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행님의 奇門遁甲이 감상/비평에 많이 오르내리는 군요.
기문둔갑에 대한 간단한 개념정리를 해서 우리 젊은 세대의 독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합니다.
설명을 위해 한자가 많이 들어감을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문둔갑의 신화적 시작은 헌원황제(軒轅皇帝)가 치우천왕(蚩尤天王)과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우연히 꿈에 천신(天神)에게서 부결(符訣)을 받았고, 이를 풍후(風后)가 명을 받아 문자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古今圖書集成)》
그러나 기문둔갑은 한나라 이전에는 음부경이라 불렸고 한나라때 ‘육갑’ 당나라때이후부터 둔갑이라 불리기 시작한다.
삼국시대에 와서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 더욱 발전시켜 병법에 이용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당(唐)나라 태종 때 이정(李靖)이 기문둔갑을 병법과 정치에 활용하여 당나라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면서 이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금서(禁書)로 정해지기도 했다.
즉, 기문둔갑의 학문적 체계는 대체로 당나라때 잡혔다고 보면 큰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기문둔갑은 하도(河圖:주역 팔괘의 근본이 되는 55개점의 점)·낙서(洛書:중국 우왕 때 洛水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있었던 9개의 무늬)의 수(數) 배열원리 및 이를 이용한 《주역》 건착도(乾鑿度)의 구궁(九宮)의 법이 그 원형으로 한다.
하도·낙서는 원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적용한 것으로 수의 배열은 음수와 양수로 되어 있고, 포진법(布陣法)은 동서남북 및 중앙으로 되어 있어서 음양의 화합과 오행의 상생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후대에는 이런 간단한 원리에 아래의 구궁팔문의 복잡한 이론들이 첨가되어 기문둔갑의 체계가 확립되고 천문법,점복술,은신술,축지법,변신술,포진법등의 술법적 요소들이 나온것으로 봅니다.
기문둔갑은 정밀한 수리학(數理學)으로 冬至를 陽으로 하고 夏至를 陰의 근본으로 하는 음양둔(陰陽遁) 18국과 실수(實數)인 9의 승수(乘數)로 홍기(洪奇)를 삼고 육의삼기(六儀三奇)와 구궁(九宮), 팔신(八神), 구성(九星), 팔문(八門)으로 연기(煙奇)를 삼아 음양오행(陰陽五行)과 팔괘(八卦), 상사역괘(象辭易卦)로 과거, 현재, 미래를 알아내고 사시(四時)의 한습난조(寒濕暖燥)와 우주 내의 충만한 기후의 변화작용에 의한 자연의 이치를 풀이한 학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기문둔갑은 시간(時干)을 위주로 하는 연국(煙局), 즉 연기(煙奇)이고 우리나라는 일지(日支)를 위주로 하는 홍국(洪局), 즉 홍기(洪奇)를 위주로 하는데 조진행님의 글에서 왕소단이 얻은 홍연진결은 이에 따라 설정된것 같습니다.
기문둔갑은 십천간분(十天干分)의 (乙,丙,丁)의 삼기三奇와 戊,己,庚,辛,壬,癸의 六儀두개부분으로 나눠지는바 이를 합하여 통칭 九宮이라 부른다.
10천간중에 甲이 빠집니다.
문(門)은 팔문(八門)을 의미하니 생문(生門), 상문(傷門), 두문(杜門), 경문(景門), 사문(死門), 경문(驚門), 개문(開門), 휴문(休門)을 말하며 기문둔갑의 둔갑(遁甲)이란 순수(旬首)의 갑인 육갑(六甲)을 말하는데 육갑이란 갑자(甲子), 갑술(甲戌), 갑신(甲申), 갑오(甲午), 갑진(甲辰), 갑인(甲寅)을 말하는데 갑자순수(甲子旬首)는 무(戊), 갑술순수(甲戌旬首)는 기(己), 갑신순수(甲申旬首)는 경(庚), 갑오순수(甲午旬首)는 신(辛), 갑진순수(甲辰旬首)는 임(壬), 갑인순수(甲寅旬首)는 계(癸)가 되니 육갑이 은복 되는 것을 둔갑이라 한다. 즉 구궁에 甲이 수시변화하여 둔갑이 이루어진다.
갑이 독립변수인 구궁에 작용하여 온갖 종속변수가 나온다고나 할까요.
무림맹의 오단이 각720개의 변화를 익혀야 하는니 하는 숫자가 여기서 나옵니다.
「팔문八門」은 각기 방위(方位)를 가지고 있는데,각기 길함과 흉함을 가지고 있다.
休와生만이 길함이 열려있고,기타 방위는 흉한 것으로 본다.
기문둔갑이란 여하간에 기문을 이용한 둔갑으로 방위 간의 형세변화에 따라 천변만화한다.
진법에 갖혀 생문이나 휴문을 찾지 못하면 거의 탈진 사망이죠.
무협소설에서 설계 또는 묘사된 각종 陣法,劍陣인 兩儀,三才,五行,七星,八卦,九宮등은 모두 기문둔갑에서 원용된 것이다.
기문법에는 좌도와 우도가 있으며 좌도는 흔히 말해지는 도술,장신,축귀,호혼등의 술법을 말하며 우도는 천지조화와 인간운명을 다루는 학문의 장이다.
왕소단은 우도를 익혔고 곧 이정갑으로부터 내공을 배워 좌도에도 통달할걸로 보입니다.
저는 현재 기문둔갑 1권만 읽었습니다.
참고로 역술서에는 태을,기문,육임을 삼식으로 드는바, 태을은 천문, 기문은 지리, 육임은 인간사를 주로 다루는 학문으로 기문둔갑에 이르러 천문,지리,인간을 아우르는 최고봉이 됩니다.
따라서 진법과 술법을 설정할때는 반드시 기문둔갑을 논해야지 태을이나 육임을 논하면 좀 거시기하다고 봅니다.
기문둔갑은 사실상 그 술법적 측면의 신비와 학문적 측면의 고아함으로 하여 무협소설의 탁월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의 자료조사부족 또는 능력부재로 인하여 무심하게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없이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다 보니 독자는 띵할뿐입니다.
현재 조진행님의 기문둔갑 1권에서 왕소단이 홍연진결을 10년에 걸쳐 모두 익히고 부적을 일필에 그려내는 경지에 이르러서도 둔갑의 형을 못갖추는 설정은 탁월한 설정으로 보여집니다.
[참고로 부적은 기문둔갑에 따른 혼으로 일필에 그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동도 여러분은 부적의 묘방을 받을때 부적을 그리는 분의 붓이 주춤거리면 그냥 취소하셈]
조진행님의 기문둔갑 행보가 기대됩니다.
왕소단이 호풍환우하고 하늘을 가두는 진법을 설치하고 한걸음에 천리를 달리는 축지법을 쓸지, 육갑신장을 불러 지상의 마귀를 쓸어 낼지.......
가능한한 간단하게 정리하려다 보니 많이 부족합니다.
다음에는 왕소단이 열심히 그리는 부적에 대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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