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글 쓰는 친구들이 여럿 있어요.
개중의 몇몇은 글 쓸 때 제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죠.
그중 한 명이 작년 가을쯤부터 제게 아무 말 없이 한 작품을 시작하더라고요.
정확히는 새로 연재하는 글이 생겼다, 라는 얘기만 하고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탐문을 청하진 않았어요.
의논하고 싶지 않나 보다, 하고 저도 그것을 화제로 삼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올초 쯤에 녀석의 고백을 들었지요.
“네 도움 받지도 않고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도전해보고 싶었다.”라고요.
그 얘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라고 밝혀둘게요. 리플만 기본이 6~70개 이상이니 조회수는 얼만큼 될지, 거품 낀 선호작은 더 많을 게 짐작가죠? 포텐 터트리는 편이면 그날은 초마다 댓글이 달리는 걸 확인할 수 있대요.
그 고백을 듣고 난 후, 전 할 말이 많았어요.
우선 전 그 녀석이 그만한 기량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소규모 문학 카페에서 놀던 녀석을 J 사이트로 끌어들인 건 저거든요. (문피아도 추천했지만 무서워보인다며 튀었음돠, ㅋ)
그 옛날 끌어들이면서 한 말이,
“네가 거기서 글 쓰면 못해도 선호작 1,000은 넘긴다. 너는 다수가 좋아할 성향의 글을 써. 그래서 니 글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거였는데 기억 못하더라고요. 마지막에 덧붙인 “니 글 내 취향 ㄴㄴ”만 기억하더군요. ㄱ-...
무튼 일단 녀석의 감상을 물었어요.
“글 매일 쓰는 거 해볼만 하지?”
“글 쓰는 게 재밌어짐. ㅇㅇ”라고 친구가 답했던 것 같네요.
“축하하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랑 받아라. 뭐 더 할 얘기 있음?”
“음, 리플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감상플이란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내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해서. 이제 다시 내 글 평가 좀 해주면 안 될까?”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라고 녀석이 덧붙였어요.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놈의 글을 보았고 녀석이 어떤 부분에서 일취월장했고 어느 단점이 사라졌고 어느 장점이 유지되고 있는가가 눈에 보였어요. (이건 10년 가까이 녀석의 글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구분이 되는 걸 꺼에요.)
해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짚어줬어요.
친구 녀석에게 열등감이 들었냐면, 미묘해요.
하지만 부러웠어요.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제 대사기도 하거든요.
녀석은 성장하면 그걸 알아봐줄 제가 있어요.
그 성장을 축하하고 칭찬해주는 제가 있어요.
그런데 내게는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
...........글 쓰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했지만
반은 제 글이 취향이 아니라서 제 글을 아예 보지 않는 친구들.
반은 제 글을 좋아하고 저한테 자문을 구하는 친구들.
이죠. 전자는 “못 보겠어.”라고 사과를 하고 후자는 “난 너처럼 분석 못해. 우엥.”하면서 사과를 하죠.
.....흠.
멘토가 갖고 싶어요.
내 성장을 알아봐주는 사람.
내 성장을 축하하고 칭찬해주는 사람.
여러분에게는 멘토가 되어준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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