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판타지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때 였습니다.
버스 시간을 한 타이밍 앞당기면 한산하게 앉아서 학교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선 후부터 일찍 등교하기 시작했었는데, 항상 저보다 일찍 와서 책을 읽던 녀석이 있었습니다. 소위 일진이라는 녀석이었는데 책을 읽길래 뭔 책인가 싶어서 그놈한테 빌려서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읽던 사이케델리아를 빌려 읽었다가 판타지에 푹 빠졌죠. 그 후로 가즈 나이트, 신무, 이드 등등, 그냥 그 친구가 보던 걸 빌려서 읽고 뻇어서 읽고...
그러다가 드래곤 라자를 읽게 되었죠. 첫 번째의 쇼크였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졸라짱 센 소설들만 읽다가 드래곤 라자를 읽으니 세계관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죠. 살짝 사족을 달자면, 드래곤 라자 속에서도 특히 테페리의 신자들의 삶의 방식이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판타지 뿐만 아니라 무협도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서 문피아에 가입(당시엔 고무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했습니다. 문피아에서 무협들을 골라 몇 작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원래부터 제가 빠진 건 판타지라서 무협에는 그렇게 크게 빠지지 못했습니다.
그 무렵, 반지 전쟁(반지의 제왕)을 제대로 읽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쑈크...영화로만 보고 소설은 안 읽었었는데 한 번 잡으니 놓질 못하겠더군요. 정말 판타지 세계, 즉 ‘또 하나의 세계’가 실재하고, 그 세계의 이야기를 톨킨옹이 하시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국의 한 작가가 생각해낸 세계에 푹 빠지는 경험이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제게 있어서 판타지 소설이란,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에 푹 빠져서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그 것을 위해서는 작가가 얼마나 흥미롭고 그럴듯 한 세계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지요. 현실에 그런 소설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찾기 힘드네요 ㅠㅠ
그래서 작가가 오랜 기간 고심해서 열심히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써내려가는 풍조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게임 소설 같은 데서 나오는 가상 현실 게임을 예로 들면 ‘가상 현실이 얼마나 위화감 없고 더 현실감, 현장감 있게 다가오느냐’가 중요하듯, 판타지 소설은 그 세계가 얼마나 더 실존하는 것처럼 위화감 없고 현실감있게 다가오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지 몰라 덧붙이자면, 판타지 세계가 현실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판타지적인 부분을 얼마나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하느냐를 뜻하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와 다르면 다를 수록 ‘아, 이런 게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 하는 기분이 들게 하긴 어렵겠지만, 만약 진짜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면 정말 제가 원하는 소설이네요...
아래에 Palvin님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장문의 글은 오랜만이라 뭔가 두서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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