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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 꼬마유령
작성
12.05.17 05:19
조회
687

포룬탁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여중시절에 있었던 한 친구가 생각나서 몇자 끼적여 봅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제게 가장 처음 생겼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성격이 조금 유별났더랩니다.

좋게 말해서 유별이지 별명이 이코였습니다. 사이코.

어쨋든 당시 저희의 입학과 함께 총각선생님이 부임하셨는데, 그 이코의 레이더망에 그 선생님이 딱 걸린겁니다.

선생님 성격이 조금 우유부단하고 순하셨는데 그 때문에 재수없게도 그 아이의 장난감이 되셨던 겁니다.

어쨌든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도 항상 떠들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길거리에서 여자친구를 봤네 어쩌네 하고 놀려대기도 하고

심지어 교무실에 찾아가서 그 선생님을 당혹스럽게 만든적도 많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모두 너 제정신이냐며 말렸는데, 그 아이가 원체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이라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더라구요.

그렇게 약 반년 가까이 일방적인 괴롭힘이 이어졌는데 2학기쯤 부터는 그 선생님도 체념하신듯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더라구요.

웃긴건 그때부터 이코가 흥미를 잃었는지 그 선생님을 본척만척 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되고 나니, 그 선생님이 약간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역으로 그 아이를 몇번 놀리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흥미가 떨어졌던 이코는 별 반응이 없었죠.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던 소풍때 벌어졌어요.

마트가면 애기 몸통만한 과자 봉지 팔잖아요. 이코가 그거 짱구를 사서 소풍에 갔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 과자가 너무 커서 압수한다며,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붙이면서 이코의 과자를 뺏어간거에요.

당연히 그 아이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이미 그 아이 다루는 법을 터득하셨던 선생님은 그 과자를 들고 조용히 사라졌는데 그 때

" 학교에서 돌려주겠다. "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째선지 이코가 그 말에 순순히 인정하면서 물러나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 학교에서 이코가 저를 데리고 교무실에 찾아갔아요. 과자 받으러

당연히 그 선생님은 장난이였는지 과자는 다음날 주겠다며 저희를 되돌려 보냈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과자를 돌려주지 않으셨어요.

저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이코는 남은 학기 내내 그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과자를 달라고 생때를 쓰더라구요. 급기야 우는 것을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 다음 학년에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신거에요. 이코가 길길이 날뛰면서 반드시 과자를 되찾겠다며 그러더라구요. 그때야 웃으며 넘겼는데

몇 달후에 우연히 그 선생님 전근가신곳을 알게됐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과자사건은 당연히 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날 걔가 학교에 안나온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코가 대구까지 가서 과자를 받아왔더라구요. 그 때 놀란걸 생각하면 정말.

지금도 종종 그아이랑 연락하긴 하는데, 궁금해서 물어본적이 있어요. 그 과자에 왜그렇게 집착했냐니까.

사람이 한 말은 꼭 지켜야 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여중생의 집념은 무섭습니다.

포룬탁님 힘내세요!


Comment ' 5

  • 작성자
    소울블루
    작성일
    12.05.17 07:12
    No. 1

    그 여중생 태도에 문제가 그냥 읽어만 봐도 아주 많지만...
    선생님의 다음 행동도 좀...

    제자들의 모자람을 채워줄수 있어야 교사죠...
    그 교사 입장에서 장난이든 뭐든 이코 입장에서 엉엉
    울만큼 불합리 했다면 그건 또 아닌겁니다 ;;

    그리고 세상 누구도 중학생과 선생님을 동급으로 안보고
    제자가 모자라다면..
    선생님이 뭔가 해주길 바라지 제자수준에 맞게 장난질이나 괴롭힘을
    하리라고는;;;
    왜냐면 어른이니까요..

    그래서 스승의 은혜 라고 하고 스승이라 하는것 아니겠음...
    제자보고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공경하라고 사회에서 그러고..
    어른말 무조건 잘들어야 한다고 그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유는 참바른 스승이란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부모만큼이나..

    뭐 이렇게 험악한 세상이고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흔히 말하는
    세상에서 엇나가거나 문제가 많은 제자를 어떻게든 잘해보려
    인성교육 해보라 하는것은..누가 강요할만한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런 엇나간 제자를 챙겨주는 스승들이 있어서
    우리가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좋은 인식이나
    긍정적으로 무조건 보고 좀 존경스럽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과자 좀 주지...
    뭘 대구까지 가서 받아오게 만드나 ;ㅅ;...
    잘했어! 이코!
    라이코스!(응?:::?????)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꼬마유령
    작성일
    12.05.17 07:23
    No. 2

    선생님의 입장에서야 이코가 여전히 장난치는 걸로만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에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엔 나름 이코에겐 심각한 사건이였죠.ㅋㅋ
    어른의 아이들에 대한 이해란 건 참 어려운 문제 같네요. 그런걸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이 위대한 스승님이겠죠.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울블루
    작성일
    12.05.17 07:39
    No. 3

    그런데 짱구 과자 하니...
    제가 병원에 입원했을때 장염? 으로 입원했던 옆자리 초등학생
    꼬마가 생각나네요..

    저야 애 보라는 대로 놔두니 하루종일 짱구만 보더군요..
    저랑 둘이서 병실쓸때요..
    다음날도 그다음날도..다다음날도..

    짱구에겐 어마무시한 매력이 있는가봄;;;;;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 꼬마유령
    작성일
    12.05.17 08:24
    No. 4

    아이들에게 짱구란 어떤 신격화 된 존재 같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그 엄마가 더 대단한것 같지만.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2.05.17 15:16
    No. 5

    뭔가 되도 될 것같은... 다만 사회라는 패러다임에서 버텨낼 수 있냐는 별개문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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