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훈지공명
작품명 : 천하일미
출판사 : 출판 안됨
저는 훈지공명이란 청년을 20세기부터 알고 지낸 사람입니다. 이야.. 그렇게 말 하니 정말 질긴 인연이로군요. 그 당시 최고의 온라인 연재 사이트로 불리던 작가네트 -그래봤자 그 시절의 소위 '3대 통신사' 연재 게시판에 비하면 참 빈약했습니다만..- 에서 처음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아마 탁록전쟁이었을 겁니다.
그 당시 그의 글은 출판이 어쩌니를 떠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라는 직함을 붙이기에도 참 부끄러운 것이었군요. 서로 그런 글이나 두들기면서도 청운의 꿈을 불태웠던 그 시절의 치기를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훈지공명은 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연재를 시작한 그의 '천하일미'를 보면서 그토록 많은 방황을 하던 그의 글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미스터 초밥왕이라던가 맛의 달인 같은 작품들이 나와있긴 합니다만 볼때마다 장르의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인물의 배치, 갈등구조의 종류들이 기존의 소년만화-판타지-무협에 비하여 제한이 많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요리사'라는 그다지 세간에서 인기있는 직종은 아닌데다가 모든 갈등은 결국 '요리대결'을 통하여 끝나는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거기다 수없이 튀어나오는 전문용어들. 너무 많으면 요리 해설서가 되어버리고, 적으면 리얼리티가 없습니다. 그 절묘한 중용을 지켜나가야 하고, 너무 설명에만 치중하여 스토리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됩니다. 그만큼 외줄타기만큼이나 힘든 작업이 됩니다. 거기다 특히 요리무협이란 장르에 있어선 중화일미(요리왕 비룡)라는 절대강자가 존재하기에 그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겠지요.
천하일미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잡한 요리에서 꼭 필요한 요소들만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며 그 가운데서도 긴장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보기 드문 요리무협 작품 중에서도 수작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의 글이 완벽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좌백이나 월인 같은 대협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는 고무판의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근본이 성실한 작가이고 항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언젠가는 큰 성취를 이루어 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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