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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멘토를 갖고 싶어요.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
14.03.03 01:51
조회
1,117

제게는 글 쓰는 친구들이 여럿 있어요.

개중의 몇몇은 글 쓸 때 제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죠.


그중 한 명이 작년 가을쯤부터 제게 아무 말 없이 한 작품을 시작하더라고요.

정확히는 새로 연재하는 글이 생겼다, 라는 얘기만 하고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탐문을 청하진 않았어요.

의논하고 싶지 않나 보다, 하고 저도 그것을 화제로 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올초 쯤에 녀석의 고백을 들었지요.

“네 도움 받지도 않고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도전해보고 싶었다.”라고요.

그 얘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라고 밝혀둘게요. 리플만 기본이 6~70개 이상이니 조회수는 얼만큼 될지, 거품 낀 선호작은 더 많을 게 짐작가죠? 포텐 터트리는 편이면 그날은 초마다 댓글이 달리는 걸 확인할 수 있대요.


그 고백을 듣고 난 후, 전 할 말이 많았어요.

우선 전 그 녀석이 그만한 기량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소규모 문학 카페에서 놀던 녀석을 J 사이트로 끌어들인 건 저거든요. (문피아도 추천했지만 무서워보인다며 튀었음돠, ㅋ)

그 옛날 끌어들이면서 한 말이,

“네가 거기서 글 쓰면 못해도 선호작 1,000은 넘긴다. 너는 다수가 좋아할 성향의 글을 써. 그래서 니 글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거였는데 기억 못하더라고요. 마지막에 덧붙인 “니 글 내 취향 ㄴㄴ”만 기억하더군요. ㄱ-...


무튼 일단 녀석의 감상을 물었어요.

“글 매일 쓰는 거 해볼만 하지?”

“글 쓰는 게 재밌어짐. ㅇㅇ”라고 친구가 답했던 것 같네요.

“축하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랑 받아라. 뭐 더 할 얘기 있음?”

“음, 리플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감상플이란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내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해서. 이제 다시 내 글 평가 좀 해주면 안 될까?”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라고 녀석이 덧붙였어요.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놈의 글을 보았고 녀석이 어떤 부분에서 일취월장했고 어느 단점이 사라졌고 어느 장점이 유지되고 있는가가 눈에 보였어요. (이건 10년 가까이 녀석의 글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구분이 되는 걸 꺼에요.)


해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짚어줬어요.

친구 녀석에게 열등감이 들었냐면, 미묘해요.


하지만 부러웠어요.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제 대사기도 하거든요.

녀석은 성장하면 그걸 알아봐줄 제가 있어요.

그 성장을 축하하고 칭찬해주는 제가 있어요.


그런데 내게는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

...........글 쓰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했지만

반은 제 글이 취향이 아니라서 제 글을 아예 보지 않는 친구들.

반은 제 글을 좋아하고 저한테 자문을 구하는 친구들.

이죠. 전자는 “못 보겠어.”라고 사과를 하고 후자는 “난 너처럼 분석 못해. 우엥.”하면서 사과를 하죠.


.....흠.

멘토가 갖고 싶어요.

내 성장을 알아봐주는 사람.

내 성장을 축하하고 칭찬해주는 사람.



여러분에게는 멘토가 되어준 사람이 있나요?


Comment ' 17

  • 작성자
    Personacon 쉐룬
    작성일
    14.03.03 01:57
    No. 1

    멘토는 아니지만 근처에서 도와주고 비난해주고 때려주고 지켜주고 배신해주고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무시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냥저냥.
    사람을 사귀거나 먼저 다가가거나 가까이 와주길 바란다거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여러 사람이 있고 딱히 불행,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멘토가 되어준 커다란 사람은 없네요.
    아니면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게 되었거나.

    결론 : 일단 지금은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2:08
    No. 2

    멘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셨는데, 첫 문구를 보면 쉐룬님의 인간 관계가 넓이는 몰라도 깊이는 제대로 내핵까지 파고 든 지인들이 있으신 것 같네요.
    글쟁이로서의 갈증은 자기 글을 알아봐주는 사람만이 풀어줄 수 있지만, 글쟁이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번민과 외로움은 지인들이 있어 든든할 듯!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朴어진
    작성일
    14.03.03 02:00
    No. 3

    저는 없어요..고등학생 때부터 습작식으로 글을 썼는데(아직까지 완결낸 것도 없고, 제대로 다 쓴 것도 없지만) 써가지고 판타지좀 본다는 친구들 보여주면 그냥 툭 보곤 아, 재밌네. 하고 다시 돌려줬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분은 르웨느님을 친구로 둬서 대개 좋으시겠어요. 저도 지금 쓰는 글이 있는데 누구에게 보여줘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라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2:15
    No. 4

    아, 재밌네. 라.
    이것참. 실친이었다면 "영혼 없는 감상 따위 불꽃 싸닥구다, 이녀석아!!"하고 어깨 붙잡고 강제 헤드벵잉 시켰을 듯.
    저 친구는 실친이라서 자주 카페 가서 글 얘기하죠. 저도 제 글 얘기를 하는데, 3분 지나면 그 친구는 졸아요. 결국 놈의 글 얘기를 해야 눈 말똥말똥하게 떠서는 안 졸고 잘 듣는다는. ㅎㅎ.
    객관적이라. 저도 사실 그리 전문가는 아녜요. 친구들이 띄어주는 거지. 서재 함 놀러 갈게요!
    건필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朴어진
    작성일
    14.03.03 04:05
    No. 5

    아직 혼자만의 싸움을 하는 수준이라 예전에 썼을땐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쓰다가 혼자 약속 못 지켜서 부끄러운 마음에 많이 쓰고 지우고를 많이 했네요 ㅎㅎ 그치만 지금은 환경도 나름 갖춰졌고 했기때문에 혼자서 쓰고 만족하면 올릴 생각입니다 ㅎㅎ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니르바나
    작성일
    14.03.03 02:04
    No. 6

    멘토는 갖는 게 아니라 만나는 거라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2:10
    No. 7

    알아요. ㅠㅠ 그러니 아직 만나지 못한 님 애닳아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거죠! ㅎㅎ.
    친구도 절 만난 거지, 저를 멘토로 삼으려고 인연을 시작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요. 랄까, 만화책방에서 제가 헌팅(?)한 거였지만. "이봐, 너 소설 좋아하냐?" 하면서. 오글거리는 고딩 때의 추억!
    니르바나님을 문피아에서도 뵙네요.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다술 열렸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니르바나
    작성일
    14.03.03 02:22
    No. 8

    저는 원래 문피아에서 링크를 보고 다술로 구경을 간 케이스. 사실 열리든 말든, 큰 의미는 없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2:27
    No. 9

    헤에, 그렇군요.
    댓글은 잘 안 달지만 다술에서 니르바나님 포스트 애독자입니다. __) 매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에 좋았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니르바나
    작성일
    14.03.03 02:33
    No. 10

    다음부턴 돈 받아야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3:03
    No. 11

    와하하하, 작문서 같은 거 한 질 쓰시면 바로 사겠습니다. 그러니 인터넷 연재본은 무료로 자비 좀 어떻게...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심중섭
    작성일
    14.03.03 02:35
    No. 12

    저도 저 혼자만 멘토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뭐랄까, 저를 개안하게 해주신 분이지요. 글을 못 쓰고 자괴감 빠진 몇 년동안 그 분은 저한테 끊임없이 연락을 하셨는데 제가 열패감에 빠져 다 거부하고 끙끙 앓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아예 연락이 끊어졌네요. 물론 저는 그 분 신작 나오면 사서 읽지만요.
    항상 그 분이 저한테 빨리 올라오라고. 습작생일 때와 등단하고 나서는 또 다르다고 그랬는데. 저한테 해준 가장 큰 충고가 혼자서 그냥 계속 침잠하면서 쓰라고. 아무 말도 듣지 말고 혼자서 계속 쓰기만 하면 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제 의식 속에는 뭐랄까 글은 혼자 써야 한다 이런 생각이 박혀있네요. 당당하게 서고 싶어요, 그 분 앞에. 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3:04
    No. 13

    서울 박물지 작가님이다! 하앍! 심장이 한근두근세근 거려서 진정되질 않아! 일단 가슴을 짚고 라마즈 호흡을!!
    아, 그분이 있으셔서 심중섭님께서 계속 글을 쓰신 거로군요. 저도 감사드려야겠습니다. ㅠㅠ
    멘토라고 생각은 해본 적은 없지만, 이 호칭을 되새기면 떠오르는 분이 저도 한분 있습니다. 한번 그분 사시는 댁 찾아가서 3박4일 동안 술먹으면서 먹고 자고 서로 비평하고 그랬었는데, 그때 그분이 제게 그림 한 장 그려주며 말씀해주셨지요. "르웨느님, 당신은 작가로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시는 거, 그게 당신의 재능이에요." ...이걸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들을 당시는 기쁨보다 서글픔이 컸지만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는 게, 제 글 쓰는 재능입니다. ㅠㅠ 그리고 저는 아직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PS. 말은 다르지만 결국 심중섭님께서 들은 충고와 제가 들은 조언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3.03 03:06
    No. 14

    덧으로 저도 그분과 연락 두절이 되었답니다... 그분께서 고시로 공부에 열중해서 승리하여 돌아오신다고 잠수 타신 이후로. 뵙지 못하고 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산송장
    작성일
    14.03.03 12:08
    No. 15

    멘토는 없지만 동반자는 있네요. 서로 써온 글을 아껴주는 사이랄까요. 어느 부분이 어떻다는 것도 이야기나눌수 있고 뭐 그런 사이인데다, 어쩔때는 내 글을 이 사람이 쓴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 이해도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제가 슬럼프네요ㅋㅋㅋㅋ 독자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후끈이
    작성일
    14.03.03 19:07
    No. 16

    멘토스를 한 통 사서 한 알 빼고 다 버리면 그게 바로 멘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다이버스
    작성일
    14.03.03 23:11
    No. 17

    그냥 한 알 빼고 다 먹으면 안될까요? 아까운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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