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글쓰다 보면 느끼는 일 한 가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9.09 22:15
조회
1,601

맞춤법에는 무척 까탈스러운 사람이다, 내가.

하다못해 인터넷몰에서 뭘 구매하고는 배송원에게 남기는 글 한 마디를 적다가도 맞춤법이 헛갈리면 일부러 새 창을 열고 국어사전을 검색하여 올바른 표현을 확인해야지만 직성이 풀릴 정도다.

 

그런데 언어라는 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변적이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니까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 하고 정해 놓은 것도 결국은 익숙해졌느냐 않느냐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는 얘기다.

맞춤법 규정이 바뀌거나 할 때 특히 그 점을 실감하게 된다.

 

전에는 설겆이가 맞는 표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설거지가 맞다고 바뀌었었다.

항상 설겆이로 적다가 설거지로 바꿔 적기 시작할 때는 저항감이 좀 느껴졌었더랬다.

하지만 자꾸 설거지로 적다 보니 이제는 설거지 쪽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되었다.

 

어릴 때는 항상 소고기 소고기 하던 것을 그건 틀린 말이라며 쇠고기로 바꿔야 옳다는 말도 들었다.

처음엔 영 어색해 하면서 마지못해 사용하기 시작한 쇠고기에 간신히 좀 익숙해졌다 싶자, 이번에는 소고기도 틀린 표현은 아니라며 소고기와 쇠고기를 병용하란다.

둘 다 허용된다면 그냥 쇠고기로 적기로 하였다.

 

헛갈린다는 표현도 마찬가지ㅡ

당연히 이게 옳은 표기려니 믿고 사용하였던 헷갈린다가 사실은 틀린 말이고 헛갈린다가 옳다는 사실을 2년쯤 전에 알게 되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 헷갈리다로 적곤 하였다.

말이란 건 결국 사람들의 약속 아닌가.

헛갈리다가 실제로는 옳은 말이더라도 실제로 말하는 사람들이 다들 헷갈리다라고 말하는 이상 사람들을 따라가는 게 순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가ㅡ 어느 게 옳은 말인지 알면서도 잘못되었다는 말을 사용하기가 아무래도 편안치 않아 어느 날인가부터 나 역시 럿갈리다로 적기 시작하였다.

요즘은 헛갈리다가 자연스럽고 헷갈리다가 부자연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사람의 말이란 것도 알고 보면 생각보다 허약한 물건인 듯하다.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8083 우와!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옵니다. +5 Personacon 덴파레 13.09.06 1,582
208082 전 페이지에 일본도가 짧다고 글 썻었던 사랍입니다. +16 Lv.18 터베 13.09.06 2,364
208081 운동하다 저혈당때문에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14 Lv.27 Bibleray 13.09.06 1,942
208080 나이 따위 X까라 그러고 그냥 툭 까놓고 얘기함... +9 Personacon 엔띠 13.09.06 2,248
208079 셀프염색했어요!! 성공함!! +2 Lv.53 아즈가로 13.09.06 1,434
208078 아이티전. +6 Personacon 이설理雪 13.09.06 1,641
208077 축협이 돈 많이 썼나 봅니다. +1 Lv.21 雪雨風雲 13.09.06 1,839
208076 요즘 아이들.. 한자는 어느 정도까지 알아야 할까요? +17 Lv.20 이카루스. 13.09.06 1,772
208075 축구 보려고 치킨집 왔는데.. +4 Personacon 플라워 13.09.06 1,551
208074 첫곡 완주 성공! +3 Personacon 성공(星空) 13.09.06 1,380
208073 네이버만화의 최신연재분의 단행본 나온후의 가격 차이 +3 Lv.6 트레인하트 13.09.06 1,874
208072 독자로서 +1 Lv.1 [탈퇴계정] 13.09.06 1,438
208071 '우연'이라는 요소는 과용하면 안 좋은데 말이죠... +4 Personacon 메앓 13.09.06 1,366
208070 내가 빋은 훈장 +2 Lv.1 [탈퇴계정] 13.09.06 1,740
208069 글쓴이, 작가분 들에게 질문 +23 Lv.17 KaleidoS.. 13.09.06 1,964
208068 회 먹고 싶다ㅜㅜ +8 Lv.1 [탈퇴계정] 13.09.06 1,445
208067 한식집에서 +3 Lv.1 [탈퇴계정] 13.09.06 1,514
208066 무협에서 오빠보다 더한 표현을 발견하다 +33 Lv.4 엔젤친구 13.09.06 2,266
208065 자연산활어님 글 보고. +12 Personacon 이설理雪 13.09.06 1,406
208064 열창상. +12 Personacon 이설理雪 13.09.06 1,390
208063 에휴 핸펀 고장났네요;; +8 Lv.66 크크크크 13.09.06 1,225
208062 명검에 대한 환상 +12 Lv.60 카힌 13.09.06 1,975
208061 유료화에 익숙해지다 +3 Lv.60 카힌 13.09.06 1,513
208060 왜 게임세상에 떨어질때는 쪼렙인가? +11 Lv.49 무한반사 13.09.06 2,362
208059 일본도 실물을 뽑아보고 느낀건데 +16 Lv.18 터베 13.09.06 2,332
208058 두산중공업이 원전을 부실정비했다는 것이 드러났네요. +6 Lv.99 곽일산 13.09.06 1,864
208057 말세의 시작. +6 Personacon 백수77 13.09.06 1,616
208056 예전에 한국에서 티브이사지마세요란 글을봤습니다. +20 Lv.10 무곡성 13.09.06 2,122
208055 히야.. 앞길이 좀더 명확해진 기분이네요. +8 Lv.99 마음속소원 13.09.06 1,455
208054 아 진짜 실명제 때문에 욕 나올려고 하네요; +8 Lv.54 야채별 13.09.06 1,814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