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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이벤트라는 내용을 처음 보았을 때 머릿속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떠오르는
작가분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한번쯤 그 작가분들에 대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벤트라는 참가라는 명목으로 두 번째 글을 올리게 됩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진산의 강호는 그 시작점이 고전적 비극의 공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처럼 운명의 황혼에 스러져 가야할 이들의 모습들이
무대 위에 펼쳐지곤했다. 거기에 더해진 그 절묘한 언어의 조합과 미려한 문장
이란 비극적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이었다.
첫 작품 '광검유정'이나 '청산녹수'에서 보여준 고전적 비극이란 원형은 그대로
'홍엽만리'에서도 이어져갔었고 작가의 태생은 역시 못 속인다 싶었다.
그다지 연극적 냄새를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검으로 시작해서 검에서 끝나는 강호라는 숙명성이란 고전적 비극의 숙명성과
너무도 닮은 꼴 같아서였다.
고룡에 대한 오마쥬라고 볼 수 있는 '대사형' 이나 '색마열전' 또한
낭만적 영웅이 주는 대리 만족감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며
넓은 의미로 정해진 숙명 같은 굴레에서 살아가야 했던 이들이 이야기가 아닌가.
진산 소설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단편 '백결검객' 은 강호라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갇혀 사는 무인의 비극성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날아가는 칼' 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싶다.
이미 그 결말은 그들의 운명은 애초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검을 든 순간 그들은 무인였고...가야했던 길이 있었던 것이다.
그 절절한 허무감을 느끼는 순간
왜 진산을 좋아하는 지 알게된다.
무협이 주는 카타르시스란 남성적인 강렬함과 통쾌함만이 주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진산의 작품 중 나에게 최고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고를 수 있는
소설은 진산의 '정과 검'이다.
그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는 어느 한여름밤의 무더위처럼 잠을 못 이루
게 만들었다.
'검' 이란 숙명을 벗어버리고 결국 얻은 자유는 결국 '정' 이란걸 이 소설은
이야기한다.천하제일인의 제자이며 아들인 '무정검 이결' 이 버리고 싶었던 것
은 '정' 이며 그러므로 그는 자유를 얻고자 하지만
역설적으로 '무정검 이결'이 그토록 버리고 싶었던 것에서 그는 자유를 찾는다.
버리고자 했으나 끝내 버릴 수 없었던 것
그러나 결국 그를 그의 운명에서 자유롭게 한 것은 '사랑'이었다...
강호라는 숙명 속에서 사랑조차 허무한 것인 그곳에서
결국 기대야 할 것은
기다려야 할 것은 '사랑'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진산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한다.
그 한없는 허무와 슬픔의 장막으로 가리어진 무대에서 배우를 자유롭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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