편지를 쓰다니… 무량수불이었다.」
푸하하!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음…. 아닌가?
사실 무석과 수영과의 대화나 그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을 옮겨올까 했는데, 원래 사랑이란 게 유치하기도 하거니와 그건 직접 읽어보는 게 더 좋을 듯싶어서 그만뒀어요. 읽다 보면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되거든요. 어떤 땐 좀 울컥하기도 하고요.
# 4
주말에는 그동안 온다 하고 변죽만 울리던 장마가 찾아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네요. 빗방울이 여기저기 통통 부딪는 소리 들으며,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온몸으로 마주쳤던 사람과 그를 감싸 안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끝으로 요즘 유행하는 달인 시리즈 하나 할까요?
"16년 동안 무협을 읽어오신 무협의 달인 차력 덩달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선생님 가장 기억에 남는 무협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에…. 뉴턴 선생이 나무에서 사과 떨어지는 것에 영감을 얻어 집필한 '국광으로 홍옥을 쏘라'가 기억에 남는군요."
"그 일화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닌가요?"
"뉴턴 선생이 쓴 무협 읽어봤어요?"
"아니요."
"안 읽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