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룬탁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여중시절에 있었던 한 친구가 생각나서 몇자 끼적여 봅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제게 가장 처음 생겼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성격이 조금 유별났더랩니다.
좋게 말해서 유별이지 별명이 이코였습니다. 사이코.
어쨋든 당시 저희의 입학과 함께 총각선생님이 부임하셨는데, 그 이코의 레이더망에 그 선생님이 딱 걸린겁니다.
선생님 성격이 조금 우유부단하고 순하셨는데 그 때문에 재수없게도 그 아이의 장난감이 되셨던 겁니다.
어쨌든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도 항상 떠들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길거리에서 여자친구를 봤네 어쩌네 하고 놀려대기도 하고
심지어 교무실에 찾아가서 그 선생님을 당혹스럽게 만든적도 많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모두 너 제정신이냐며 말렸는데, 그 아이가 원체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이라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더라구요.
그렇게 약 반년 가까이 일방적인 괴롭힘이 이어졌는데 2학기쯤 부터는 그 선생님도 체념하신듯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더라구요.
웃긴건 그때부터 이코가 흥미를 잃었는지 그 선생님을 본척만척 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되고 나니, 그 선생님이 약간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역으로 그 아이를 몇번 놀리기도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미 흥미가 떨어졌던 이코는 별 반응이 없었죠.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던 소풍때 벌어졌어요.
마트가면 애기 몸통만한 과자 봉지 팔잖아요. 이코가 그거 짱구를 사서 소풍에 갔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 과자가 너무 커서 압수한다며,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붙이면서 이코의 과자를 뺏어간거에요.
당연히 그 아이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이미 그 아이 다루는 법을 터득하셨던 선생님은 그 과자를 들고 조용히 사라졌는데 그 때
" 학교에서 돌려주겠다. "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데 어째선지 이코가 그 말에 순순히 인정하면서 물러나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 학교에서 이코가 저를 데리고 교무실에 찾아갔아요. 과자 받으러
당연히 그 선생님은 장난이였는지 과자는 다음날 주겠다며 저희를 되돌려 보냈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과자를 돌려주지 않으셨어요.
저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이코는 남은 학기 내내 그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과자를 달라고 생때를 쓰더라구요. 급기야 우는 것을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 다음 학년에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신거에요. 이코가 길길이 날뛰면서 반드시 과자를 되찾겠다며 그러더라구요. 그때야 웃으며 넘겼는데
몇 달후에 우연히 그 선생님 전근가신곳을 알게됐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과자사건은 당연히 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날 걔가 학교에 안나온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코가 대구까지 가서 과자를 받아왔더라구요. 그 때 놀란걸 생각하면 정말.
지금도 종종 그아이랑 연락하긴 하는데, 궁금해서 물어본적이 있어요. 그 과자에 왜그렇게 집착했냐니까.
사람이 한 말은 꼭 지켜야 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여중생의 집념은 무섭습니다.
포룬탁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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