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오늘, 어머니 병문안 갔다가 불연듯 눈치챈 것에 대해
제법 암울한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했는데.
그 사이,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대략 20여분간 겪은 일이 너무 스펙타클해서...
이걸 적어야겠습니다 ㅡㅡ;
회사에서 나올 때 비가 오기는 했습니다, 다만 가랑비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 기다릴 때도 비가 왔습니다. 허나 손으로 가릴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에 들어갈 때도 비가 왔습니다. 양손으로 막고 달리면 되었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태풍이 상륙했습니다.
... 이 길목에는 집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택시타면 기본요금이라 아깝습니다.
그래, 걸어가자, 아니 뛰어가면 될 거야.
제 걸음으로 걸어서 12분 정도의 거리.
외투를 벗어 머리를 가리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초 이내에 포기했습니다.
이 빗속에서 몸을 지키기는 무리니 그냥 포기하고, 핸드폰을 지키자.
그 이름이 뭐더라... 힙색? 엉덩이에 매는 작은 가방을 가지고 핸드폰과 지갑 정도만 넣어다니는데... 외투와 상의를 벗어 그 가방을 3중으로 포장했습니다. (미리 핸드폰 전원은 꺼둠)
그리고 달렸습니다.
아, 뭐. 어차피 병문안 갔다 집에서 밥먹어도 시간 남으니까.
그 시간동안 헬스장가서 런닝이나 뛸 생각이었으니까.
(수술 직후라 웨이트는 불가)
여기에서 뛰자...가 아니네요 ㅡㅡ;
옷은 물 먹어서 최소 중량 5-6kg.
신발도 물 먹어서 발 들기가 힘들고...
제 아무리 몸을 포기했다지만 완전한 물웅덩이는 피해야죠.
게다가 바람도 강력하고,
품에는 지켜야 하는 것도 있고...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뛰어서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빗속에서 뛰는거 체력소모 장난 아니네요.
오자마자 현관에서 완전탈의 후 모든 것은 세탁기에 넣고 씻고 나온 상태입니다...
그리고 역시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그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아버지는 물에 젖은 제 꼴을 보지도 않고 TV만 보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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