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유진산
작품명 : 고스트 아머
출판사 : 마루
해부학을 연구하는 양부를 위해 야밤에 시체를 파 해부재료로 공급하는 일을 하던 주인공. 그는 어느날부터 시체에 3일간 머무르는 혼령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그가 어느날 관 속에 있던 대공의 시체의 목을 베어내다 한 유리빛의 조각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신체에 스며들어 야밤이면 신체의 방어력을 극대화 시키는 고스트 아머.
하지만 곧이어 전쟁이 터지고 징병이 시작되면서 양부의 실험실이 들켜 아버지는 처형되고 도망친 주인공은 아버지가 남긴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쟁터에서 사람을 치유하기 시작하는데...
그의 치유능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쟁탈전과 음모.
그가 얻은 조각 이외의 다른 또다른 조각들에 얽힌 비밀과 그것에서 얻어지는 새로운 능력.
혼령을 보고 그의 원한을 치유하는 그는 조각을 모두 모아 혼탁한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전 연령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판단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여러 곳에서 뜬금없었습니다.
여기서 뜬금없다는 것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생소하고 아리송함을 느꼈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없거나 틀렸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주인공의 의료지식이 소설 속 시대보다 발전해 있습니다.
그가 중요한 수술을 집도할 때 바닥에 소독가루를 뿌리고 끓는 물에 삶은 천을 준비하는 등 주변인들에게 취하게 하는 행동은 살균, 소독 등 미생물의 존재 알고 있는 듯 보이며 만약 모르더라도 질병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가를 아는 듯 보입니다.
마치 현대의학수준에서 야전 시 응급 수술실 조성 및 치료방법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대의 다른 치료사들이 그러한 정보에 대해 알고있는 것 같지는 않기에 이상하게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주인공은 딱히 의술을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펼칠 만한 지식이나 경험 혹은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만한 대목은 그다지 안 나오지만 양부가 죽고 전쟁터에서 사람을 치료할 때 그가 보이는 능력은 화타가 와도 울고갈 정도입니다. 죽지만 않았다면 잘린 팔다리를 붙이고 깊은 상처를 금방 치유합니다. 수술속도에서부터 환자의 회복기간까지 엄청나게 빠른 데다가 야전상황에서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현대의 최고수준의 봉합전문가 열명이 모여 집도한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근본적으로 시체의 해부를 통해 알게 된 지식만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잘린 근육과 신경을 이어붙일 수 있는가부터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근본적으로 주인공에겐 치료와 관련한 천부적 재능과 특별한 능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소설상의 전제조건이자 설정인듯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터진 후 갑작스럽게 엄청난 치료능력을 보이는 주인공을 보면서 뜬금없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물론 주인공에 대한 전제적 설정이라고 생각하며 큰 문제거리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그 능력 발휘 정도가 너무 높았기에 뜬금없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천명의 부하만을 데리고 수만의 대군을 물리칠 정도의 능력을 가졌던 대공. 그의 양부가 죽은 것도 이 대공의 엄청난 방어력을 설명할 방어구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선 병사들에 의해 비밀실험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방어구'라고 판단하고 수색하기 시작했는가가 의문입니다. 왜냐면 주인공에게 있는 고스트아머는 몸에 파고들어 존재하며 신체 자체의 방어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공의 옆에서 싸움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그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특이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 분명하며 또한 이후 스토리 진행에서도 대공에 대해 알고있는 사람들은 이 신체 방어력을 대공의 집안 가문의 핏줄이 지닌 특이한 능력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읽으면 읽을 수록 소설 시작부분에서 병사들이 징병과 동시에 시민들의 집을 뒤지며 대공의 '방어구'를 수색하는 모습은 뜬금없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양부가 제거된 이후에는 이 수색에 대한 내용이 더이상 다뤄지지 않습니다.
또한 그 본신의 능력으로 인해 전쟁억지력으로 유명했던 대공이 초라한 무덤에 묻혀서 도굴당하는 위험에 처하느냐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이 대공의 목을 벤 죄로 주인공의 양부는 그의 의료행위를 통해 지역유지와 주민들에게 베푼 선행에도 불구하고 키메라 연구라는 죄목으로 엄청난 형벌을 당하는 것을 보면 대공에 대한 현 실정자가 가지는 존경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대공은 그렇게 초라하게 묻혔는가....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감옥신과 추격전에서는 스토리의 진행과 주인공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적절히 맞추어 조력자들이 준비된 듯 딱딱 나타나는 것도 약간 뜬금없었습니다. 주인공을 잡을 듯 잡을 듯 하다가도 안 잡는건지 못 잡는건지 허술한 마음자세로 끝내 놓치는 추격자의 행동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뜬금없게 느껴졌을 뿐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뜬금없다는 느낌 정도로 넘어가고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발빠르게 이어지고 있으며, 점차 드러나는 과거의 비사와 함께 주인공의 사명감이 높게 부각되면서 작품의 독특한 매력이 크게 발산되고 있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세계를 살릴 그의 험난하지만 진정 가치있는 행보를 우리는 숨죽이며 지켜보게 됩니다.
만방에 노출되어 여유가 없는 주인공은 제 취향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저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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