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디까지나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많은 분들이 문피아가 편당과금 시장에 진입했을 때(최초가 아닙니다. 북큐브를 비롯한 타 사이트들이 이미 선행해왔습니다) 이제는 글의 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작가들의 열악한 집필환경(대부분의 요인이 경제적인 부분)이 개선되구나 하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피아에서 공개한 상위권 수익은 꽤나 액수가 컸지요. 어지간한 대졸 신입사원 초봉의 70프로에 달하는 수익이라니, 장르판에서 근근이 버텨오던 작가들에게는 정말 눈이 돌아가는 소식이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눈이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오픈된 계산법에 의해 상위권 뿐 아니라 전체적인 작가 수익이 공개되면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문피아 시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저기라면 나도 돈 벌 수 있겠다. 상위권에만 들면 생활고따위는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겠다.
사실입니다. 상위권에 들어가면 어지간한 대기업 사원보다 수익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상위권’이라는 단어입니다.
대여점의 황금기를 제외하고는 장르시장은 언제나 소수의 작가들에게 수익이 편중되어 왔습니다. 대다수의 작가들은 부업삼아 또는 용돈벌이 삼아, 그도 아니면 생활고를 이겨내며 집필을 이어왔습니다.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지금의 유료연재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 더욱 가혹합니다.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 그 시점에서 상위권의 성적에 들지 못하면 그 이후부터는 노출의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당연히 완결에 가까워질 수록 연독률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게 메꿔지질 않습니다. 모든 글이 완결까지 수익하향곡선을 그립니다. 그게 가파르냐, 완만하냐의 차이일 뿐.
그나마 구매지수로 신규 독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상위작들은 어느 정도 수익 유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점점 떨어지는 연독과 수익을 보고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액제와는 다릅니다. 한번, 두번, 세번, 몇번이나 상위권에 오르고 연독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정액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게다가 편당과금은 한번 소비한 콘텐츠에서 더 이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재독을 아무리 해도 한번 구매한 이후에는 작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죠.
게다가 독자들의 결제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보는 만큼 돈을 지불한다 해서 그 말이 결코 수익이 무한정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독자군에 한정된 결제력, 당연하게도 독자들은 글을 가려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옥석을 가려내고, 그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글만 결제해서 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구매지수와 유료연재란의 순위입니다.
가혹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을 보며 많은 작가들이 너무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저는 문피아의 편당과금 시장이 나쁘다고 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상위권 소수의 수익을 보고 과도할 정도로 편당과금 시장을 낙관하는 수많은 작가분들께 조금만 더 신중하시라고 말씀드리고자 해서 장황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어떤 시장보다 가혹하고 프로의식이 요구되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작가분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피아에 몰린 작가들의 진입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합니다.
눈앞의 수익을 보니 안달나는 심정이야 이해를 하지만, 당장 자신의 글이 편당과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한 성실하게 이야기를 완결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스스로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문피아의 수익 공개가. 너무 아름다운 그림만 보여준 것은 아닌지. 준비되지 않은 작가들까지 모조리 끌어모아서 지금 이런 상황이 온 것은 아닌지. 무척 아쉽습니다.
자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성급한 작가들의 유료전환을 다소 부추긴 현상황이 아쉽고도 아쉬울 뿐입니다.
유료연재전환을 앞두신 분들이나 계획하신 분들은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하셔서 좋은 결과를 이루시고 문피아가 지금보다 더욱 성숙한 자세로 성공리에 편당과금정책을 정착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혹시 어조에 문제가 있다거나 너무 편향된 시각이라 하시면 댓글이나 쪽지 주십시오. 아직까지 온전하게 제 심경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아 혹시 모를 오해가 있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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