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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anSan
작성
07.07.07 23:16
조회
2,097

작가명 : 류진

작품명 : 투한

출판사 :

류진님 작품은 무척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뭔가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날 듯 안날 듯.... -_-

주인공 설진악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자기도 심장을 찔렸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미 한번 죽었다 살아났으니 다시 죽지 않을 거라는

어떤 근거도 신빙성도 없는 신념을 근거로,

부잣집 아들내미 대신에 돈을 받고 전쟁터로 떠난다.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아니 대체 머 하러 8년간이나 전쟁터로 떠난단 말인가.

은자 40냥이 당장 아쉬웠던 것도 아니다.

별로 신뢰도 안가는 친구에게 휙 던져줄 정도니까.

강해지려고 간다는 뭐 그런 설정인 것 같은데,

전쟁터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거기다가 8년이다 8년. 뒷 내용 보면

복수하고싶어 좀이 쑤신 상태인데.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하루빨리 복수하고파 안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겨우 돈 40냥 받고서, 무려 8년간이나,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는 전쟁터로 휙 떠난다.

거기에 무슨 메리트가 있다거나 하는 설명도 없다.

뭐, 초반은 그렇게 찜찜하게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류진님이 설진악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전쟁터로 밀어넣은 걸로 보였지만,

뭐 그래도 계속 읽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하여간,

그래서 전쟁터로 가고,

그래서 후에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고,

그래서 강해지고 교활해진다.

그리고.. 컴백 홈.

여기서부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설진악의 목표는 '복수'다. 피맺힌 원한을 잊지 못하고,

어떤 댓가를 치러서라도 복수를 이루기 위해 달리는 캐릭터다.

이런 인물은 무협에서는 아마

트럭 단위가 아니라 국가 단위로 존재할 거다.

그러나 투한의 주인공 설진악만큼

초지일관 복수를 위해 달리는 인물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샛길로 빠지고 삼천포에도 한번 빠지고,

여난에도 빠졌다가 중간 이벤트 몇번 나오고,

그러다가 실마리가 슬슬 풀리면서 어라 하는 사이에 복수한다.

그런 인물들 보면 한숨이 나올 뿐이다.

아마 하늘에서 복수를 기다릴 부모님도 한숨을 쉴 것이다.

설진악은 다르다.

그는 '복수'라는 대명제 아래 모든 행위를 결정한다.

사소한 작은 행동도 모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이며,

한순간도 자신의 종착점을 잊지 않고 행동한다.

여기서 설진악이라는 인물을 알 수가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라도 속이고 이용하고 뒤를 찌른다.

어린아이라도 고문하고, 소녀라도 찔러 죽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고뇌한다.

미친듯 고민하고 망설이고,

그런데도 도저히, 도저히 복수를 포기할 수 없는....

정말로 한이 하늘에 닿은 듯한... 그런 인물인 것이다.

'정당화'와는 다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설진악은 분명히 악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악인과 함께

처절한 원한을 곱씹을 수 있는 이 소설이 좋았다.

어린아이 손톱을 뽑으면서

속으로 피를 흘리는 그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흔한 캐릭터.

복수를 위해 냉혈한이 된 자식의 이야기.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자국 더 깊이 들어갔다는 것이

투한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

거기다 가끔 나오는 묘한 캐릭터들이 참 마음에 든다.

투한에서는 사실 마음에 드는 여성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변변히 등장한 히로인도 없다시피 하다.

(약간 광년이 기질 있는 한분을 제외하고)

그러나 마음에 드는 '아저씨' 캐릭터는 좀 있다.

나른하게 늘어져서는 천연덕스럽게

뇌물을 받아먹고 입을 슥 닦는 관리 아저씨라던가,

형의 잔영에 사로잡혀있는 역시나 약간 광기에 물든 듯한

대도무문의 문주 할아버지같은 분들.

그리고 주인공에게 찾아온 기연.

뭐랄까...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했다.

스물 남짓한 부하들, 천하제일에 근접한 광인과 함께

출구가 막힌 물도 음식도 없는 폐광에 갖힌 극한 상황.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부하를 살리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겪는 와중에

필사적으로 적의 기술을 받아들여 생존하고자 하는 설진악.

비록 미친 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내공을 주고 '넌 내 제자다' 어쩌구 하는건

조금 더 개연성 있게 보충했으면 어떨까 싶긴 하지만....

투한이란 제목에 걸맞는,

싸우면서 훔쳐배워 강해지는 기연이란 건 참 좋았다.

아직 2권이다.

앞으로 어찌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설진악이 앞으로도 초지일관 복수를 향해

용맹정진(..)하리라는 것은 믿는다.

히로인쪽도 좀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긴 하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인력 있는 글이었던 것 같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1957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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